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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01. 2021

얼굴값 하는 남자는
만나지 말라는 엄마의 한마디

꼴값보다는 얼굴값이 낫다는데

엄마 : “남자 얼굴 보지 마라. 얼굴값 한다.”
아빠 : “얼굴은 3개월, 음식 솜씨는 3년, 지혜는 평생 간단다. 얼굴을 가꾸기보다는 지혜로운 여자가 되어야 현명한 아내가 되는 거란다.” 


부모님이 한 말이다. 잘생긴 남자와 결혼했으면서 나에게 남자 얼굴을 따지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예쁜 여자와 결혼하여 최근에도 엄마는 도통 늙지 않는다며 외모를 칭찬하던 아빠가 나에게 얼굴은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게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부모님 앞에서는 결코 하지 못한, 외모와 관련한 사견을 여기서 풀어본다. 


tvN <갯마을 차차차>


잘생긴 사람은 내 주변에 없다

엄마의 걱정처럼 외모를 아무리 따지려고 노력해봤자 잘생긴 남자는 내 바운더리 안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예쁜 여자는 솔직히 지하철만 타도 많고 길에도 널렸는데, 예쁜 남자는 내가 다니는 길로 다니지 않는다. 그러니까 엄마는 나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나름 인싸 길을 걸어온 나의 주변만 봐도 ‘정말 잘생겼다'라는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잘생긴 남자와 결혼한 지인이나 친구가 다 합쳐 1.5명밖에 되지 않는다. ‘1.5’라고 표현한 이유는 잘은 생겼는데 애매하게 잘생긴 축에 속한 친구의 남편 때문이다. 그를 0.5로 계산했다.


MBC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화나도 잘생긴 얼굴보면 풀린다는 말, 사실이다


압도적으로 잘생긴 사람이 내 주변에 없는 건 팩트여서 반박이 불가능이고, 그럭저럭 내 눈에 괜찮게 생긴 사람은 인생에서 종종 만났다. 내 생애 가장 오래 사귄 남자도 내 눈에는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면 준수한 편'이라고 했을 수준. 재미있는 사실은 그 정도의 외모로도 일반인 치고는 혜택을 꽤 누리고 산다는 사실이다. 능력과 상관없이 여자가 끊겨본 적 없을 정도로 만나기 쉬운 편이고, 가끔은 여자들이 길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는 것을 그 남자의 곁에서 지켜보면서 알았다. (그렇다면 정말 잘생긴 남자들은 어떤 인생을 사는 걸까?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엄마가 말했던 ‘얼굴값'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잘 알아서 다행이었다. 못생긴 외모로 비롯된 피해의식이나 열등감 같은 게 없어서 훨씬 대하기 편했다는 것 정도가 특징이랄까. 싸울 때 얼굴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풀리고는 했는데 그것은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잘생긴 사람은 얼굴값을 하지만 못생긴 사람은 꼴값한다 


흥미로운 것은 못생긴 이들 중에 ‘나 정도 외모면 괜찮은 편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의외로 정말 더 많다. 주변에서 ‘너 정도면 괜찮다'라고 우쭈쭈해줘서 일까, 아니면 주변 외모가 하향 평준화되어 있어서 일까. 분명한 건 그나마라도 자신감을 가지는 게 피해의식, 열등감에 똘똘 뭉친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이다. 외모가 우중충한 데 성격마저 암울한 경우가 더 많다. 스스로도 포기했고, 그런 그에게 주변도 따스하지 않아서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 이런 경우를 두고 혹자는 “예쁘고 잘생긴 건 오래 못 가지만 못생긴 건 평생간다”라고 했다. 외모 수명이 고작 3개월이라고 했던 아빠에게 내가 하고 싶던 말이기도 하다. 


JTBC <18 어게인>


아빠, 엄마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외모 수준을 자각하고, 노력으로 다른 부분에서 장점을 살린 매력남은 연애도 잘하고 장가도 잘 가더라. 외모는 좀 아쉽지만 똑똑하고 성격이 좋은 데다가 능력도 있는 한 남사친은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도 잘 했다. 여자들은 신랑감으로 외모보다 성격, 능력 등을 더 많이 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얼굴은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따진다. 내가 못생겼을 경우, 엄마가 말하는 ‘외모는 좀 못나도 다른 게 잘난 남자'와 만날 기회는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엄마가 외모보다 ‘알짜’를 골라 만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한 것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사실 맞는 말인 게, 잘생긴 외모가 노년까지 유지되기란 썩 어려운 일이다. 장년층을 넘어 노년으로 갈수록 외모보다는 성공한 사람에게 풍기는 아우라나, 뭘 걸치고 다니는지, 무슨 차를 타는지 등 행색이 더 중요해진다. 


나이든 사람에게 ‘잘생겼다’고 하는 경우는 연예인 아니고서야 잘 없다. 잘생긴 사람도 여간해서는 노화를 피해갈 수 없다. 대신, 성공하여 부를 갖춘 사람은 소위 ‘관리’가 잘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여유 있는 분위기에 더해 겉으로 걸치는 것까지 다르다. 반면 젊었을 때 잘생겼던 사람이 고생에 찌들어 관리를 소홀히 한 나머지 노년에 들어 ‘역변'하는 경우도 솔찬히 많이 봤다. 그 잘생긴 얼굴, 늙어서 하나도 남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40대 이후로는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얼굴에 드러난다”라든가, “40대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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