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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09. 2021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가?
그 정답은..

10년 전 나와 같은 너에게 얘기해주고픈 말

나보다 열 살이 어린 A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작년까진 결혼이 무척 하고 싶었어요. 친구들이 하나, 둘 가정을 꾸리는 걸 보니까 더 그랬죠. 근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두 분은 이미 결혼을 하셨으니까, 어떤 사람이 좋아요?”


그녀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우리는 말했다.


“그건 A가 답을 찾아야지. 나에게 좋은 사람의 기준은 각자 다르니까.”


SBS <사랑의 온도>


A의 모습에서 십 년 전의 나를 보았다. 나도 그랬지. 스무 살 중반부터 친한 친구들이 각자 ‘좋은 사람’을 만나 하나둘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를 통과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졌다. 어떤 사건이나 다툼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지면서 나 또한 일터에서 만난 동료와 시간과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 그 사이 친구들의 결혼생활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결혼을 유지하는 친구도 있지만, 이혼을 준비하거나 다시 싱글로 돌아온 이도 생겼다.


십여 년 만에 연락이 닿은 한 친구는 부부 상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레 묻는 내게 친구는 호탕하게 답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까, 남편이랑 더 잘 지내는 게 중요하겠더라고.”
“그럼 같이 상담을 하는 거야?”
“같이 하다가 자꾸 싸우는 거야. (웃음) 그래서 지금은 한 선생님에게 각자 상담을 받고 있어.”


갓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감정, 아이로 채워진 친밀감의 욕구는 영원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친구는 언젠가 이 아이들은 독립하여 나를 떠날 텐데, 파트너인 남편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도록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부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소를 찾았지만, 결국은 다시 개인으로 돌아왔다.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각자가 바로 서 있어야 했고, 아내와 남편, 각자가 독립된 존재로 스스로가 ‘나를 잘 아는 것’이 중요했다. 부부는 때론 헤어질 수도 있지만, 평생 헤어질 수 없는 건 나 자신이니까.


JTBC <월간집>


“A는 어떤 사람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
“음, 잘 모르겠어요. 이제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야 하니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만나면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 그리고 결혼은 신중할수록 좋으니까.”


A와의 대화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나는 십 년 전의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녀에게 건넸다. 정답은 없는 건데 알 수 없는 불안함,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에 머무르는 시간을 견디는 게 어려워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는 회색의 세계에서 만지고, 느끼고, 볼 수 있는 것들을 누리면 된다.


결혼하고 나니 보이는 것들도 있다. 어린 시절 동화책의 행복한 결말처럼 결혼식에서 본 친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작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화들을 나눴는지, 어떻게 점점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지,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야 할 때도 있고, 밀도 있게 통과하는 법도 서로 배워가는 것이 부부의 세계다. 


“어떤 사람이 좋아요?” 라는 질문을 바꿔서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과 있을 때 좋은가? 편안한가? 즐거운가?” 그 모든 질문의 답을 할 권리는 다른 이가 아닌 나에게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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