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나를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내가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 내 아버지의 마음도 서운했을까

by 추억바라기

난 어릴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빠'를 '아버지'라고 불렀고, 그 호칭을 들었을 아버지의 기분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마흔이 되어갈 즈음 어느 날, 장가를 간지도 한참이 지났고, 아이도 둘이나 있는 친구가 자신의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가 갑자기 철이 들지 않은 미성년 같아 보였고, 생김새와는 다르게 많이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마흔이 다 되었는데 '아빠'라니 듣고 있는 친구의 아버지도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사실 언제부터였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아빠'라고 불렀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버지'라고 부르며 꽤 오랜 세월을 보냈었나 보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중,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라고 불렀던 듯하다. 나의 아버지가 권위적이거나, 연세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아버지라고 불러야 될 것 같았고, 사춘기 시절에는 아버지가 존경의 대상이면서, 어려운 분 중에 한 분이셨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엔 주변 많은 친구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걸 들으면서도 그렇게 많이 이상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라고 부르는 나도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그 맘 때에는 관심사가 다른 곳에 많이 가있었고, 부모님에 대한 호칭을 그리 귀담아들으며 신경을 쓰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머리가 커가면서 군대를 갔다 왔고, 학교를 복학한 뒤로 주변 친구들, 선배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으면 '몇 살인데 아빠가 뭐냐'라고 핀잔을 주거나 놀리기 시작했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동기들이나 선배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을 때면 '파파보이', '미성숙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조금은 얕잡아 보는 마음이 생겼었다. 시간이 지나 서른이 넘고 장가를 간 친구, 후배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들으면 불편한 마음까지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도 결혼을 하고, 어느덧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이렇게 시간이 더 흘러 나의 아들이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런 생각들에는 변화가 생겼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아직까진 나를 '아빠'라고 부른다. 내가 '아빠'라고 불리니까 아직은 아들과 꽤나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나의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 나의 아버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많이 컸구나보다는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부자간의 관계는 아무래도 모자 관계에 비해 조금 서툴고, 덜 가까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부계 사회라도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의미는 결혼을 해 출가하기 전까지는 절대적이고, 자식들을 위해 늘 희생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비해 아버지는 가장이라는 무게 아래 자녀들과 대화할 기회도 많이 없었을 테고, 최근에는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동참을 하지만 아직은 육아의 비중이 엄마들에게 높으므로 아이들과의 친밀도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난 어릴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빠'를 '아버지'라고 불렀고, 그 호칭을 들었을 아버지의 기분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다. '아버지, 제가 처음으로 아버지로 불렀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라고.

아들이 '아빠, 아빠'를 찾을 때 난 아들과 아직은 많이 격이 없음을 느끼고, 아직은 생각보다 많이 나이 들지 않았음을 기뻐하고, 아직은 자식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가끔은 그때의 나이 든 친구가 자신의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게 부러웠었던 듯하기도 하다. 나는 나의 아들이 늦게까지 나를 아버지라고 불러주기를 기대하며, 어느 날 찾아올 자식에게 불릴 내 다른 이름을 걱정하며, 그래도 지금은 '아빠'라고 불러주는 아들이 고마운 어느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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