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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r 09. 2020

서른 살 버릇 못 고치고 평생 간다?

10년이 넘은 습관은 고쳐지기가 어렵다?

살면서 생기는 버릇이나 습관은 어떤 식으로든 삶에 영향을 줄 때가 많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내 몸에 익숙해진 순간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이나 파급효과는 무시할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습관, 버릇이 되어버린 행동이나 생각들이 있다. 이렇게 익숙해져 버린 행동들은 고치기가 쉽지 않고, 뼈를 깎는 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애써야 바꿀 수 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죽하면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겠는가.


 나에게도 이런 습관, 버릇들이 있다.


 세상 먹어본 모든 면을 좋아한다.

이런 습관들 중에 업무에 도움이 되는 메모 습관부터, 면 종류 음식을 좋아하게 된 식습관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며 습관이나 버릇이 되어버린 행동이 많다. 이 중에서도 면을 좋아하게 된 것은 결혼을 하면서부터이다. 사실 성장기 때나 결혼 전까지만 해도 짜장면을 제외하고는 다른 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아내를 만나면서 바뀌게 되었고, 라면이나 국수는 아내보다 오히려 내가 더 좋아하는 음식이 된 지 오래다.  아내는 소화력이 약해서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면 탈이 나지만, 아직도 TV에서 면 음식만 나오면 입맛을 다시며 젊었을 때만 해도 바로 라면을 끓이든, 국수를 삶든 했었다. 이제는 건강도 생각해야 하니 자제를 하는 편이지만 잔치국수를 삶는 날이면 나는 아내보다 더 큰 그릇을 차지하려고 애를 써야 했고, 어느 날인가부터 아내는 국수를 삶을 때면 항상 물어보곤 했다.  


 "국수, 얼마나 먹을 거예요?" 그럼 난 항상 같은 답을 아내에게 한다. "난 양 많이요~"

 이렇게 결혼 후 바뀐 식습관들로 인해 직장을 다니며 함께 식사하는 동료들이 점심 메뉴를 정하지 못하는 날이면 난 그 틈을 비집고 항상 내가 좋아하는 면 음식을 권한다. 전 직장 매니저는 퇴사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지금 만나도 '뭐 먹을까? 김 팀장은 면 좋아하지?' 얘기하며 아직까지 나의 음식 취향을 존중해 주곤 한다.

  나는 저녁식사에 반주를 즐긴다. 

 한 동안 건강 때문에 그 좋아하던 맥주도 먹지 않았는데,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줄면서 맥주 대신 막걸리를  입에 대기 시작했다. 맥주와는 다른 탄산감에 조금은 새콤달콤하면서 알싸한 그 '라이스 와인'의 맛에 한 동안 푹 빠져 버렸다. 얼마 전까진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주일에 4번은 이 녀석을 만났다. 몸을 쓰며 땀 흘리며 일 하시는 분들이 막걸리를 자주 찾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가족들과의 저녁식사에 만나는 녀석은 오늘 하루 수고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 같고, 이제는 20, 30대처럼 밖에서 만나는 친구도 줄어, 이렇게 밥상에서 만나는 녀석이 친구 같고 편하기가 그지없다. 하지만 아내에, 이제는 아이들까지 합세해서 내게 꽤나 눈치를 주기 때문에, 이 눈총에 죽지 않으려면 작별까지는 아니더라도 녀석을 조금은 멀리해야 할 듯하다.


 나에겐 약간의 강박증이 있다.

 항상 확인하고, 체크하고. 이런 강박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점도 또는 단점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의 이런 강박증은 혼자 진행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빠짐없이 꼼꼼하게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무언가 누락되거나, 빠트릴 틈이 없어서 스스로는 이런 업무처리 시에는 꽤 만족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를 이중, 삼중 체크하는 절차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 후배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체크하는 습관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숨조차 못 쉬게 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그래서 가급적 함께 할 때는 이런 성격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강박증은 집에서 오히려 더 심하게 나타난다. 가스 밸브를 잠그고도, 외출해서도 잠궜는지 또 확인하고, 전기 코드를 빼고도, 출입문을 나가다가도 다시 집으로 들어가 확인을 하는 일이 종종 있다. 또 사용했던 카드를 지갑에 넣었으면서도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시 지갑을 열어 카드를 확인한다든가 하는 행동을 종종 한다. 스스로도 피곤하지만 이렇게 확인하지 않으면 외출해 있는 내내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사소한 듯 하지만 이런 습관이나, 버릇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적잖이 영향을 끼치고, 좋은 습관이나 버릇들은 생활에 편리함이나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습관이나 버릇은 평생을 고치긴 힘들어도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도 해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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