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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08. 2021

코로나가 불러 일으킨
백신 접종과 파혼의 상관 관계

죽어도 백신 안 맞는다던 애인.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안부를 물어볼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백신 맞으셨어요?" 올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전국민 티켓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접종 유무에 따라 일상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지인 A는 백신을 맞느냐, 안맞느냐로 진지하게 파혼을 고려 중이다. 단순히 주사 한번 맞는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었던 것일까. 파혼까지 고려하게 된 그 이유를 들어봤다.


JTBC <알고있지만>


결혼 준비에서부터 시작된
서로 다른 생각


결혼을 앞둔 두 사람에게 시련이 닥치기 시작한 건 1년 전이다. 전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코로나 사태. 조심스레 사랑을 키워간 그들은 곧 결혼식을 약속했으나 상황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 풍토도 바뀌지 않겠느냐며, 최대한 간략하게 진행하고 싶었던 A 입장과 달리 그의 연인 B는 그래도 결혼식은 허락된 선에서 최대한 손님맞이는 많이 하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유는 B가 외동이었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을 단 한 번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유독 B가 부모님과의 사이도 좋았던지라 A는 어느정도 이해는 했다. 하객 수에 대한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너그럽게 넘겼다. 이 문제까지 고민하기엔 당시 서로 너무 바빴다.


그렇게 반년이 흘러 어느덧 나라에서도 ‘백신 접종’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A의 직장동료 사이에서는 누가 잔여백신을 빨리 맞는지가 관건이었다. 지인들 사이에서 백신의 안정성 얘기는 늘 화제였고, 어떤 백신을 맞고 싶은지 선택할 겨를도 없이 빨리 클릭해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은 점심시간마다 계속됐다.


A : “아 오늘 또 실패했네. 도대체 누가 성공하는 거야?’
B : “뭐 하는데?”
A : “잔여백신 예약. 빨리 맞고 싶어. 정말 지긋지긋해.”
B : “뭐? 그거 맞을 거라고? 왜?”
A : “응? 일단 백신 맞아야지. 이 시국이 지겹기도 하고, 맞아야 일상 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B : “난 죽어도 안 맞을 거야. 그거 맞아서 죽는 확률이 코로나 걸려서 죽는 확률보다 높잖아. 너도 맞지마.”


그 날 이후 A는 B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MBC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신념과 존중, 아집 그 사이 어딘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자체로는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사실 강요할 수 없는 문제 아닌가. 백신을 맞고 실제로 부작용을 겪고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도 봤다. 사실상 모든 사람이 ‘장차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백신을 맞고 있다. 


하지만, 연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다소 겁은 많은 편이지만 평소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편도 아니고, 기저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말마다 데이트도 잘 하고 있고, 4단계 이전엔 지인들과도 사회모임을 즐기곤 했다. 그렇게 지내는 걸 보면 차라리 맞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치사율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코로나를 앓고 난 후에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봤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A는 왜 그 선택을 본인에게 강요하는지 불쾌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간 보여준 B의 태도는 비단 백신뿐만이 아니라 묘하게 ‘아집’인 경우가 많았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마다 늘 단순하고 극단적인 방식을 택했다. 퇴사와 이직, 하다 못해 재테크 분야에서도 충분한 고민없이 급히 결정하고는 바꾸는 일도 좀처럼 없었다. 흔히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려 ‘결정 장애’를 앓는다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A와는 정반대 성향이었다.


처음엔 고집과 원칙이 뚝심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단순해서 해맑고 좋았다. 가끔씩은 단단한 면모에 의지된다고도 생각했다. 다만 차츰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B의 방식이 위험하다고 여겨졌다. 호텔, 식당 위약금을 내는 경우가 빈번했으니. 차라리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마저 들 때가 많았다.


B의 부모님을 만나뵈었을 때도 가족의 성향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은 이렇다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집안 어른들 말씀을 한 시간 내내 들으며 ‘신세대답진 않으시네’라고 느꼈다. 크게 걸리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웃고 넘기며 집을 나섰다. B에게 "나중에 어떤 선택할 때마다 나에게도 강요하는 건 아니겠지?"라고 물었을 때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B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tvN <너는 나의 봄>


제 편한 상황에 바뀌는 신념은 고집이 아니더라


며칠 뒤, A는 여느 때와 같이 근무 중이었다. 회사 동료가 최근 해외에서 돌아오기 전 백신을 맞고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동료는 일반적인 해외방문이 아닌 ‘백신 접종’을 위해 떠난 길이었다는 농담까지 곁들였다. 

결혼 준비 중인 두 사람에게 꿈과 같은 말, 허니문. 해외여행으로는 당분간 꿈도 꿀 수 없지만 언젠가는 다녀올 수 있겠지 싶어 실제로 검색을 해보니 백신을 맞았다면 자가격리 없이 입국이 가능한 나라도 늘어가고 있었다. 기쁜 마음에 B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B야, 백신 접종하면 어쩌면 신혼여행 해외로 다녀올 수도 있겠는데?”
“정말? 그럼 맞아야지.”


B가 보내온 답변에 잠시 기분이 아득해졌다. 그럼 지금까지 백신 맞고 죽을 확률이 높아 안 맞는다는 건 무슨 소리였을까. 여행 갈 수 있다는 말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이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걸까. 이 사람이랑 결혼할 수 있을까. B의 한없이 가벼운 신념 앞에 A 또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상대방이 싫어하는 대화의 모든 단계를 건너뛰고 말하고 싶어졌다.


우리, 헤어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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