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저녁 식사 후 우린 TV 앞에 앉아서 늦은 저녁시간에 하는 예능을 봤어요. TV에는 옥탑방에서 상식 문제를 풀면서 토크하는 지식 예능 토크쇼인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나오고 있었어요. 프로그램은 끝나가고 있었고, 여덟 번째 문제로 때마침 '직무급제'라는 제도를 설명하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었어요.
출제 문제 : '이 제도' 시행 후, 젊은 직원들의 만성적인 불평이 사라졌으며 업무 능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2030 세대들에게 환영받고 있는 '이 제도'는 무엇일까?
참고로 '직무급제'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아닌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책임 강도 등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제도인데, 최근 워라밸 문화가 정착되면서 많은 일에 합당한 많은 보수를 받던지, 적은 보수라도 쉽고 편한 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무급제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고 하네요.
TV에서 정답과 함께 위의 내용과 비슷한 설명을 해주었고, 조용히 듣고 있던 딸아이가 내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더라고요.
"아빠, 아빠는 직무급제가 아빠 회사에 적용되면 좋아지는 거야? 아님 나빠지는 거야?"
딸아이의 갑작스러운 말에 적잖이 당황했고, 지금의 내 모습에 조금은 뜨끔해서 무어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리고 있었죠.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내는 저 대신 딸아이에게 차분하게 설명해줬어요. 제가 상처 받지 않게 설명하려고 더 애쓰는 듯했어요.
"당연히 지금 아빠한테 적용하면 불리하겠지. 아빠는 3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잖아. 아마 그때 적용되었으면 아빤 억대 연봉을 받지 않았을까? 지금은 네가 보더라도 아빠가 저녁도 우리랑 항상 같이 먹고, 일찍 퇴근하잖아. 그때보다는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거겠지."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눈치였고, 무언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조심스레 내게 한마디를 더 하더라고요.
"아빠는 일 좋아하잖아. 그런데 왜 요즘은 일을 많이 안 하는 거야? 늦게 퇴근도 안 하고."
전 잠깐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잠시 뒤에 예전에 워커홀릭처럼 일했던 시절이 딸아이가 한 참 성장할 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전 딸아이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미안함을 달랬어요.
"아냐, 딸! 아빠도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뽀로로 버전으로)
"아빠, 그렇게 하는 게 아냐.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크크."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이렇게 아쉬워하는 지금도 내일 생각해보면 그 흘러간 시간으로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제가 아닌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아쉬움이 남지 않게 가족들과 충실히 시간을 보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회 없는 삶은 없겠지만 후회하는 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오력을 꾸준히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