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점심, 오늘도 팔을 걷어붙였다

눈 오는 오후, 추억의 음식을 요리해봤어요.

by 추억바라기

아침부터 쏟아붓다, 그쳤다를 반복하던 눈이 다 늙어가는 중년 마음까지 오랜만에 싱숭생숭하게 하는 휴일이다. 낮 시간 큰 아이와 아내는 외출을 했고, 딸아이와 둘이 집에 남아서 휴일 하루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 휴일은 식사 당번이 흔한 일이라 아침은 우리 가족 휴일 메뉴인 카레를 해서 먹었고, 점심은 청소하고, 환기 후에 둘째와 뭘 먹을까 고민하다 냉장고를 잠깐 들여다보고 '퍼뜩' 드는 생각, '그래, 그 메뉴면 간단하고, 포만감도 적어서 괜찮겠네' 싶은 음식을 하기로 했다.


'비빔 당면'


예전에 부산 여행을 갔다가 시장 구경하다 먹었던 그 음식, 정말 특이할 것 없는 재료로 특색 있게 한 음식으로 우린 그 날 이후 가끔씩 부산 여행 다녀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 '비빔 당면' 이야기를 곧 잘했다. 집에서는 자주 해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짧은 시간에 요리할 수 있는 장점에, 대단한 재료가 필요가 없는 , 말 그대로 있는 재료로 충분히 가능하다 싶어 오늘의 메뉴로 정했다.


우선 양념으로 쓸 초장(고추장 + 설탕 + 식초 + 참기름)을 만들고, 당면을 삶기로 했다. 집에 당면을 찾다 보니 '납작 당면'이 있어서 오늘은 이 '납작 당면'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 당면도 괜찮으니 굳이 납작 당면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납작 당면은 면발도 굵고 해서 물을 불위에 올리고 나서 바로 당면부터 넣었다. 일반 당면보다 2배 이상은 더 끓여야 되기 때문에 다른 재료 손질은 당면을 물에 넣고 나서 해도 충분했다.

냉장고 안에 있는 햄과 어묵을 꺼내서 가늘고, 길게 썰어서 한쪽에 뒀다. 당면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면이 익고 나서 우선 팬에서 건져서 서로 달라붙지 않게 물로 살짝 헹궈서 한쪽에 담아뒀다. 그리고 사용했던 팬에 기름을 살짝 둘러서 썰어 놓은 어묵과 햄을 강한 불에 잘 볶아줬다. 이렇게 볶아주던 햄과 어묵이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삶아뒀던 당면을 볶고 있는 햄, 어묵이 있는 팬에 함께 넣어 다시 한번 불에 볶아줬다. 이때 물을 살짝 부어서 당면이 조금 더 익게 볶은 뒤에 내놓을 그릇 안에 잘 담고, 샐러드용으로 사용하는 야채를 그 위에 올려놓았다. 야채까지 세팅이 끝나면, 양념장인 초장을 뿌리고 조금 더 고소하게 깨까지 뿌려서 요리를 내놓았다.

이렇게 내놓은 요리를 보고 딸아이는 얼굴 가득 웃음과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고, 잘 버무려 먹으면서 엄지 '척' 올려가며 맛있게 먹었다. 눈 오는 휴일 오후 부녀의 한 끼 식사는 이렇게 눈과 입이 즐거웠고, 이렇게 먹은 점심 사진을 아내에게 '카톡'으로 공유했더니 잘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난 아내의 칭찬에 춤을 추는 그런 남자다.


영희 씨, 다음에는 영희 씨 있을 때에도 맛있게 솜씨 발휘해 볼게요.



부산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추억은 아직 사진에도, 우리 기억 속에도 남아있지만 신기하게도 이 입도 그 부산 여행을 기억하나 보다. 펑펑 오는 눈 한 번 제대로 못 보고 이 겨울이 가는 게 아닐까 아쉬웠는데 갑자기 쏟아진 눈 덕분에 예전 추억과 추억의 음식을 소환하는 호사를 휴일 오후에 누렸다. 종종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지만, 이렇게 팔을 걷어붙이는 날이면 무언가 이유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닌 행복한 마음 하나로 가족의 입도, 마음도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하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드는 눈 오는 휴일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