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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25. 2022

소득이 비슷한 1년 차
신혼부부의 돈 관리법

신혼부부 돈 관리, 주도권 싸움이라고?


화려한 결혼식장의 조명, 드레스와 예복을 차려 입은 아름다운 신랑신부, 그들에게 쏟아지는 박수와 축하까지. 이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결혼식이 끝난 뒤에 남는 것은 ‘텅장’(텅 빈 통장)이다. 이렇게까지 통장을 털어서 결혼식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짙은 회의감과 함께.


출처 : 픽사베이


그 돈이 어떤 돈 인가. 매일 출근의 괴로움을 견디면서, 스치고 지나는 월급을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들을 참아가면서 만든 돈 아닌가. 능력이 출중해서 통장 잔고가 무한대에 가깝다거나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몰라도, 평범한 예비 부부는 모아온 현금 대부분을 털어 집을 마련하고 결혼식을 준비한다. 집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탓에 은행의 문을 두드려 거액의 대출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0에 가까운, 혹은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신혼부부 앞에 당장 ‘2인분의 경제’를 꾸려가야 한다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놓인다. 결혼 전까지 부모님께 생활비만 드리며 살아온 사람은 ‘세상에! 이렇게 자잘한 것들까지 지출이 필요하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반면 자취 생활을 해오던 사람에게는, 내가 벌어 온전히 나 혼자 쓰던 돈을 남과 나눠야 한다는 게 영 어색하다.


변화에 적응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나가고, 두 배로 늘어난 경조사와 이런 저런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는 없는 이 때가 돈 모으기 가장 좋다는데, 두 사람이 함께 버는 만큼 수입은 늘어난 느낌인데도 정작 모이는 돈은 많지 않다. 저축이나 투자도 해야 하고, 자녀계획, 내 집 마련, 노후 대비도 해야 할 텐데 막막하기만 하다.


출처 : 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주변 신혼부부들의 돈 관리를 살펴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경제에 밝고 관심이 많은 사람이 ‘경제권’을 갖고 전적으로 관리하는 경우다. 한 쪽의 월급을 다른 쪽에 모두 보내고, 한 사람이 돈 흐름을 도맡아 관리하는 것이다. 공통 지출을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용돈을 책정해서 쓴다. 아예 결제 내역도 서로에게 가게 하고,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오픈해서 모든 것을 공유하기도 한다.

반면 수입의 일부만 공금으로 합쳐 모은 뒤 공동 지출은 그 안에서 나가게 하고, 나머지 월급은 각자 관리하는 부부도 있다. 부부 공통의 영역과 그 외의 영역을 구분해 두는 셈이다.


출처 : 채널 A <애로부부> 방송 캡처


우리 부부는 후자에 가깝다. 결혼 준비를 시작함과 동시에 비슷한 금액을 내서 전세집을 구해 같이 살았기 때문에 식 전부터 경제 공동체가 됐다. 그 때는 아직 완전한 부부가 아니라 아예 월급을 합치지는 않았고, 일부는 생활비로 모아 남편이, 일부는 결혼자금으로 모아 내가 관리했다. 결혼식 후에 월급을 합치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혼식까지 꽤 오래 이렇게 살아서 익숙해져 버린데다, 수입 중 큰 부분이 대출 상환에 쓰이게 된 터라 1년 정도 더 공금 각출의 형태로 살기로 했다. 돈이 있으면 다 써버리는 성격인 나보다는 남편이 더 돈 관리에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공금 관리는 남편이 맡았다.


이렇게 약 1년을 살아본 소감은? 


편하다. 정해진 금액을 공금 계좌로 보내고 나면 내 보험료, 교통비, 핸드폰 요금 등 고정 지출을 제한 나머지가 내가 쓸 수 있는 돈으로 남는다. 물론 공금 비중이 높다 보니 그 액수는 일반적으로 용돈에 책정되는 금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다. 소소하게 쇼핑을 하거나 주식을 몇 주 사거나 할 때 쓸 수 있는 정도다. 어떻게 하면 지출을 더 줄이고 이걸 쪼개서 비상금용 적금이라도 넣어 볼 수 있을까 싶은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남편은 어떤가 하면, 호시탐탐 내게 경제권을 넘기려 한다. 본인은 월급 다 보내고 딱 용돈만 받아 써도 상관 없단다. 주유비를 비롯한 차량 유지비와 반려동물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내 카드로 결제되어 공금에서 먼저 제하고 보내는데, 그 외의 모든 공동 지출(집 대출 원리금과 각종 공과금, 식비와 생활 소품 구입 비용, 정수기며 TV, 인터넷 비용까지)이 얼마인가 확인하고 때맞춰 나가도록 관리하는 게 그의 몫이다. 공금 외에 본인에게 남는 돈도 얼마 안 되지만 어쨌든 관리해야 하니 부담도 되고 머리가 아프겠지. 하지만 예상대로 꼼꼼하고 철저해서 가정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


출처 : tvN <아는 와이프> 스틸컷


소득이 비슷한 1년차 신혼부부의 돈 관리는 이렇다. 1년 간 살림을 꾸려 보니, 경제권을 전적으로 쥔다는 게 주도권을 갖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닌 것 같다. 부부의 모든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막중한 책임은 있는데, 어디까지나 부부 공동의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돈을 써야 하니 마음대로 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상대적으로 가정 경제에 관심이 덜해진 다른 한 쪽이 돈 관리에 드는 노력은 몰라주고 ‘왜 모은 돈이 적냐’, ‘왜 이렇게 지출이 많냐’며 잔소리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마 우리 부부는 ‘돈을 모으려면 돈을 합쳐야 한다’는 다수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앞으로도 일부 공금, 일부 각자 관리의 형태를 지속할 것 같다. 돈 관리를 누가 맡느냐, 통장을 합치느냐 마느냐 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부 두 사람이 돈에 대해 같은 가치관을 갖는 것, 공통의 재무 목표를 세우는 것, 그리고 수입과 지출을 포함한 가정 경제의 흐름이나 재테크에 대해 끊임 없이 대화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솔직함이 필수고. 그러니까 여보! 1년만 더 고생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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