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지, 혼자 너무 애쓰지 마

너무 잘하려다 즐기지 못한 여행의 아쉬움

by 추억바라기

"여행 가서 길을 헤맬 수도 있고, 계획한 대로 못 갈 수도 있지. 그러니 여행이지."




2018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첫 해외여행이었다. 여행 출발 2달 전부터 열심히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간 곳은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인 일본. 일본의 여러 도시들 중에서 우리는 여러 고민 끝에 원전하곤 멀고, 한국 사람들이 자주 가는 도시인 후쿠오카로 여행지로 결정하였다.
난 원래 성격 자체가 혼자 가는 여행에는 어느 정도 관대하지만 가족여행을 갈 때면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곤 한다. 사전 답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숙소의 후기, 돌아다닐 관광지의 코스까지 사전에 움직일 동선을 모두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함께 여행 가는 우리 가족들은 늘 이렇게 다닌 여행에 만족해했고, 이런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준비한 보람을 많이 느낀다.

2018년 일본 여행은 여행지를 결정하기 전부터 많은 정보를 찾아봤고, 여행지를 결정하고 나서도 3박 4일간의 모든 여행지의 동선을 짜 숙소부터 이동 수단, 식사할 곳 등 마치 패키지여행과 같이 시간별로 계획을 짜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여행 가기 한 달 전부터는 여행책자를 통해 확인한 정보와 비교하며 구경할 관광지의 장단점, 주변의 맛집, 숙소와의 거리 등 상세한 부분까지 비교해가며 준비를 해 나갔다.
사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게 아이들에게는 첫 해외 나들이인데 불편하거나, 걱정 없이 보고 싶은 것 맘껏 보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게 하면서 여행만 즐기고 올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컸었다. 2주 저녁을 이 여행 준비로 확인했던 정보를 또 확인하고, 확인하고 해서 사실 거의 모든 코스가 내 머릿속에 있을 정도로 준비했고, 마치 내가 여행 가이드라도 된 것처럼 나에게도 첫 일본 여행이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출발 당일 이른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모두 기상을 하고, 인천 공항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이른 새벽에 깨워서 그런지 설렘과 피곤함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나는 오히려 여행 전날까지만 해도 자신감 충만했던 나의 마음이 온통 사라지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여행지에서의 작은 변수, 사건 등으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스스로가 설레는 마음과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헷갈려하는 것 같아 개의치 않기로 마음먹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시간 20여분의 비행이 끝나고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고, 나의 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가는 듯했다.

미리 한국에서부터 숙지한 정보대로 지하철역으로 이동하여 일본 지하철을 탔고, 숙소까지 무난하게 도착하였다. 미리 예약해놓은 숙소(하카타 호스텔)로 이동하여 체크인 후 1일 차 관광을 시작했고, 1일 차 계획했던 여행 코스(도초지-쇼후쿠지-캐널시티 하카타-원피스 무기와라 스토어)를 무난(?)하게 구경하였다. 다만 생각보다 춥고, 비까지 내렸던 날씨 덕에 도보로 많이 이동했던 가족이 계속 걱정이 되었다. 아쉽다면 한국에서 봤었던 식당은 1일 차에는 가보지 못했고, 식사는 가까운 곳에서 먹다 보니 만족스럽지 못했던 듯하다.

여행 1일 차 후쿠오카 투어가 많이 힘들었는지 다들 일찍 잠이 들었고, 난 정작 2일 차에 후쿠오카에서 기타큐슈로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는 여행 코스여서 늦은 밤까지 인터넷 서핑에 여행책자를 계속 뒤적여 보며 우리의 여행 준비에 만반을 기했다.

2일 차 아침 가볍게 편의점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 후 후쿠오카 역에서 신칸센 고속열차로 고쿠라 역까지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이동 후 고쿠라 역 근처 숙소(다이와 로이넷 호텔)로 이동하여 짐을 맡긴 후 호텔 1층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2일 차 투어를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부터 계획했던 여행 코스(리버워크 기타큐슈-고쿠라성-단가 시장-러쉬&막스앤웹)를 계획대로 다녔고, 음식점도 찾아봤던 맛집으로 가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1일 차부터 우리의 식단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2일 차도 생각했던 야간 전망대와 저녁 식당 장소에도 가지 못하면서 나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사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모든 신경이 '다음 여행지는 어떻게 가야 하지?', '얼마나, 언제 가야 하나?' 등에 가있어서 정작 도착한 여행지를 즐길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곤두세웠던 신경증은 결국 저녁에 탈이 나 버렸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더니, 결국 먹은 음식이 체하고 말았다. 2일 차 저녁 이후에 난 줄곧 음식을 맛있게 즐기지 못했고, 그 좋아하던 맥주도 먹지 못했다. 약을 사서 먹었는데도 그 꽉 막힌 체증은 한국에 돌아와서야 내려갔다. 결국 3일 차 여행은 가이드 노릇이 전부였고, 이렇게 꽉 막힌 속은 오히려 가족들마저 불편하게 만들었다. 참고로 아내와 딸아이는 초밥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렇게 초밥 사랑을 외쳤기 때문에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아예 초밥의 성지로 하루 다녀오기로 맘을 먹었고, 그렇게 갔던 곳이 가라토 시장이었다.

다양한 초밥들이 많이 팔았고, 초밥 가게를 여기저기 다니며 먹고 싶은 초밥을 접시에 담아 식사가 가능한 테이블에서 먹으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전혀 먹질 못했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초밥을 제법 담긴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금액보다 많이 적게 먹은 듯했고, 그때 당시에는 내가 전혀 먹지를 못하니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에 끓어올랐던 식욕을 조용히 꾸욱 꾸욱 눌렀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날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 맛난 초밥을 아내와 딸아이는 만족스럽게 먹지 못했다고 볼맨 소리를 내곤 한다. 우리의 일본 여행은 이렇게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끝이 났고, 아내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마디를 건넸다.


"오빠, 살다 보면 준비한 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대로 안 되는 일들도 생길 수도 있잖아. 너무 혼자 모든 걸 책임지려고 그러니 힘들지. 여행 가서 길을 헤맬 수도 있고, 계획한 대로 못 갈 수도 있지. 그러니 여행이지."


나는 아내의 한 마디에 내가 왜 이렇게 초조했고, 긴장했는지 깨달았고, 난 가이드도 아니고 여행을 함께 즐기려고 왔는데. 여행은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고, 거기다 몸까지 아팠다. 내가 너무 잘하려고 애쓴게 오히려 가족들을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까지 미치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다음에는 함께 제대로 여행을 즐겨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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