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무릎에 상처가 났다고 해요. 자신은 어디 부딪치거나 긁힌 적이 없는데 무릎에 빨갛게 줄이 갔다는 거예요. 아내와 저는 아이의 무릎을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빨갛게 줄이 간 흔적을 보고 웃는 부모를 본 아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우릴 보더니 이내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눈을 작게 뜨고는 툴툴거리기 시작했어요.
"엄마, 아빠는 딸이 다쳐서 흉 지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와요."
아내는 아이의 반응에 다시 한번 웃음을 보였고, 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죠.
"지수, 키가 좀 컸나 보네. 그거 상처가 아니고 살이 튼 거야."
우리 둘째는 성장기 때부터 늘 듣던 이야기가 있어요. '아이가 너무 말랐어요', '또래의 애들에 비해서 몸이 너무 작고, 말라 보여요'와 같이 아이는 신체적으로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에 비해 키도, 몸무게도 많이 작은 편이에요. 작년 감기 때문에 소아과를 찾았을 때까지도 표준 연령대별 키, 몸무게가 하위 5퍼센트 이하이니 말하지 않아도 다들 상상이 가실 거예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얼굴은 통통해서 여름이 아니고서는 어른들은 둘째 아이가 생각처럼 많이 말랐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해요. 이런 걱정 때문에 아내는 둘째 아이가 다니는 병원도 선택을 해요. 혹시나 병원에서 아이의 성장을 두고 왈가왈부하거나, 성장 검사를 권유하면 아내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요. 저희 부부가 이런 얘기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를 걱정해 진심으로 대하는 의사 선생님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이나 부모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 쉽게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게 싫어서죠.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와서도 처음 갔았던 소아과에서 아이의 성장 검사를 하자고 하는 통에 아내는 아이가 다닐 병원을 다시 알아봤을 정도죠.
딸아이는 특별히 약하지도 않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활동적이지도 않아요. 먹는 것도 편식이 거의없지만, 먹는 양은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오히려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어른 입맛인 아이는 좋아하는 음식들을 보면 영양이 골고루 갈만한 음식들이기 때문에 살도 잘 찌고, 키도 부쩍 커야 하는데 먹는 양이 적다 보니 아마도 성장이 더딘 것 같아요.
이렇게 딸아이의 성장이 걱정되니 아내는 틈만 생기면 아이를 꼬드겨 한약을 먹이려고도 하고,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딸아이가 찾는 음식이 있으면 무조건 먹이려고 하는 편이죠. 그렇게 노력한 결실이 이제야 나타나는지 딸아이는 부쩍 요즘 먹는 걸 찾는 것 같아요. 하루에 네 끼를 먹을 때도 있고, 밥 먹고 돌아서서 출출하거나, 입이 심심하다고 할 때가 많아요. 저희 집 아이들은 군것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아마 아이들 키우면서 아내가 습관을 잘 들여서 더 그런 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군것질도 딸아이에게는 예외예요. 무조건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가리지 않고 먹이는 편이죠.
이런 아내의 노력과 중학생이 되면서 맞는 교복이 없을 정도로 작은 키와 왜소한 몸이 아이도 현실적인 걱정으로 다가왔었나 봐요. 활동이 잘 없던 딸아이가 한 달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루 20분씩 홈 트레이닝을 하고, 부지런히 먹더니 이제야 결실(?)을 맺나 싶었어요. 그래 봤자 이제 겨우 30Kg을 넘기 시작했지만요. 하지만 아이는 키를 키우기 위해 그 좋아하던 젤리도 끊었고, 살을 찌우기 위해 먹는 걸 자꾸 찾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키와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아이 나름대로의 각오가 시작되었으니 옆에서 부지런히 응원하고, 맛있는 걸 열심히 사다 먹일 일만 남았네요. 키가 크느라 살이 튼 빨갛게 줄이 간 아이의 무릎이 너무 예쁘고, 대견스러웠어요. 이런 마음 세상 모든 부모들이 같은 맘이겠죠.
"지수야, 시작이 반이라고 했잖아. 한 달 정도 지났으니 벌써 반은 넘었겠다. 우리 딸 잘하고 있어. 파이팅! 이젠 성장 호르몬 활성화를 위해 잠자는 시간만 좀 당기면 되겠는 걸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