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제목만 봐도 궁금해서 읽어야 하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 정말?

by 추억바라기

나는 십오층에서 일층을 향해 중국집 배달원처럼 달려 내려갔다. 오층을 지나가면서 보니 엘리베이터 아래로 사람의 다리 두 개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한쪽 발은 신발이 벗겨져 있었다. 죽었을까 살았을까. 그때 내 앞으로 위층에 사는 사람들이 바삐 나를 밀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말쑥한 신사복을 차려입은 그들은 출근 중이었다.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끼여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무심히 지나치다니. 하지만 나 역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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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현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인 김영하 작가의 단편 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해요. 김영하 소설가는 다양한 작품을 출간하며 왕성한 집필활동도 자랑하지만, 여러 방송에서도 출연하여 만만치 않은 입담도 보여주면서 다양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김영하 소설가의 작품에는 「퀴즈쇼」,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오직 두 사람」등 많은 수의 소설과 최근에는 「여행의 이유」와 같은 산문집도 출간했어요.

오늘 소개하는 이 소설은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편마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현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풍자하는 이야기로 그려져 있다. 각 단편 별로 우연치 않은 사고에서 발생한 에피소드, 자극적 소재를 가지고 불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꼬집는 사회 풍자, 그리고 살인 사건에 얽힌 에피소드 등 다양한 시대적 모순을 꼬집고, 비꼬며 풍자한 소설이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서는 주인공 남자가 출근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엘리베이터에 낀 한 남성을 목격하고도 출근길에 오를 수밖에 없는 현실과 출근길 내내 어떻게든 사건 신고를 하여서 엘리베이터에 낀 남성을 구하려는 양심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생기는 이야기이다.
출근길 내내 엘리베이터에 낀 사람 구조를 위해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빌려 구조요청을 하려 하였고, 출근을 위해 승차한 버스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119 구조대원, 경찰들에게 구조 요청을 하였으나 모두들 자신의 일이 아니고, 관심이 없듯이 방관하고, 무시하는 시선들을 보고서 이 사회의 무관심과 집단 이기주의를 풍자하여 꼭 꼬집으며 얘기하는 작가의 한 마디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주인공 남자는 출근길 버스 사고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상황에서도 단지 버스 카드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않는 등 출근길 사고에 대한 타인의 안위나 걱정은 자신의 작은 기쁨에도 감출 수 있고, 잊을 수 있음을 비쳐주며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씁쓸한 기분을 준다.


종일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신경 쓰지만 결국 이 핑계, 저 핑계로 구조 신고를 하지 못하고 퇴근길에 오르게 되고, 퇴근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사고에 대한 궁금함을 타인들에게 물어보지만 타인들의 반응은 지금 이 남자의 행색에서 주는 불편함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한번 아쉬움을 남긴다.

"아,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2. 사진관 살인사건
3. 흡혈귀
4. 피뢰침
5. 비상구
6. 고압선
7. 당신의 나무
8. 바람이 분다
9.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여섯 번째 에피소드 '고압선'은 불륜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그 남자는 희한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여자를 사랑하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남자는 처음에는 흘려들었다. 그러나 점쟁이는 진지했다. 명심하십시오. 그저 하는 말이 아닙니다. 여자를 사랑하면…… 점쟁이는 그 대목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은 사라집니다.

죽는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사라집니다. 그냥 사라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지 마십시오. 그 남자는 점쟁이의 말을 곧 잊었다. 회사 일은 바빴고 사랑할 만한 여자도 없었다. 결혼생활은 평탄했다."

남자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결혼을 한 유부남이고, 그의 결혼생활은 말 그대로 평탄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어느 날 은행으로 그녀가 방문하고, 그녀가 대학 때 좋아하던 친구의 여자 친구였던 그녀임을 알고, 그는 결혼을 한 유부남임에도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녀와의 첫 약속을 하고 설레던 그 순간 그에게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그녀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는 점쟁이가 이야기하던 것과 같이 몸의 윤곽이나 얼굴은 희미해져 가게 된다. 마약의 금단현상과 같이 본인의 몸이 사라지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녀를 찾게 되고, 결국 본인을 다시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은 가지고 있던 평탄한 가정과 직장까지 잃게 되는 신세가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찾아간 곳은 탑골공원이었고, 갈비와 물김치가 먹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몰래 주워 먹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으로 마무리된다.
결국 불륜으로 얻어진 것이 몸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풍자되었지만, 현실에서 빚대어 보면 결국 세상의 차가운 외면과 누리던 가정의 행복마저 깨었다는 것을 풍자하고 비꼰 것이다.

위의 두 에피소드 이외에도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고, 때로는 풍자하여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작가의 시선으로 폭로한 짧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영하 작가의 짧지만 강렬한 이 단편 소설은 작가의 장편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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