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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06. 2021

웨딩플래너도 인정하는
'결혼 준비 = 추가금 파티'

결혼식 추가금의 현실

“언니, 나 진짜 이 일 못 하겠어.”


알고 지낸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친한 동생 P는 갑작스레 불만을 쏟아냈다. P의 직업은 웨딩플래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식까지 신랑신부를 케어하는 ‘동행’ 전문 웨딩플래너다. 더운 날 뛰어다니고, 추운 날 추운 줄 모르고 일하던 열정맨. 이 일이 천직이라며, 그래도 보람이 크다며 배시시 웃던 친구에게 대체 무슨 사정이 생긴 것일까. 


“진상 고객이라도 만난 거야? 요즘 부쩍 그만두고 싶단 말이 많네.”
“아니 언니, 고객이 문제가 아니야. 업체가 진상이야. 나 정말 울고 싶어.”


업체가 진상이라니? 듣던 중 귀를 쫑긋 세웠다.


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스틸컷


‘추가’ 아닌 게 없다

대한민국에서 결혼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결혼 준비할 땐 ‘추가 지옥’에 빠진다는 것을. 결정의 순간을 거칠 때마다 수많은 옵션이 늘 눈앞에 펼쳐지고, 이 모든 것은 결국 다 비용이다.


신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드레스도 추가금 파티다. 웨딩 촬영과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와 그 드레스를 빌릴 샵을 선택하기 위해 간다는 '드레스 투어'. 문제는 투어 후 계약된 비용보다 일부 ‘추가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투어 당시엔 보지 못했던 새 드레스가 마음에 들 수도 있고, 혹은 비싼 가격의 수입 드레스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 그 날 한번 입는 건데, 당사자 입장에선 돈을 더 주더라도 예쁜 걸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 점은 웨딩플래너도 고객에게 충분히 인지 시켜준다. (터무니없는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드레스는 우선 논외로 한다.) 


옵션 문제는 스튜디오 촬영 시에도 불거진다. 사진 선택을 하는 순간, 추가 컷을 보고 마음에 들어 구매하게 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계약서 상 고르기로 했던 사진 컷 수보다 더 많이 고르게 될 경우, 비용이 상당히 많이 추가되어 난감해질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그럴 수 있다. 큰 비용을 들여 일생일대 가장 예쁘고 멋지게 치장한 뒤 촬영 했으니까. 이왕이면 더 많이 남겨놓고 싶을 수 있다. 


tvN <스타트업> 스틸컷


이유는 붙이기 마련인
‘추가’와 ‘위약금’


P는 최근 들어 난감한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보통 추가 비용이 드는 사례는 사전에 꼼꼼히 안내하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결혼식 당일 날, 자신이 없는 사이에 신랑신부에게 ‘출장 비용’ ‘야간 업무’ 명목으로 5만원씩, 혹은 택시 비용을 2만원씩 더 요구했다는 드레스 헬퍼 이모 때문에 볼멘 소리를 내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날 하루종일 모두 같이 힘들었던 건 맞다. 그렇지만 강남의 다른 지역이니 멀어서 5만원을 더 받거나 지하철역 바로 앞에 내려 드리는데 교통비를 헬퍼 비용 외에 또 드리는 건 당혹스러운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서 난감해지는 건 웨딩플래너다. 신랑신부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위약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보통 드레스 투어는 3곳을 방문한다. 먼저 방문한 곳이 마음에 들어 다음 샵 방문을 취소하게 될 경우 일부 매장은 ‘위약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같은 시간에 다른 고객이 방문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손실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일부러 샵을 방문하는 ‘웃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방문 시에는 드레스 피팅 비용으로 5만원~10만원씩 내야 한다.)


이럴 때마다 웨딩플래너는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입소문과 평판이 생명인 직업 특성 상, 숨죽이고 고객의 눈치만을 살펴야 하는 건 이제 한계에 임박했다고 P는 토로했다. 


"코로나 때문에 업계가 다들 힘들대. 돈이 안 돈다잖아."라고 내가 말했다.
"근데 왜 그걸 신랑신부한테 받아내려고 하냐고. 웨딩 카페에서 안 좋은 소문 돌 때마다 나도 힘들지만, 왜 요즘 정찰제가 추세인건지 정말 모르는 건가?" P가 답했다. 


다 잘 되자고 하는 건데, 모두 행복하자고 여는 행사인데 왜이렇게들 각박한 건지. 결혼은 이래서 두번은 못하겠다고 하는 건가 보다고 여기며, P와 조만간 만나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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