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다들 결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원래 이렇게 험난한 거야?”
결혼식을 준비하는 수많은 커플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오롯이 두 사람의 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간혹 부모님이나 가족의 동의가 필요할 때도 있다. 오늘은 결혼을 준비하며 맞닥뜨리는 많은 일 중 예비 배우자의 ‘직업’ 때문에 겪게 되는 험난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예비 배우자의 직업은 ‘라이더’
최근 친구 B가 한 가지 고민을 털어놨다. 마음이 여간 싱숭생숭한 게 아니다.
B에게는 약 1년 간 만난 남자친구가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B와 같은 나이에 3억을 모았다는 그는 성실함이 매력이라고 종종 이야기했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진 않았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내 남자친구 직업이 라이더인데, 결혼하고 싶거든? 동생한테 살짝 얘기해 봤는데 제정신이냐고 난리야. 네 생각도 그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고민이라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내 배우자라 생각하고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반대지만, 그간 B의 연애사를 들어보았을 때 남자친구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힘든 일을 하며 틈틈이 모은 돈도 상당했고, 앞으로는 사업체를 꾸릴 계획도 구체적으로 갖춘 것 같았다. 게다가 지난 세월 숱한 연애 고민으로 눈물과 분노를 밤새우던 B의 모습도 180도 달라졌기 때문에 쉽게 만나라 마라 이야기할 수 없었다.
“부모님은 어떻게 말씀하실 것 같은데?”
“아, 모르겠어. 솔직히 나도 엄두가 안 난다.”
직업의 '귀천'이 없는 시대
요즘같은 시대에 직업의 귀천이 어디있겠는가. 본인 직업에 대한 태도와 소신만 뚜렷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특정 직업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건 지양하지만, 그 사람이 그 일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도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 의식과 건강한 자부심을 가졌다면, 훨씬 그 일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직업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분명한 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관계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B는 애인의 직업에 편견을 가질 가족과 주변인들이 걱정되는 것 뿐이지, 현재로서는 두 사람 사이의 직업이 갈등 요소는 아니다. 아무리 내가 친구를 사랑한다 해도 그들이 서로는 아끼는 마음에 비할까. 친구는 직업보다도 상대방의 진심을 먼저 알아봤을테니 그와 함께할 미래를 그려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두 사람을 넘어 두 가족이 결합하는 과정인 결혼. 우리는 때때로 그 가치를 너무 크게 혹은 부담스럽게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평범하지 않으면, 결혼 준비의 시작부터 불씨가 될 수 있다지만, '평범해야 한다'는 것에 필요 이상으로 무게를 둘 필요도 없다. 분명 두 사람의 애정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지혜롭게 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결혼은 더없이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결혼은 이상적인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 커플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