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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21. 2021

'결혼식 음악'으로 모두에게
기억남을 결혼식 만들기

결혼 준비 마지막 단계, 결혼식 BGM 고르는 팁

영화 <어바웃 타임> 스틸컷

<어바웃 타임>의 'il mond', <트와일라잇>의 'A thousand years', <러브액츄얼리>의 'All you need is love' 수많은 영화 속에서 치러진 아름다운 결혼식에는 늘 완벽한 음악이 함께 했고, 영화 속 장면뿐만 아니라 음악 역시 오래도록 기억되며 사랑 받고 있다. 


결혼식이 인생이라는 영화의 중요한 한 장면이라면, 감정을 고조시킬 음악은 필수! 이전에는 결혼식장에서 제공하는 음원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취향에 따라 원하는 음악을 선정하는 예비부부도 늘었다. 결혼식을 한 달~2주 정도 앞둔 시점, 숙제처럼 결혼식 BGM 고르기에 돌입하게 되는데, 세상에 좋은 노래가 많다 보니 은근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결혼식 BGM 찰떡같이 고르는 몇 가지 팁을 전해본다.


결혼식장, 원하는 결혼식의 분위기, 커플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컨셉을 잡는다.

층고가 높고 어두우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결혼식장이라면 그에 맞게 웅장하고 화려하면서 임팩트 있는 곡이, 밝고 단정한 느낌의 결혼식장이라면 잔잔하고 우아한 느낌의 곡이 조금 더 어울린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결혼 당사자의 취향! 신랑신부가 원한다면 동화 같은 디즈니 OST나 변화무쌍한 재즈, 트렌디한 K-pop으로 모든 BGM리스트를 채워도 무방하다. 다만, 전체적인 컨셉을 정하고 곡마다 분위기를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이 통일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좋아하는 노래, 자주 듣는 노래, 익숙한 노래를 먼저 살펴보자.


예식 시작 전에는 예식장이 보유한 음원을 무작위로 재생해 주거나, 식전 영상에 포함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는 영상과 예식장이 보유한 음원도 없던 터라 식전 음악들도 준비해야 했는데,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항상 들었던 노래들로 우선 골랐다. 연애 초에 즐겨 듣던 윤딴딴과 권정열의 노래들, 함께 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인 아로하도 골라 넣었다. 예식 당일,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보다 잘 알고 좋아하는 노래가 식장에 나오니 긴장도 풀리고 편안했다. 식순에 들어갈 곡도 하객들의 귀에 익숙해야 좋을 것 같아서 첫 식순인 샌드 세레머니의 BGM은 클래식으로 편곡된 벚꽃엔딩을 선정했다. 생각보다 평소 듣던 노래 중에도 보석 같은 곡들이 많다. 결혼식 BGM을 골라야 한다면, 우선 지금 핸드폰 속 저장된 플레이리스트부터 살펴보기 바란다. 내 취향은 거기에 담겨 있으니까.


음악이 필요한 식순마다 그에 맞는 곡을 선정 한다.


웨딩 커뮤니티에 종종 ‘결혼식BGM을 골라야 하는데, 배경음악이 필요한 식순이 무엇인지’ 묻는 글이 올라온다. 답은 ‘모든 순서’다. 입장과 행진은 당연히 필수, 입장이나 행진 곡은 주의를 집중시키고 시선을 모아줄 수 있는 곡이 좋다. 대부분 임팩트 있는 부분은 후렴에 나오므로 원하는 곳에서 시작하게 편집하는 것도 방법이다. 성혼서약이나 선언, 축사, 덕담 같은 순서도 잔잔한 음악과 함께라면 더욱 분위기가 살아난다. 다만 이런 순서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전달돼야 하므로, 연주곡이나 보컬 파트를 제외한 inst 곡으로 고른다. 양가 인사는 차분하면서 다소 느린 템포의 곡을 추천하지만, 너무 슬픈 분위기는 피하자. 신랑신부와 혼주는 물론 하객들도 ‘눈물 버튼’이 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귀여운 조카나 반려견이 화동 또는 링베어러를 맡았다면, 확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선정하는 건 어떨까? 나는 한동안 화제가 됐던 노노카의 강아지순경을 골랐고, 귀여운 목소리를 배경으로 돌진해오는 반려견을 보며 혼자 흐뭇해했다. 혹 순서마다 여러 곡을 찾기가 힘들다면, 연이은 순서는 한 곡으로 진행하는 것도 나름의 팁. 나 역시 신랑신부 맞절과 성혼서약을 한 곡으로, 예물 교환과 성혼선언도 한 곡으로 이어서 진행했고, 산만하지 않고 연결되는 느낌이라 좋았다.


멜로디는 물론 가사도 고려하자.


한동안 사랑받은 결혼식 축가곡, ‘지금 이 순간’. 하지만 뮤지컬 배우들은 이 곡이 왜 결혼식 축가로 왜 인기가 좋은지 전혀 이해를 못했다고 한다. 잔잔하게 시작해 클라이막스로 나아가며 감동을 선사하는 노래지만,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라는 등 결혼식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가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랑 입장곡으로 많이 쓰이는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역시 웅장하고 힘찬 느낌은 신랑 입장에 어울리나, 가사는 결혼이나 사랑과 거리가 멀고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황제가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멜로디가 좋다면 곡의 내용이나 가사는 간과하기 쉬운데, 나는 반대로 가사가 좋은 노래들 중에서 분위기나 멜로디가 괜찮은 곡을 골랐다. 특히 신랑입장과 신부입장은 서로에게 하는 다짐이자 해주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이 담긴 곡으로 선정했다. 참고가 되도록 살짝 공개해 본다.


Conversation in the dark


[ 신랑 입장 ]
Conversation in the dark - 01:01
I won't ever try to change you, change you
I will always want the same you, same you
Swear on everything I pray to
That I won't break your heart
I'll be there when you get lonely, lonely
Keep the secrets that you told me, told me
And your love is all you owe me
And I won't break your heart
너를 바꾸려 하지도 않을 거야. 정말이야.
너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늘 원해.
내 전부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절대로 네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외로우면 곁에 있을 테고
네 비밀도 고이 지킬 거야.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운명 같은 거야.
그래, 절대로 네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Ring pop


[ 신부입장 ]
Ring pop - 00:41
Oh, we got all we'll ever need
I think our grass is pretty green
We make our own luck
No wonder the neighbors are jealous
We don't cheat at Monopoly
Already won the lottery
Don't need no diamonds, you're my rock
And I'm okay with a Ring Pop
우리가 필요한 건 다 갖고 있어.
내 생각에 우린 꽤나 행복한 것 같아.
우리의 행운은 우리가 만드니까.
이웃들이 우릴 부러워하는 것도 당연하지.
우리는 모노폴리에서 속임수를 쓰지 않아.
이미 너라는 복권에 당첨됐는걸.
다이아몬드도 필요 없어, 네가 나의 보석이니까
나는 사탕반지로 충분해



음원 말고 라이브 음악을 원한다면?


식장 기본 옵션으로 4중창이나 3중주가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 BGM 선정의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데, 대부분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선곡 리스트를 전달 받아 그 중에서 곡을 골라야 한다. 원하는 곡을 요청하면 곡 당 추가금이 발생하거나 원하는 곡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선곡 리스트의 노래들은 식전이나 오프닝, 축가 등에 활용하고, 식 진행 시에는 원하는 노래의 음원을 적절히 배치해서 BGM 리스트를 완성하면 된다.


사실 이 글은 이렇게 여러 가지로 고심해서 BGM을 선정했는데, 그 누구도 결혼식 음악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관계로 아쉬운 마음에 남겨 보는 글이다. 고로 BGM은 어떤 곡이든 사실 하객들에게 큰 인상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신랑신부조차 기억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고른 BGM이 흘러나오고 신랑에게 걸어가던 순간, 노래 가사가 또렷하게 떠오르며 울컥하고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강철 멘탈의 신부가 결혼식을 통틀어 유일하게 눈물을 참았던 순간이었다. 결혼식에 잊을 수 없도록 강렬한 기억을 만드는데 음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혼식 후에 라디오나 카페에서 우연히 결혼식 음악이 흘러나오면, 몰래 기분이 좋아지는 건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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