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겐 어렵기만 한 자녀 계획
2022년 우리는 5년 차 부부가 됐다. 날씨 좋은 9월에 결혼을 해서 실제로는 3년 반이 조금 안되었지만 둘이서 얼굴만 봐도 알콩달콩 할 것 같은 신혼 초기는 지났다.
남편과 나는 결혼 전부터 신혼 생활을 후회 없이 실컷 즐긴 후에 아이를 갖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우리 둘’의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주변에서 어차피 낳을 거면 한살이라도 젊을 때 낳으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지만 글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해가 다가오고 둘의 시간도 점점 흐르다 보니 애써 모른척하고 있던 아이 문제에 대해 자연스레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 : “이제 슬슬 가질 때가 된 것 같아서 계획해 봤지.”
� : “계획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생겼네?”
주변에 아이가 있는 지인들은 계획 임신을 했거나 자연스럽게 생겼거나 둘 중 하나다. 매사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나는 보통 전자의 경우에 크게 공감하는 편인데, 임신은 내 생각처럼 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렵기만 하다.
'이게 계획한다고 되는 문제일까? 원하는 시기에 가질 수 없으면 어떡하지? 내가 계속 준비가 안된다면?'
그저 물음표 살인마처럼 자꾸만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문다. 게다가 아직 하고 싶은 게 많고, 나의 삶이 더 중요한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집을 꾸미고, 영상을 만들고. 현재의 삶은 지극히 내가 중심이기 때문에 더욱 겁이 나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 출산 후 육아가 겁난다기보다 임신 기간 동안의 몸의 변화와 힘듦에 대한 걱정이랄까.
2021년 마지막 밤, 우리는 새해를 앞두고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딩크는 원하지 않고, 한 명이라도 꼭 아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나의 삶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남편은 딩크를 꼭 원하는 건 아니지만 해도 상관이 없으며, 만약 아이가 안 생길 경우 물리적으로 노력하며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우리 부부는 조카를 너무 예뻐하고 아이를 좋아하지만, 정작 우리의 아이에 대해서는 끝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결국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단 엽산을 주문하고 날이 풀리는 3월부터 슬슬 준비해 보자'라는 것. 사실 3월도 '아 몰라. 일단 3월까지는 모른척 할래’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정했다. 과연 3월이 되면 나의 마음이 변해있을까? 올해 내가 아이를 가질 수는 있을까? 나는,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준비가 안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가질 때가 되었다는 것. 단순히 결혼 생활이 얼마나 지났는지 보다 부모로서 한 아이를 돌볼 준비가 되었을 때를 말하는게 아닐까. 누가 마음 굳게 먹는 법 좀 알려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