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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08. 2021

나와 다른 그에게
매순간 반하기로 했다

당신은 언제 그(그녀)에게 반했나요?


우리 부부를 알고 있는 운동 선생님이 물었다.


“회원님은 언제 남편분에게 반하셨어요?”
“반했을 때라.... 아, 그때 같아요. 제 앞에서 춤을 춘 적이 있거든요.”
“춤이요?”


선생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성적인 그가 춤을 추다니 상상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머릿속으로 그린 춤의 형태가 그가 춘 춤과 조금 달랐을 수도 있지만, 연애 시절 그는 내 앞에서 춤을 추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갔을 때였다.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 스틸컷


“괜찮으면 같이 후배 결혼식에 같이 갈래? 아내가 러시아인이야.”
“좋아. 러시아의 결혼식 어떨지 궁금한데 가볼래.”


함께 러시아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도착한 연회장엔 둥그런 탁자들이 놓여 있었고, 우리의 이름이 적혀있는 곳을 찾아서 앉았다. 신랑과 신부를 아는 이들이 함께 모여 식사도 하고, 공연도 즐기는 피로연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신부는 한국어를 잘할 뿐 아니라 직접 친구들과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고, 연회장은 외부에서 온 밴드의 음악이 BGM처럼 계속 흐르고 있었다. 준비한 순서들이 끝나고, 음악의 종류가 바뀌었다. 신랑, 신부뿐 아니라 손님들도 모두 나와서 함께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흔드는 시간. 남자친구(지금의 남편)는 나의 손을 이끌었다.


“앗, 나 춤 잘 못 추는데....”
“그냥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 돼.”


당시 상황을 재연한 그림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속 작은 소망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우스워 보이면 어떡하지?’ 나 잘 못하는데...’라는 두려움이 만든 벽 안에 갇혀 있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나가긴 했지만, 멀뚱히 서서 눈으로는 춤을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그는 자연스레 내 손을 잡고 몸을 흔들었다. 아주 잘 추지도 않았지만, 우습지도 않았다. 오선지의 음표 중 하나처럼 리듬 안에 물 흐르듯 존재했다. 음악은 공기처럼 우리의 몸을 자연스레 감쌌다. 유년시절부터 해외에서 보낸 그는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와 다른 자유로운 그의 모습이 좋았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 나와 다른 반짝임을 가진 그에게 반했다.


“내가 그때 당신에게 반했다고 선생님에게 말했지.”
“그랬어? 춤은 그냥 추면 되는 건데, 지금도 출 수 있어.”


저녁을 먹던 그가 벌떡 일어나서 몸을 흔든다. 음악도 없이 그의 몸짓은 자유롭다. 그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tvN <내일 그대와> 스틸컷


우리는 참 다르다.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그와 나는 다른 면이 더 많다. 결혼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면들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때로는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어떤 부분이 손톱의 거스러미처럼 올라올 때도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고, 서로 가장 잘 안다는 착각은 가까이 오랜 시간을 곁에 있기 때문일까. 그의 다름에 감탄할 때 나도 함께 반짝인다. 


SNS에서 누군가의 짧은 고백을 읽었다. ‘오랫동안 나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원석은 원석 그대로 일 때가 아름답다는 것을 당신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라고. 내 마음도 그렇다. 매 순간 나와 다른 그에게 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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