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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03. 2021

형편 어려운 백수 애인,
알고보니 코인 대박친 부자였다

애인의 거짓말을 용서해줘야 할까?


어느덧 나이 서른 중반이 됐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는 사이에 주변의 사정도 많이 바뀌었다. 어린 시절 비혼을 외치던 친구들을 제외하면, 이제는 자신의 짝을 찾아 한명씩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K 또한 그러한 삶을 꿈꾸던 평범한 삼십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대학을 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평생 내 편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진 채 살아가던 그. 최근 결혼을 꿈꾸던 연인과의 악몽같은 일로 인해 진흙밭을 뒹구는 심정을 느끼고 있다. 무슨 일이었을까?


연하의 취업준비생이라던 연인

tvN <청춘기록> 스틸컷


K의 연인인 C와의 인연은 병원에서부터 시작됐다. C는 K의 전담 환자였다. 가벼운 교통사고로 인한 10일 간의 입원이 사랑의 연결고리가 됐다. 퇴원하기 전 날 C는 K에게 치료가 끝나도 만나고 싶다며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건넸다. 업무 상 이러시면 안 된다고 정중히 거절했을 법 했지만, 사회생활하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많은 고민을 하다 연락처를 주고 받게 된 둘은 카페에서 정식으로 마주했다. K보다 연하였던 취업준비생 C. 집안 형편이 어려워 취업하자마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소탈히 꺼냈다. 그래도 괜찮으시면 이렇게 종종 만나 커피 한잔은 하고 싶다며. 주눅 들 법도 한데 떳떳하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동안 K는 되려 C에게 마음이 갔다.


데이트 할 때 자신이 돈을 버니 문제될 것 없었고, 현재 이 마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진 몰랐지만, 눈 앞에 앉아있는 C에게 왠지 모를 설렘과 듬직함이 느껴졌다. 둘이 사랑에 빠진 건 오래지 않았다. 친구들은 K의 연애를 반대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C와 함께 있으면 행복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그와 동거해도 상관 없었다. 


“걔 근데 언제 취업한대?”
“요즘 공채 시즌 아니고 아는 형네서 인턴 하고 있어.”


C의 상황을 아는 친구들은 아무래도 성실한 것 같지는 않다며 만날 때마다 K를 걱정했다. 주변에서 물어볼 때마다 둘러대던 순간에 '내가 지금 뭐 하나 싶은 마음'과 함께 '그래도 무언가 하고 있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C와의 데이트 비용을 계산하더라도 K는 좋았다. 늘 항상 직장 근처로 데리러 와주는 자상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K는 C가 미국 운전면허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차도 없는 애가 무슨 미국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어? 미국에서 산 적 있어?”
“아, 예전에 잠깐.”


조금 갸우뚱했다. 미국에서 살았던 이야기는 하지 않았었는데. 몇 달 뒤엔 큰 중형차를 가지고 데이트에 나온 적도 있었다. 


“이건 웬 차야?”
“회사 렌트카인데, 빌려주더라고.”


고작 인턴에게 회사 차량을 빌려준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아는 형과 이정도로 신의가 두터운가 싶었다. 딱 그 두가지를 제외하곤 그의 사정을 의심 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 그와의 미래가 조금 불안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C는 K에게 청혼을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하고 싶다며 백화점에서 산 주얼리박스를 함께 내밀었다.


K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연인의 노력이 짠해 눈물이 찔끔 났다. 인턴 생활 동안 돈 모으느라 힘들었을텐데. K는 C의 청혼이 장난스러웠지만 받아줬다. 평생 내 편이 될 사람이 내 눈앞에 있다는 그 마음이 너무 벅찼다. 

그리고 그 날 이후 C는 고백했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말이다. 


거짓말의 수위


tvN <스타트업> 스틸컷


C는 취업준비생도, 형편이 어렵지도 않았다. 일찍이 해외유학을 다녀왔었고, 대학 시절부터 코인에 투자해 이른바 ‘대박’이 났다. 사는 곳은 강남 한복판이었으며, 본인 소유의 아파트는 물론 차도 있었다.


K는 남자친구의 말이 전부 거짓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데리고 간 식당에서 늘 이런 건 처음 먹어본다며 웃고, 선물도 처음 받아본다며 고맙다고 말하던 그였다. K 또한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 아껴가며 이 관계에 헌신하고 있었다. 


C는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여자들이 너무 부담스럽게 했었다며, 누나는 그렇지 않아 너무 좋고, 내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누나는 되게 순수한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나보다도 어린 너가 어른을 아냐며 헛웃음을 쳤던 K였다. 나를 놀리고 있었구나. 얼마나 우스웠을까.


C는 사랑이라고 했다. 정말로 사랑하고 싶어서 조금 숨긴 것 뿐이라고 했다. 되려 내가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랬던 거라며, 이제는 다 괜찮다고 했다. K의 지인들은 그 반대의 상황이 아닌 게 어디냐고 했다. 어쩌면 신중한 거 아니냐며 그를 두둔한 친구도 있었다. 정말 그런 걸까? 나를 사랑해서 그런 거짓말을 해왔던 거라고? 


모 연예인이 자신의 배우자와의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애인이었던 배우자에게 만우절 장난으로 자신이 숨겨온 아이가 있다고 거짓 고백을 했었는데, 그가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었다고 한다. 그 말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과연 이 일화가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K는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행복하지 않았다. 결혼까지 생각하며 두 사람의 현재를 따져보고, 서울살이가 어려우면 지방에서 일을 구해도 된다고 말했을 때 C는 "누나 생각해서라도 내가 빨리 취업해야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K는 서른 중반에 결혼은 커녕 이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누나 아직도 삐졌으면 미안해. 근데 나는 누나가 내 얘기 들으면 좋아할 줄 알았어."


K는 여전히 C의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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