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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23. 2021

회피형 성격이 불러일으킨
이혼이라는 결말

결혼은 무조건 편안한 상대와? 함정은 없을까

"안정적이고, 편안했어. 물 흐르듯 결혼으로 이어졌지."


흔히 결혼 상대자로 안정적이고 편한 사람이 좋고, 그런 사람과 만나 별 장애 없이 ‘물 흐르듯 결혼에 이르렀다’는 기혼자들의 후기가 많다. 연애할 때 다툼이 많았던 상대와 어렵게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은 없다. 물론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니 만큼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대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가끔 ‘편안함'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이 말에 함정이 없을까 걱정이 들었다. 


영화 <반창꼬> 스틸컷


나를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 사람은 결혼할 상대가 아닌 것이라고 쉽게 단정지을 수 있고, 또한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면 무조건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갈등이나 다툼이 없어야하니 말이다.


먼저 지인 A의 사례를 꺼내본다. A는 지난해 2년여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에 골인했다. A와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위에 언급한, 결혼하기 딱 좋은 상태였다. 연애 내내 거의 다툼이 없었던 이유는 외향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의 A가 추진하는 일에 남자친구가 반대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혼 역시 A가 이끄는 대로 흘러갔고 별 문제없는 듯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결혼 생활이 1년이 채 되지 않아 A는 이별하기로 결정했다고 주변에 알렸다. 결별의 이유는 의외였다. 순탄했던 연애로 인해 다툼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발단이 되었던 것.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컷


A의 전남편은 극도의 회피형 성격으로, 어떤 조그마한 것도 갈등 자체를 못견뎌했다. 부부가 되면 한 집에서 다툴 일이 없지 않을 것이고, 두 가족이 엮이므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일이 생길 때마다 꽁무니빼기 바쁘고, 아예 갈등을 풀어가기 위한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연애 시절, A가 주도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고 모두 따라주었던 것은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줬던 게 아니라 회피형에 책임감없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을 깨달았다고 그녀는 전했다. A의 경우는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결혼상대에 대한 ‘편안함'을 쫓다 보니 다른 것을 놓쳐서 생긴 일이다. A는 훗날 “더 많이 싸워보고, 스트레스도 받아봤으면 상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을텐데 너무 몰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A의 사례처럼 정말 편안한 상태에 편안한 상대여야 결혼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모든 상황이 여유로워야 결혼 생각도 들테니까. 그러나 결혼생활 자체는 상대방의 양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한꺼번에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결혼이 1라운드라면 생활이라는 2라운드는 또 다른 챕터인 것 같다. 즉 사랑과 신뢰라는 바탕 속에서 어떤 갈등, 불편함이라는 구간을 지나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하고 단단한 지, 관계를 이어나갈 의지가 얼마나 큰 지 등이 결혼 생활에서 무척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편안한 관계'라는 것은 불편과 단점을 감내하거나 인정하고, 갈등을 함께 이겨낸 후에 찾아오는 달달한 댓가인 것이다. 이를 너무 늦게 깨달으면, 뒤늦게 뒷통수치듯 나타나는 불편을 이겨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특히, 결혼식 후일 경우에는 A처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흔히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힘든 사랑은 하지 말라’는 것도 경계해야 할 대표적인 말인 것 같다. 노력과 인내의 중요성은 간과된 채로 나누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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