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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Apr 20. 2020

나는 오늘도 꿈을 씁니다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꿈도 함께 성장하지는 않는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넌 꿈이 뭐야?


 어릴 적 어른들이 많이 묻는 질문들 중 하나였던 장래희망, 꿈에 관한 이야기는 귀에 딱지 정도는 아니어도 참 많이도 들었던 말이었다. 나도 어릴 적에 같은 질문을 받고 자랐고, 지금은 우리 아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곤 다. 물론 어릴 적엔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꿈이라는 게 무엇인지 인지하기 시작할 때쯤부터 난 막연하게 '제빵사'를 꿈꿨다. 처음 갖게 된 꿈이 왜 빵을 만드는 직업이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빵'이 너무 좋았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난 아내에게 가끔 그 '제빵'에 대한 중년의 꿈을 얘기하고는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조금 더 나의 꿈은  자주 바뀌었던 것 같고 처음 선생님이 물어봤을 때에는 그 시절 많은 아이들이 희망하는 꿈 중에 하나였던 과학자였다. 그때 가졌던 꿈을 모든  아이들이 이루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마어마한 과학 강국이 되었을 것이고, 위성도 다른 나라보다 먼저 띄웠을 것이고, 우주 비행선도 수 차례 발사했을 것이다. 물론 노벨상도 수상자를 여러 차례 배출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했었고, 과학 경시대회와 같이 학교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과학 관련 행사가 많아서 더욱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과학자의 꿈을 접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면서 그 꿈은 상황에 맞춰서 변화되어 갔다. 어느 날엔 선생님이 되고 싶다가, 어느 날에는 기자가, 또 어느 날에는 회사의 사장이 되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 꿈이 바뀌어가며 그때의 난 바뀌는 꿈만큼이나 나 자신도 여러 번 성장을 거듭해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꿈을 성장하고 발전시키는 건 나의 성장과는 무관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입시라는 트랙 위 출발선에 올라서면서 거듭해 오던 꿈의 변화도, 나의 성장도 멈추어 버렸다.


  20세기를 살면서 내가 느꼈던 통증을 30년이 다 지난 지금도 환경만 바뀌었을 뿐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겪고 있는 현실이다. 하루하루 입시전쟁, 취업전쟁에 노출되어 초등학교 때부터 꿈조차 제대로 꿔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공허함과 쓰라림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앉고 가야 하는 숙제이지 싶다. 그나마 꿈을 꿨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에 지치고, 뒤쳐져 쓰러지며 꿈은 바래지고, 퇴색되어 갈 것이다.




 '넌 어느 대학에 다니냐?', '회사는 어디세요?', '공무원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세상의 시선은 온통 관심 있는 간판에만 쏠려있고, 좋은 대학과 회사가 그들의 인생에 전부인양 과거에 묻혀버린 꿈의 그릇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내려앉아서 아무도 찾지 않게 되었다. 난 30년을 넘게 내 꿈을 잃고 살아왔다. 늦은 나이에 들여다본 내 마음속에 꿈은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깊은 곳에 숨어서 아니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게 된 듯하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았을 거라는 기대를 가져봤지만 막상 찾을 수가 없어서 가는 세월에 한탄하고, 나오는  긴 한 숨뿐이다.


 그래서  더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것 같다. 작년 3월부터 블로그에서, 그리고 11월부터는 브런치에서. 특별한 일이 없고서는 일주일에 여섯 개의 글을 쏟아내고 있고, 어느덧 써 놓은 글의 수도 160개를 넘었다. 언젠가부터 글은 나의 새로운 희망이자 꿈이 되었다. 마치 잃어버린 내 어릴 적 꿈들에 대한 보상인 양 어느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던 글쓰기에 몰입하고, 그 글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꿈이 이뤄지고, 희망이 현실이 되면 좋겠지만, 끝이 멋지게 매듭 지워지지 않을지라도 지금의 열정에, 희망에 내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드리워지고, 즐거움에 웃음도 나온다. 앞으로도 새롭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꿈이 생겼음을 늘 감사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나의 멈췄던 꿈이 다시 성장하게 됐고,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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