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캠페인에 참여는 하고 싶은데 막상 아이디어도 없고, 일러스트나 그림, 사진엔 소질이 없어서 고민하다 우리 집 반려어 대장(바나나 시클리드)이 생각나 펜 업을 이용해 드로잉을 해봤어요. 자신의 평균 수명을 훌쩍 넘어 꽤나 오래 함께해서 이젠 저도 알아보는 거 같아요.
참여 날짜를 잘못 알아서 13일 밤에 작업은 해 놓고, 오늘에서야 발행하네요. 그래도 저희 집 가족 같은 녀석을 소개한다는데 의미를 두려고요.보잘것없는 실력이지만 열심히 드로잉 해 봤어요. 4년 전 제 생일에 다른 열대어들과 함께 제 곁에 온 시클리드 어종(바나나 시클리드) 중 하나예요.
처음 왔을 때는 치어일 때 와서 어른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였는데 지금은 어른 손바닥 반만큼 컸어요. 처음엔 합사 어종을 몰라서 시클리드 10여 마리와 다른 열대어를 넣었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죠. 시크리드가 커가면서 공격성이 강해졌고, 이유도 모른 채 함께 키운 테트라 종류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서야 함께 합사 하면 안 되는 걸 알고 부랴부랴 시클리드 어종만 분사하여 키울 어항을 추가 구매했죠.
그 뒤로 꽤나 오랫동안 새끼도 낳고, 그 새끼도 성어가 되고 2년을 넘게 살다가 한 마리, 두 마리씩 생을 마감하더라고요. 이렇게 모두 제 곁을 떠나고 이 녀석만 남아서 긴 시간을 함께하고 있어요. 만 4년이 되었으니 시클리드과 평균 수명의 두 배를 살고 있고, 이렇게 혼자된지도 2년 가까이 되고 있어요.
성격이 공격적이라 다른 물고기와 합사가 어려워 아래 사진처럼 어항을 따로 분리해서 다른 종과 분리해 키우고 있어요. 요즘은 녀석도 늙었는지 자주 배 깔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자주 봐요. 마음은 아프지만 녀석에겐 그리 긴 시간이 남지는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기념 삼아 이렇게 드로잉을 해 봤어요. 딸아이가 옆에서 영정 사진으로 쓰려고 그리냐고 묻더라고요(하하). 생을 마감하면 녀석을 묻을 묘 자리도 봐놨어요. 흙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내가 열심히 가꾸는 아파트 화단에 묻을 생각이에요.
퇴근하고 오면 기특하게도 이렇게 혼자 씩씩하게 잘 지내는 대장이 요즘 특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 몇 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기 힘들어하는 우릴 보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