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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Apr 15. 2020

자발적 싱글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싱글

사회적 거리두기 우리를 위한 약속입니다.

브런치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참여는 하고 싶은데 막상 아이디어도 없고,  일러스트나 그림, 사진엔 소질이 없어서 고민하다 우리 집 반려어 대장(바나나 시클리드)이 생각나 펜 업을 이용해 드로잉을 해봤어요. 자신의 평균 수명을 훌쩍 넘어 꽤나 오래 함께해서 이젠 저도 알아보는 거 같아요.

    참여 날짜를 잘못 알아서 13일 밤에 작업은 해 놓고, 오늘에서야 발행하네요. 그래도 저희 집 가족 같은 녀석을 소개한다는데 의미를 두려고요.  보잘것없는 실력이지만 열심히 드로잉 해 봤어요. 4년 전 제 생일에 다른 열대어들과 함께 제 곁에 온 시클리드 어종(바나나 시클리드)  중 하나예요.


   처음 왔을 때는 치어일 때 와서 어른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였는데  지금은 어른 손바닥 반만큼 컸어요. 처음엔 합사 어종을 몰라서 시클리드 10여 마리와 다른 열대어를 넣었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죠. 시크리드가 커가면서 공격성이 강해졌고, 이유도 모른 채 함께 키운 테트라 종류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서야 함께 합사 하면 안 되는 걸 알고 부랴부랴 시클리드 어종만 분사하여 키울 어항을 추가 구매했죠.


   그 뒤로 꽤나 오랫동안 새끼도 낳고, 그 새끼도 성어가 되고 2년을 넘게 살다가 한 마리, 두 마리씩 생을 마감하더라고요. 이렇게 모두 제 곁을 떠나고 이 녀석만 남아서 긴 시간을 함께하고 있어요. 만 4년이 되었으니 시클리드과 평균 수명의 두 배를 살고 있고, 이렇게 혼자된지도 2년 가까이 되고 있어요.


  성격이 공격적이라 다른 물고기와 합사가 어려워 아래 사진처럼 어항을 따로 분리해서 다른 종과 분리해 키우고 있어요. 요즘은 녀석도 늙었는지 자주 배 깔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자주 봐요. 마음은 아프지만 녀석에겐 그리 긴 시간이 남지는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기념 삼아 이렇게 드로잉을 해 봤어요. 딸아이가 옆에서 영정 사진으로 쓰려고 그리냐고 묻더라고요(하하). 생을 마감하면 녀석을 묻을 묘 자리도 봐놨어요. 흙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내가 열심히 가꾸는 아파트 화단에 묻을 생각이에요.  

   퇴근하고 오면 기특하게도 이렇게 혼자 씩씩하게 잘 지내는 대장이 요즘 특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 몇 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기 힘들어하는 우릴 보면 말이죠.


 여러 분 2년을 이렇게 혼자 지내는 녀석보며 우리 조금만 더 참아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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