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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23. 2022

예비부부가 한 번쯤 앓는다는
'보태보태 병'?

똑똑하게 결혼 준비하는 법


“결혼하는데 얼마나 들어?”


결혼한 이후부터 몇몇 친구에게 듣는 질문이다. 결혼을 마음먹고 이제 준비를 시작해보려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비용은 사람마다 너무 달라서 정확히 얼마 정도 있으면 된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우선 솔직히 답한다.


tvN <스타트업> 스틸컷

“그럼 평균적으로는 얼마 정도야?”


뒤이은 질문은 대답하기 더 난감하다. 쓰자고 맘먹으면 한없이 비싸기 때문에 결혼 비용의 평균을 내기란 매우 어렵다. 가장 비싸게 치른 결혼식과 가장 저렴하게 진행한 결혼식의 항목별 비용을 더한 다음, 적당히 나누면 산술적인 평균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식의 규모나 형태가 천차만별이므로 이렇게 얻은 결과는 실제와 거리가 있을 것이다.


집을 제외하고 몇 가지 항목만 살펴보자.


결혼식장은 인원에 따라 다르지만 대관료와 식대를 포함해 천만 원 미만으로 충분히 가능한 곳도 있다. 반면 대관료나 꽃 값이 천만 단위를 넘어가고 식대는 1n만 원대인 억 소리 나는 곳도 존재한다.


스드메는 어떨까? 스튜디오는 생략하고 결혼식 당일 드레스 대여와 메이크업만 한다면 100만 원대로도 끝낼 수 있지만, 드레스에만 500~700만을 투자할 수도 있다. 그 중 특별히 비싼 드레스를 착용하거나, 제작 혹은 바잉된 후 처음 착용하는 ‘퍼스트웨어’를 선택한다면 드레스만 '1,000만 원’도 가능하다. 스튜디오나 본식스냅도 유명하고 고가인 곳을 원한다면 200만 원 중반에서 300만 원에 육박하는데, 촬영하는 사람이 실장이냐 대표냐에 따라서도 각양각색이다.


예물이나 가전, 가구는 차이가 더 크다. 결혼반지는 100만 원 미만으로도 할 수 있지만, 브랜드나 다이아몬드의 크기와 개수가 달라지는 것에 따라 0이 하나 더 붙기도 한다. 시계나 가방은 안 하면 0원이지만 하나씩만 주고받아도 수백만 원이 금방이고, 가전가구 역시 크기, 디자인, 성능과 브랜드에 따라 자릿수 자체가 달라진다.


tvN <스타트업> 스틸컷


결론만 말하면, 결혼은 ‘얼마나 드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얼마를 쓰겠다’는 결심의 문제다.


예산이 무한정이라 원하는 것은 비용에 상관없이 선택해도 되는 축복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어느 커플이든 집을 마련한 뒤 남은 자금을 잘 쪼개 결혼준비의 여러 항목에 배분해야 한다.


무엇이든 최소 비용만 쓰기로 방향을 정한다면 오히려 쉽다. 하지만 누구나 나름의 로망이 있으니 선택과 집중은 필수다. ‘식장은 양보할 수 없다’거나, ‘드레스는 화려하게 하고 싶다’, ‘남는 건 사진뿐이니 투자하고 싶다’와 같은 로망을 실현하려면, 다른 항목에서 힘을 빼 지출 가능한 범위로 맞춰야 한다. ‘다 적당한 수준으로 하고 싶다’해도, ‘적당히’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서 남이 결정해 주기 어렵다.


집을 제외하고 결혼준비에 쓸 수 있는 자금이 N만 원 정도니까 스드메는 N만원 내로 드레스에 집중해서, 본식스냅과 DVD는 N만원 선에서, 예복은 맞춤으로 진행하되 N만원 선에 맞춘다.


이를테면 위와 같은 식으로 각 항목의 예산을 정하고, 옵션 사항과 견적 외 발생하는 추가비용까지 고려해 그 안에서 쓰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예산이 적게 느껴져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입이 떡 벌어지는 고가의 선택지가 있듯 비교적 적은 예산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지가 많으니까.


물론 쉽지는 않다.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은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하고, 각 업체마다 견적과 퀄리티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문제는 알아볼수록 비싼 게 좋아 보이고, 다들 이 정도는 쓰는 것 같은 마음에 지출이 점점 커지는 ‘보태보태’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픽사베이


예비부부를 둘러싼 상술이 '보태보태 병'을 부추긴다.


“A 예식장은 드레스를 B 업체 정도 해야 ‘급’이 맞다”거나, “드레스가 C라면 스튜디오는 D 업체 정도 돼야 한다”는 은근한 권유가 굳게 먹은 마음을 흔든다. 여기에 ‘평생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더해지면, 예산은 잊고 지갑을 활짝 열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급’의 차이란 것은 일반인의 눈으로 캐치하기 어렵다. 가장 최근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은 드레스와 메인 액자의 사진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보태보태 병 완치를 위해서는 일단 주변에서 하는 말을 적당히 듣고 흘릴 필요가 있다.


사진이 좋았던 나의 경우를 보면, 6번의 스냅촬영과 1번의 스튜디오 촬영에 맘껏 돈을 썼다. 반면 본식 드레스는 50만 원짜리 중고 드레스를 입었다. 식장을 꽃으로 장식하는데 꽤 큰 금액을 투자했지만, 결혼반지는 금이면 충분하다 싶어 100만 원이 되지 않는 소박한 것을 골랐다. 보통 비용을 투자하는 쪽을 가볍게 가고, 힘을 빼도 좋다는 것에 투자하다 보니, 걱정과 조언을 전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맘대로 한 결과 결혼 후 300일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후회가 없다.


tvN <스타트업> 스틸컷


결혼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과 꿀팁을 말하자면


고로 남들이 대체로 얼마를 들여 어떻게 결혼하느냐 보다 우리 커플의 취향과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진짜 원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결혼식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 것만큼이나 앞으로의 삶을 배우자와 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혼식과 앞으로의 결혼 생활 둘 사이의 균형을 잊지 않는다면 '보태보태 병'을 슬기롭게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아무래도 예산이 빠듯할 것 같아 결혼을 뒤로 미루려고 한다면? 결혼 관련 업체들의 견적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오른다. 1~2년 후 상당한 자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 이 점까지 신중하게 고민해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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