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를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최근 불어오는 레트로 열풍은 무척이나 반갑다. 90년대 대학시절을 보내고, 97년 IMF를 힘겹게 겪으면서 90년대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지내왔다. 지금의 시절이 오기까지 나를 포함함 40,50대 세대들은 근 20여 년을 그렇게 달려왔다. 그렇게 즐겨 들었던 그 시절 음악들도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바삐 흘러가는 문화적 변화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많은 것들에 대한 수용으로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 시절 음악, 노래들도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노래, 음악들에 비해 꽤 촌스럽게 들렸고, 새로운 트렌드에 묻혀서 마음속에서, 기억 속에서 그것들의 자리를 비워야만 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변해가는 흐름에 무작정 맞추려던 시대적 흐름이 개인의 착오나 편견들이 불러온 취향의 단편임을 알게 되었고, 어린 시절 부모님 세대에서 그렇게 오래된 전통 트로트를 따라 부르시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난 이제 그 시절 부모님의 나이가 되었고, 문화의 다변화에 수용 가능한 수준만큼의 포용만을 해야 했고, 개인의 취향과 상관없는 문화적 추종은 자신의 추억을 비우고, 버려야 하는 문화적 치매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사람들은 '레트로'의 열풍에 푹 빠진 걸까?
레트로(retro)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하려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나, 미디어, 매체에서 사용하는 '레트로'의 의미는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으로 주로 복고주의, 복고풍을 의미한다.
최근 내가 자주 시청했었던 <슈가맨>이라는 예능이 있다. 이 <슈가맨>은 종전에 히트했었던 노래와 가수를 소환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시절 즐겨 들었던 노래를 그 당시 가수의 목소리로 무대를 채우고, 지금 한창 활동하는 가수를 통해 소환했던 과거의 노래를 요즘의 감성과 트렌드에 맞게 편곡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예능이다. <슈가맨>이라는 예능이 전달한 건 단순히 <슈가맨>이 방송되는 짧은 순간에 주는 즐거움이 전부가 아니었고, 과거의 노래가 예전 감성과 시절의 추억을 함께 소환하며 많은 사람들을 TV 앞에 앉히고, 빠져들 수밖에 없게 했다.
레트로의 열풍은 단순히 그 시절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만의 몫은 아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X 세대, 밀레니얼 세대, Z 세대까지 아우르는 소통의 장을 함께 가져왔다. 그래서 나는 레트로의 힘이 단순히 잠깐 스쳐가는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여 꾸준히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나는 Z 세대와의 소통이 단순히 현재의 대중문화를 알아가려는 '꼰대'들의 힘겨운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런 하나의 장르로서 레트로가 자리 잡으면 더욱 대중적인 콘셉트를 가진 폭넓은 소통이 가능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난 고등학생, 중학생인 아들, 딸을 둔 아빠다. 난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아이들이 즐겨 듣는, 좋아하는 힙합으로 소통하기 위해 '쇼미 더 머니', '고등 래퍼' 등을 함께 시청하고, 거기에 나오는 래퍼들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이야기하려고 힘겨운 노력을 해왔었다. 하지만, 이젠 우리 아이들과 <슈가맨>을 함께 보고, 응답하라 시리즈를 함께 보면서 그 시절 노래들을 이야기해주고, 음원도 찾아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아빠, 엄마의 그 시절 감성에 대해, 추억에 대해 아이들과 소통을 한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90년대 노래가 있을 정도로 이젠 세대 간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지금의 '레트로' 열풍이 난 반갑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