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할 때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
여자들이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이 한마디.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프러포즈 장면을 떠올려 보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작은 상자를 연다. 이 순간 여자의 심장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빠른 심박수로 뛰어 댈 것이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건, 저절로 환호가 터져 나오게 하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 여자는 놀라움과 감동에 눈물을 흘리며 “Yes, I do”라고 답한다. 예비 신랑 신부의 탄생이다. 음? 잠깐. 과연 이러한 프러포즈가 우리가 꿈꾸는 프러포즈일까? 결혼을 청하는 그 순간, 과연 정말로, 다이아몬드 반지는 필요할까? 요즘 일본에서는 흔히 생각하는 프러포즈의 정석이 바뀌고 있다.
어떻게?
“남자 친구가 도쿄로 돌아오게 되면, 같이 살기로 했거든요. 동거를 계기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게 되면서 결혼을 하게 되었죠.”
대학 시절부터 5년간 연애했던 남자 친구와 최근 들어 결혼하게 된 대학 후배 메구미.
졸업 후 장거리 연애를 해왔던 그녀는 남자 친구 근무처가 바뀌게 된 걸 계기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결혼 전에 프러포즈는 꼭 받아보고 싶었기에, 형식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서프라이즈 프러포즈를 해달라고 했다. 프러포즈링은 일본의 유명 브랜드인 MIKIMOTO가 좋았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왜 디자인까지는 안 고르고? 브랜드만 정했어?”
“남자 친구가 골라주는 게 더 기쁘잖아요. 제가 고르는 것보다"
서프라이즈를 계획하는 게 서투른 남자 친구는 프러포즈 계획을 메구미에게 들켜 버리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녀는 함께 간 교토 여행에서 소소하지만 꿈에 그리던 행복한 프러포즈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한 커플들의 성지, 그리스 산토리니 섬에서, 치나는 영화와 같은 프러포즈를 받았다. 3년이 넘게 연애를 했는데 아직도 결혼에 대한 화제가 오르지 않는 데에 불안한 마음을 표현했던 그녀.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결혼하고 싶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 대해 기대하는 내색이 역력했다. 수화기 너머로 프러포즈를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어머나!!!’라고 환성을 터트렸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게 그 날 받은 프러포즈링이야?”
귀국한 그녀의 왼쪽 약지에 가느다란 실반지가 하나, 의외였다.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돌아올 줄 알았다.
“아니, 프러포즈링은 나보고 고르라고 하더라고. 나도 그게 좋았어. 평생 끼는 건 나잖아. 내가 마음에 드는 거로 고르려고"
프러포즈링에 대해 지식도 관심도 많은 걸 남자 친구도 알았나 보다. 그래서 일부러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패션 링을 준비했다고 한다. 귀국 후 그녀는 남자 친구와 함께 몇몇 브랜드를 둘러보며, 자기의 마음에 꼭 드는 프러포즈링을 골랐다.
지난봄 결혼한 아야노의 프러포즈링은 특별하다. 그녀의 약지에서 빛나는 파베 세팅 반지는, 흔히 보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반지 너무 예쁘다. 어디서 샀어?”
“이거, 산 게 아니라 리메이크한 거야.”
결혼을 보고 드리기 위해 시부모님 댁에 처음으로 갔던 날. 시어머님께서는 장롱에서 고이 잠들고 있었던 자신의 프러포즈링을 꺼내오셨다.
“아가야, 혹시 너만 좋다면, 다이아몬드는 좋은 거니 이 반지 리메이크해서 쓰렴"
오랜 부부의 사랑 시작이, 새로운 부부의 사랑 시작으로, 이 얼마나 특별한 선물일까. 그녀의 프러포즈링이 유달리 빛나 보이는 이유가 알 것 같았다.
지난 2015년 11월, 나 또한 1년 반 사귀던 일본인 남자 친구에게 서프라이즈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하게 되었다. 내 친구들과 자기 친구들을 100명 가까이 불러 모아서 한 깜짝 이벤트였다. 워낙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정말 그답다고 해야 할까. 사실 난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고,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 접시 위에 반지가 올려져 있는 그런 프러포즈를 꿈꿔왔지만.. 쉿, 이건 남편에게는 비밀. 4월부터 무려 반년을 준비한 인생 최대의 이벤트를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 정성과 사랑이 가장 기뻤던 최고의 하루였다.
나의 프러포즈링은 남편의 서프라이즈 선물이었다. 브랜드도 디자인도 남편이 골랐다. 막상 받고 나니, 반지 그 자체보다, 내 손가락 사이즈를 알아보려고 이 방법 저 방법 시도해보고, 평소에는 갈 일도 없는 긴자의 까르띠에 본점에 혼자 가슴 졸이며 들어갔을 그의 모습이 떠올라, 그 마음이 더 기뻤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평생 낄 다이아몬드 반지, 평소에는 잘 들어갈 일도 없는 여러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면서 내가 직접 골라보고 싶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것도 남편에게는 비밀!
일본은 약 80%의 커플들이 프러포즈를 받고 난 후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중 프러포즈 때 프러포즈링을 준비한 건 약 40%가 채 되지 않는다. 대다수 커플들은 결혼이 결정된 후, 예비 신부가 원하는 프러포즈링을 함께 골라 예비신랑이 선물한다.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그 프러포즈의 장면이,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프러포즈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인생에 한 번뿐인 프러포즈, 이 특별한 날. “나와 결혼해 줄래?”라는 한 마디와 함께, 무언가 건네주고 싶고, 줘야 할 것만 같고, 여자 입장에서도 받고 싶은 그런 순간. 반지가 아니라면, 어떤 걸 프러포즈 때 선물하는 커플들이 많을까? 일본의 어느 설문 조사에 의하면, 프러포즈를 받을 때 프러포즈링 이외에 받고 싶은 건 다음과 같다고 한다.
1위. 목걸이, 귀걸이와 같은 반지 이외의 주얼리
2위. 꽃다발
3위. 손목시계, 가방
4위. 편지
반지가 아니더라도 정성을 다한 연출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로맨틱한 선물이 있다면, 여자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프라이즈 프러포즈를 원하지만, 반지는 같이 고르고 싶다는 여자들. 이러한 배경 아래, 프러포즈용 반지를 준비하는 브랜드들도 많다. 방식은 브랜드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먼저 다이아몬드를 구입해 프러포즈용 반지에 세팅하고, 결혼이 결정된 후 예비 신부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 방법이라면, 여자 친구에게 깜짝 이벤트로 프러포즈링을 보내는 연출도 가능하고, 마음에 드는 반지를 선물하는 것도 가능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여자 친구를 향한 사랑과 정확한 의사 표현. 프러포즈를 받았던 그 날을 떠올려보면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서프라이즈 연출도 프러포즈링도 아닌, 이날을 준비하기 위한 정성과 나를 향한 남편의 열렬한 사랑 표현이었다.
내 눈을 바라보며 “結婚してください(결혼해 주세요)”라고 하는 그의 정확한 의사 표현이,
내 마음을 쿵쾅거리게 했고,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잘 부탁해요)”라는 YES의 답변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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