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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Feb 22. 2020

코로나19가 가져온 내 삶의 작은 변화

송두리 째는 아니어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꽤나 혼란스러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 해마다 찾아오던 조류 독감도, 신종플루도 아닌 이름도 생소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 바이러스가 꽤나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나의 삶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내 삶에도 작은 변화가 불가피하게 생겨 버렸다.



좋아하던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난 영화관을 자주 찾는 편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을 때에는 많게는 한 달에 네 번도 찾고는 한다. 적어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주변 상영관을 찾아서 아내와의 영화관 데이트나 가족 관람이나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영화관에서 즐기고는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영화관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조금은 갑갑하고, 무료한 주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화관 출입을 못하는 아쉬움은 집에서 VOD 시청으로 달래고 있다. 하지만, 3월, 5월에 있을 "손승연", "변진섭" 공연은 이미 예매해 놓았는데 이조차도 포기해야 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여행 계획 세우는 즐거움을 버렸다.

  누군가 이야기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행은 설렘을 살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높은 삶의 방식이다"라고. 난 자주 떠나지는 못해도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고, 몸 구석구석 엔도르핀이 도는 느낌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차가 없는 나로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은 당분간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요즘은 여행의 '여'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 계획을 세우는 즐거움조차 포기하고 산다.



주말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외식도 당분간은 작별이다.

  주말이면 늘 전업주부인 아내의 일손도 거들 겸 매일 집밥만 찾는 우리 가족들에게 그래도 가끔은 남이 해주는 밥을 먹는 기쁨이 있었다. 주로 집 주변의 식당들 중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지만 그리 큰 동네가 아니라 이젠 자주 다녀 단골 식당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안 그래도 외식을 귀찮아하는 아들 녀석이 제대로 핑곗거리를 잡은 눈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분간은 외식을 하지 말자고 강하게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가족 모두가 그 주장에 선 듯 반박하며 나서지는 않는다. 이렇게 당분간 우리는 외식이 어려워졌다.



밀폐된 대중교통 안에서 난 영락없는 마스크 맨이 되었다.

  마스크 하기를 귀찮아하던 내가 이번 일로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는 나와 내 가족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답답함을 무릅쓰고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너무 답답하고 덥다. 퇴근길 지하철은 꽉 끼어가는 지옥철 수준이라 그 답답함은 극대화되어 조금만 더 오버하면 질식사하기 딱 좋은 상태이다. 언제쯤 내 침 냄새 안 맡으며 맑은 공기 마시며 출퇴근할 수 있을까?



집에 돌아오면 손 씻기는 기본이고, 폰 케이스와 봤던 책까지 소독제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원래 밖에 나갔다가 오면 손, 발을 닦는 건 기본이지만, 요즘은 그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청결을 스스로에게 강요한다.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 씻기는 기본이고, 벗은 옷은 베란다에 1일 이상 건조하고, 밖에서 사용했던 스마트폰과 폰 케이스를 분리해 스마트 폰은 물티슈에 세정제를 듬뿍 묻혀서 폰을 깨끗이 닦고, 폰케이스는 손 씻을 때 함께 깨끗이 씻어서 건조한다.  게다가 출퇴근 시 읽었던 책도 집에 들어오면 예외가 아니다. 책 겉표지를 손 소독제를 묻힌 휴지로 깨끗이 닦는다. 요즘 날 보면 청결 종결자가 따로 없다.



쓸데없이 주변에 관심 갖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에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누가 옆에서 부르지 않는 이상 주변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생긴 없던 버릇은 나조차도 당황할 때가 많아졌다. 지하철을 타면서 주변에 마스크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의식하며 바라보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생각지도 못했던 내 비난의 시선은 그분을 향한다.  마스크라도 안 한 사람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뜨며 속으로는 배려 없는 사람이라고 욕까지 한다. '코로나 19' 나의 평정심마저 무너뜨리고, 인간의 본성이 '성악설'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착해져야 하는데 걱정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와 어려움을 주고 있는 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언제 진정 국면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또한 지나고 나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 나에게도 많은 삶의 변화를 준 이 녀석이 정말 미운건 어쩔 수 없다. 나의 일상에도 조용히 영향을 주고 있는 이 녀석. 얼른 예전의 편한 일상으로 가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으로 더 이상의 큰 확산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다시 한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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