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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Feb 17. 2020

기다려줄 시간이 아니잖아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다 보면 많은 강사나 작가들이 하는 말들 중에 청강자와 독자들에게 가장 자신의 이야기이거나 힐링이 되는 마음의 소리가 있다. 요즘같이 마음에 위로나 휴식처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울림이 있는 소리 중 하나, '나 자신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라'라는 이야기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들어본 대부분의 강연에서, 그리고 최근 출간되는 많은 에세이에서 이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을 자주 봐왔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너무 막연하지만, 강연과 책을 통해 듣거나 읽다 보면 지금까지 그렇게 못 해 온 것에 대한 자신에 대한 책망과 뉘우침을 느낄 때가 많다. 물론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도 막막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나를 포함한 지금의 기성세대들과 과거 우리의 아버지 세대에서는 먹고살기 바빠서, 고단해서 나를 사랑하는 권리나 의무, 방법에 대해서 누구에게서도 배우지 못했고,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하면서 자랐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위로나 힐링이라는 주제나 테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당장 성장해 나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표면적으로 가장 자주 말하는 한 단어가 '자존감' 일 정도로 '자신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라'라는 이야기는 우리의 처진 어깨를 토닥이고, 당신의 숙여진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가장 큰 위로의 한마디이다.


 그럼 도대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 투자나 경제적 투자에 무척이나 인색하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정작 나조차도 나의 가족을 위한 투자에는 아낌없어도,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진 않는다. 물론 나는 최근 수년간 아내의 강압적인 조언으로 나를 위해 제법 많은 투자들을 해오고 있는 듯하다. 

 작년 봄에 날 위한 작은 서재를 꾸몄다던가, 가을엔 혼자만의 제주 올레 여행을 다녀온 일이라던가. 아내의 배려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에 대한 작은 기쁨을 누리며 삶에 힐링이 될 만한 방점을 작게나마 찍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분들을 보면 이런 사소한 작은 기쁨조차도 못 느끼고, 반복되는 일상과 회사 생활에서 오는 무기력 등을 가끔 있는 회식자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술과 수다로 털어내는 게 고작인 분들이 많다.

 

 과거 어떤 토크쇼에서 방송인 '김제동'씨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자신을 위해 하루 1시간을 써보라는 이야기. 하루에 1시간이 작은 시간 같지만, 1시간이 매일매일 모이다 보면 1년 기준으로 365시간(15일 2시간)이 되고, 10년 기준으로 보면 152일이 넘는 시간이다. 작은 것 같지만 큰 행복을 줄 수 있을만한 시간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작은 시간이 모여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이 되고, 지루한 일상의 탈출구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의욕을 잃고 삶을 포기하려던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난 작년부터 시작한 블로그에서 글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여러 이웃들의 응원을 받아 새로운 도전과 꿈을 향해 브런치 작가에 도전,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출간 작가의 꿈을 향해 매일매일 나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간은 내가 내게 희망과 즐거움의 '시간'이고, 가끔 다니는 혼자만의 여행도 포기할 수 없는 나만의 힐링 '시간'이고, 서점을 찾아 책 냄새 맡으며 좋아하는 책을 보는 '시간'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시간'도 꾸준히 내가 나에게 주었고, 앞으로도 줄 힐링과 여유의 '시간'이다.  적어도 시간의 소중함을 누리는 여유와 감사함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살아가며 모든 일에 ''가 있다고 한다. 그 시간, '때'라는 게 빨리 올 수도, 늦게 올 수도 있지만 그 '때'가 왔을 때는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말고, 그 순간을 부여 잡기를 바란다. 희망과 즐거움의 시간을 만끽하며, 인생에서 처음 혹은 몇 번 되지 않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을 누려보면 어떨까 한다. 매번 기다려 줄 것 같은 그 '때'가 지나쳐 버려 다시 못 올 수도 있으니,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거나, 생각이 났을 때가 적어도 그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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