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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r 07. 2022

궁합이 영 별로라는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

모든 것은 결국 믿기 나름이다


남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J는 요즘 고민이 많다. 얼마 전 남자 친구와 장난스레 보러 갔던 사주 카페에서 고민이 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신경이 쓰이는 말을 듣고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던 J는 친구 H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자 H는 자신도 요즘 일이 잘 안 풀려 마침 사주나 운세를 보고 싶었다며 이번 기회에 어디든 유명한 곳에 같이 가서 다시 한번 사주를 보자고 권했다. 그렇게 J는 다시 한번 H와 사주를 보러 갔고, 첫 번째로 방문했던 곳에서와 비슷한 말을 듣게 되자 끝내 낙담하고야 말았다. 과연 J는 어떤 말을 들었던 것일까?



처음 J가 남자 친구와 찾아갔던 사주 카페에서 그녀는 소위 ‘선생님’으로부터 “지금 남자 친구 하고는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J와 남자 친구의 생년월일시를 듣고 종이에 숫자와 한자 따위를 마구 갈겨쓰던 그분은 별안간 바짝 날카롭게 깎은 연필을 탁- 하고 내려놓더니 대뜸 J가 지금으로선 결혼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혼 생각 있어? 있으면 마음 접거나 나중에 느지막이 해. 팔자에 결혼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일찍 결혼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지장이 생길 거야. 그것 때문에 남편 하고도 트러블이 있을 거고. 그럼 가정이 평탄하겠어? 가정이 평탄하지 못하니 시어머니 자리에서 아가씨를 향해 구박이 날아올 거야. 그럼 또 남편하고 사이가 더 안 좋아지니 이혼 밖에 더 하겠어?”라면서.


평소 자신의 어머니는 남녀 차별 따위 절대 하지 않으시는, 언제나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분이실 뿐만 아니라 전문성 있는 커리어를 몇십 년 동안 유지하고 계시기에 여자가 일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던 J의 남자 친구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굉장히 당황해했다. 나아가 J의 남자 친구는 일면식 한 번 없는 자신의 어머니를 두고 ‘시집살이시킬 시어머니’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붙인 데 대해 기분 나쁜 티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기꾼한테 잘못 걸려서 괜히 기분만 잡쳤다며 한 귀로 듣지도 말고 그냥 흘려버리자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J는 궁합과 결혼 문제 외에 전반적인 사주 풀이에서 맞아떨어지는 것들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선생님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다며 머리를 싸맸다. 그렇게 고민하던 끝에 한 사람 말만 듣고 지금 남자 친구와의 미래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 J는 H와 함께 다시 한번 유명하다는 곳에 사주와 궁합을 보러 갔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어도 결국 처음 갔던 곳과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 중에는 좋지 않은 것, 후회되는 것들이 확률적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과거를 돌아볼 때면 자연스럽게 지나간 일을 후회하며 앞으로는 같은 실수나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때론 사주, 운세, 궁합과 같은 것들에 기대게 만들기도 한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특히 고민이 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이 불러올지도 모를 부정적인 결과가 두려워 스스로 결단 내리기를 주저하고 이때 듣게 되는 누군가의 확신 어린 조언은 마치 필연인 것처럼 우리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잘 되던 가게를 확장 이전할 때 이전 가게의 네 모서리에 있는 먼지를 조금씩 긁어 모아 새 가게의 모서리에 그대로 가져다 두거나, 중요한 시험을 보기 전에 합격운이 높은 날을 골라 원서 접수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해놓은 행동 양식과 룰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J의 고민도 마냥 이해하지 못할 것만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결혼은 제2의 인생의 서막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길 원하고 이것은 결혼 생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아무리 이혼이 큰 흠이 아닌 시대가 되었고 편부모 가정, 사실혼(동거)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함’이라는 기준은 늘 존재한다. 사람들은 늘 평범하고 평탄하게 살아가길 원하기에 J 또한 애초에 궁합이 잘 맞고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적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 사람과 나는 특별하기에 우리 관계가 영 잘못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에 대한 ‘대리 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녀가 원하는 것과 정반대였다. 별다른 방법이 없기에 오히려 고민이 깊어졌다.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믿을 것인지는 결국 온전히 내 선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스스로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더불어 궁합을 믿거나 믿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 뒤에 찾아올 어떠한 결과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을 용기를 갖는 것, 이 두 가지뿐이지 않을까?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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