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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ug 06. 2021

내 돈으로 당연하게
본인 부모님 모시는 배우자

결혼 전도사였던 내가 "돈 없으면 하지 말라" 말하고 다니는 이유


결혼한 지 2년, 서로의 됨됨이와 마음만 보고 결혼한 신혼부부 S와 B. 요즘들어 두 사람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녹아내리는 듯 타는 무더위에도 이들의 사이는 냉랭하다못해 얼음장같이 차다. 모든 건 ‘가난’ 때문이라며, 과거로 돌아간다면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는 이 부부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털어놓는 내내 "결혼은 현실이니 신중해야 했다"는 말을 되뇌이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JTBC <부부의 세계>


사랑해서 결혼했다. 그렇지만...


국내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일 할 수 있는 간호사 S와 외국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다 현재 창업준비 중인 B.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주중엔 바삐 지내고 주말엔 알차게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워갔다. 결혼 이야기도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자신은 물론, 부모님 이야기까지 주고받게 됐다. 양가 부모님 모두 은퇴는 하셨고, 취미 삼아 부업하시거나 제2의 인생을 준비중이시라는 상황도 듣게 됐다. 


그렇구나. 한창 얘기를 주고받던 중 B는 말했다. 부모님께 받은 게 많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러려니 했다. 아니, 효심이 깊고 마음 씀씀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세간살림까지 정리하며 유학까지 지원해주신 분들이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렇게 잘 길러주신 상대방의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게 올가미가 되어버린 건 결혼한 직후였다.


tvN <악의 꽃>


우리 돈을 왜 부모님께 드려야 해?


각자의 벌이를 한데 모으고, 필요한 부분의 공금처를 나누고, 생활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취업한 이후부터는 부모님께 매달 최소 50만원씩 갚아왔는데, 결혼하고 나면 이 부분은 자기랑 얘기하고 싶었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B의 말을 듣고 S는 기가 찼다. 갚아왔다는 게 무슨 말이지? 설마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소리인가? 심지어 우리 부모님은 두 사람 살기에도 빠듯하니 용돈은 됐다고 미리 선 그으셨는데? 다소 당황한 게 느껴졌는지 S를 보며 B는 덧붙였다. 


“솔직히 나 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분이야. 재산 정리하시면서까지 도와주신 거야. 이 정도는 해야해.”


사실 이미 결혼준비 할 때부터 ‘부모님의 지원’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눈만 감았다 뜨면 올라있는 집값 때문에 전세금 마련하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S의 부모님은 얼마 안 되지만 집 구하는데 보태라며 일부 도와주셨다. 이미 이것도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죄송했던 것인데도 부모님은 용돈 받는 것도 고사하셨다. 심지어 그 돈 받으셔야 하는 건 우리 부모님 아닌가.


그의 효심을 꺾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도 두사람이 새 가정을 꾸린 뒤 매달 B의 부모님께 돈을 드리는 건 가계에 매우 큰 손실이었다. 결국 엄청난 설득 끝에 B의 송금액은 20만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어머니께서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너희들 이름 앞으로 저금하는 건데 서운하다는 메세지를 보내셨다.


그 메시지를 받고 마음이 복잡해진 뒤 2년. 두 사람은 최대한 예를 다 했다. B 부모님 댁에 식기세척기를 놓아드렸고, 세탁기와 냉장고를 바꿔드렸다. 가족 내 행사와 생신 때 외식을 할 때마다 늘 부부가 비용을 댔다. 중고차도 사드렸다. 당장 필요한 작은 차라도 필요하단 말씀에 아무말 않고 구해드렸다. 차가 좀 작은데, 이왕이면 suv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던 말씀은 일부러 흘러들었다.


tvN <남자친구>


최근엔 이사를 하셔야 하는 상황인데, 이삿짐 업체를 알아보고 비용까지 내야 할 것 같은 불안감까지 서렸다. S는 좀처럼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건 아니지 않느냐며 한번 따져들었다. B는 ‘자기 돈’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S의 개입을 어느순간부터 막기 시작했다. 그 돈이 왜 본인 돈인가. 치사하다 생각하겠지만, 현재 외벌이 중인 오롯이 S가 벌어온 돈이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사는 집도 문제가 있었다. 집주인은 아들 부부가 들어와 살아야 한다며 며칠 전 전세 만기가 되면 나가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S는 모든 걸 다 내던지고 싶었다.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B의 부모님이 너무 버거웠다.


이러니 아이를 갖는 게 겁이 났다. 정확히는 내가 아닌 부모님이 우선인 B와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친구는 S를 보며 "이게 결혼이고 현실이야. 왜 돈이 중요한데"라며 위로했다. 이래서 결혼전도사였던 나 또한 "부모님 돈 없으면 결혼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서글프다.


S의 핸드폰이 반짝인다. 아버지의 허리가 삐끗하셔서 병원에 모시러 가야 한다는 B의 메시지다. 

… 또 이번엔 얼마가 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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