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학, 인문학에 빠지다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 를 추천합니다

by 추억바라기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작가 김정운 님이 아닌 인문학, 심리학 강사 김정운 교수의 TV 강의를 통해서예요.

처음 그의 강의를 들었던 나로서는 조금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KBS에서 강연한 '오늘 미래를 만나다'는 3부작 강연이었는데 "1부, 창조는 편집이다", "2부, 재미는 창조다" , "3부, 창조적 삶이란?"까지 모두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강의하는 강연자의 모습에 쏙 빠져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의 책을 사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만났던 책이 오늘 소개할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 책이에요.

http://m.yes24.com/Goods/Detail/14999766



그의 약력만으로도 범상치는 않아 보였어요. 문화 심리학자,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장에 '나름 화가(?)'.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2012년 그림을 그리겠다고 일본 교통사가 예술대학 단기 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하는 등 그가 보여주는 행보에서도 느껴지는 "Normal"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죠. 그가 쓴 책만 보아도 조금은 놀랍고, 충격적인 책들이 많아요 오늘 소개할 [에디톨로지] 이외에도 제가 2년 전에 읽었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 그가 집필한 책들도 눈길을 끌지 않는 제목이 없을 정도예요.



이 많은 책들 중에 오늘은 "편집"이라는 소재로 학문, 사상으로서의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책을 소개드려요.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이 되어있어요.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에서는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를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고, 2부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에서는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루어요. 마지막 3부 '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는 심리학의 본질에 관한 설명을 설명하면서, 개인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편집이 되었는가를 살펴보죠. 각 장의 구성만 보면 조금 많이 따분하고, 재미없게 읽힐 수도 있어요.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써 내려간 그의 글을 보면 조금은 안심이 될 듯해서 인용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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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서 '논의의 깊이'에 관해 참 많이 고민했다.

일단 무조건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책을 비롯한 모든 문화 콘텐츠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철학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쓸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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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부로 들어가는 순간 저는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첫 1부를 들어가면서 나온 페이지가 금발 외국 미녀의 전라 사진이었어요. 그것도 두 페이지 전체에 걸쳐 칼라로 나온. 일시정지인 양 책을 잠깐 덮지 못하고 멈췄다가 바로 두 번째 페이지를 여는 순간 작가의 글 때문에 다시 한번 당황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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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사진에서 솔직히 어디를 제일 먼저 보았는가? 세상 모든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한 곳을 쳐다본다.

여인의 배꼽 아래에 있는 그것, 아이팟이다. 수년 전 일본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지역을 걷다가 본 광고다. 멍하니 서서, 아이팟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실 아이팟을 본 것이

아니었다. 저 밑에는 도대체 뭐가 있기에······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특별히 음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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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솔직한 표현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나요. 첫 페이지부터 강렬하게, 인상을 주는 책은 많지 않죠. 인문학이라는 어려운 장르의 책을 재미있고, 흥미 있게 담으려는 그의 노력이 조금은 읽히더라고요. 그렇다고 이 책에서 모든 글들이 이렇게 자극적이지는 않아요. 위 글을 쓰고 나서 던진 속 테마가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얘기를 던지더라고요. 강연에서도 들었지만, 이 책에서도 있는 것처럼 작가는 편집이라는 기술을 학문으로, 사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 해요.

"창조는 편집이다" , "에디톨로지는 다시 말해 편집학이다" 등과 같이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편집의 사이클로 규명, 정의를 해요. 작가는 '낯설게 보기'를 통해 독창적인 관점을 갖는 법, 암기형 공부가 아닌 주체적 공부로 나만의 이론과 철학을 만들어내는 법 등 실제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에디톨로지 방법들을 소개해요.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세상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우는 일이라고 해요. 나와 다른 시선에 대한 관용과 이해를 전제로 하고, 세상을 보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야 하고,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작가는 얘기해요. 자기 계발서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나름 가끔 채찍이 필요할 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잘난 책(?)을 보며 반성하고,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해 자기 계발서를 가끔은 보게 되는데, 작가의 위의 말은 정말 와 닿을 듯 쉬이 인정하기 싫은 문구이기도 했어요. 읽었던 책들에 대한 부정이니 말이에요.

역시 책은 책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 가르쳐 주는 대로 나를 바꾸는 것은 정말 여러 관점에서 봐야 하는 어려운 행동들과의 약속 같아요. 책에서는 이 작은 주제를 가지고 알려진 여러 역사, 예술 등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예로 들어서 이해를 도와요. 관점을 이해하며, 얘기하면서 작가는 원근법을 중요하게 얘기하고 있어요.


또한 작가는 공간 편집에 따라 인간 심리가 달라진다고 얘기해요.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었을 때 이야기를 잠시 하던 작가는 한국의 주입식, 일방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식, 참여형 교육을 원했어요. 하지만 현실의 벽에 좌절하게 돼요. 흥미로운 토론 주제를 제시하고 자발적 참여를 독려했지만, 결국은 앉은 순서대로 이야기를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모두들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생각했고, 한국에서 토론식 수업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작가는 장소를 봄날 잔디밭에 나가 야외 수업을 해보니, 수업의 양상이 강의실과는 달랐다고 해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기 생각을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는 모습을 보며 공간 편집에 대한 작가의 의중을 알 수 있더라고요.


재작년에 일본 여행을 하면서 위에 있는 것과 같은 일본인들의 생활 방식을 조금은 봤었는데, 책을 미리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일본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태도, 일상에서의 공간 편집에 대한 문화적인 견해가 이해가 되더라고요. 책은 이런 대 주제들 안에 작은 소주제들 에피소드를 설명하면서, 조금 깊이 있는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다양한 견해차를 보이는 이야기들을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풀어나가요.

책을 읽는 동안 조금은 따분하고,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나름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책 구성 자체는 편집학(에디톨로지), 창조, 심리 등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마, 워드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자주자주 펴볼 수 있는 양식 같은 책으로 기억되네요. 개인적으로는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책이 더 재미있기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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