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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03. 2021

낳아주신 엄마 VS 길러주신 엄마,
혼주석의 주인은?

낳은 정과 기른 정, 선택할 수 없는 난제에 대하여

15년 만에 온 친어머니의 연락

tvN <너는 나의 봄> 스틸컷


결혼을 앞둔 A는 요즘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8kg나 줄었다. 입맛은커녕 결혼식 자체를 올리지 말아야 했다는 후회까지 겹쳐 왔다. A의 스트레스를 증폭 시킨 것은 바로 혼주석에 누가 앉으시냐는 문제였다.


A의 부모님은 어릴 때 이혼하셨다. 친어머니는 "엄마는 더 이상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라는 말과 함께 본인의 삶을 위해 가정을 떠났다. 어렸던 A는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는 아버지가 재가해 만난 새어머니를 통해 치유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에 이르기까지 새어머니는 A의 곁을 지켰다. 생모의 흔적은 그렇게 기억에서 저물어갔다. 그 사이 동생도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평범한 삶을 지내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어머니로부터 15년 만에 연락이 왔다.


"잘 지내니? 보고 싶다 A야."


갑작스러운 연락이었다. 엄마는 왜 연락한걸까. 문자 한 통에 그간의 감정이 휘몰아치는 기분이 들었다. 증오심이 들기도 했지만 1%의 호기심 때문에 A는 연락에 답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버지에겐 비밀로한 10년간의 밀회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친어머니는 재가하지 않고 혼자 살고 계셨다. 아버지와 이혼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엄마의 성공에 탐탁지 않아 했던 아버지와 불화가 잦았고, 성공이 눈앞에 다다른 순간 갈등의 골은 절정에 달했다고 했다. 결국 A와는 절대 만나지 않는 조건 하에 이혼했다고 말했다.

"결혼한 건 후회하지만 너를 낳기 위해 했던 거라 생각하면 백 번이고 받아들일 수 있어"라는 친모의 말은 A를 흔들었다. 그래도 혼란스러웠다. 엄마는 왜 나를 찾아온 걸까. 조금 무뚝뚝하지만 나를 끝까지 책임진 아버지와 그 곁에서 물심양면 챙기고 길러주신 새어머니가 떠올랐지만, A는 친어머니의 간곡한 연락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거절하기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똑같은 눈매를 가졌고 손가락 모양까지 닮은 친어머니에게 무섭듯 이끌렸다. 그렇게 10년 동안 1년에 한두 번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만났다.

“엄마는 왜 애인도 없어? 앞으로 결혼도 안 할 거야?”
“혼자 사는 게 더 좋아. 그래도 네가 결혼하는 건 꼭 보고 싶다.”

응 그렇지. 엄마가 낳아줬는데 꼭 봐줘야지. A는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 들었다.


친어머니와 연락한다는 사실을 고백하다

JTBC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A는 아버지에게 친어머니와 연락하고 지낸다는 것을 결국 고백했다. 


“누구?”
“엄마요. 저 낳아주신 엄마.”


아버지는 크게 놀라셨고 한동안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극도로 화가 나셨을 때의 태도였다. 새어머니는 “A야, 아버지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져주면 안 되니?”라며 아버지와 A 사이를 중재하시려고 했다. 새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눈치였다. 


"엄마, 사실 나 친엄마 만났어."


사실을 알리자 무너지는 듯한 새어머니의 표정이 보였다. 그전엔 왜 몰랐을까. 내가 상처가 되고 있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걸. 친할머니에게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냐"며 연락이 왔을 때 그제서야 알았다.


집안의 침묵은 새어머니의 용기 낸 한마디에 일단락됐다. 새어머니께선 A와 친어머니 사이의 유대 감정을 이해해 주었다. 어른인데 충분히 그렇게 지낼 수 있다고. 그렇다 해도 한동안은 침묵과 어색함이 집안의 공기를 짓누르며 A를 고통스럽게 했다. 


A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건 남자친구 B뿐이었다. 한결같이 오랜 시간 서로의 곁을 지켜준 사이였다. 따스하고 점잖으신 B의 부모님까지 만나 뵙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하지만 A에겐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혼주석에는 누가 앉아야 할까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스틸컷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어머니는 혼수에 보태 쓰라는 목돈과 함께 한 가지 부탁을 해왔다. 혼주석에 앉고 싶다고 말이다. A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것조차 부모님께 말씀 못 드렸는데, 아버지는 이 일로 노발대발하실 게 뻔했다. 그 사이 새어머니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사돈이랑 한복 저고리 색상은 맞추고 치마만 다르게 한다더라. 엄마는 우리 딸 결혼할 때 너무 눈물 날 것 같아."


낳아준 정과 길러준 정 사이에서 A는 어떻게 해야할까. 혼주석에 누가 앉아야 할 지 모르겠다. A는 결혼식이 다가오는 게 싫다. 아니, 결혼식이 차라리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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