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포기하면 벌어지는 일

새로운 것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후회는 계속되겠지만...

by 추억바라기

익숙함만큼이나 편한 감정을 갖게 만드는 단어는 없다. 나에게 익숙함이란 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익숙함은 바꿀 수 없는 감정과 같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익숙함은 어떤 것들일까 생각해 봤다. 내 가족, 내 집, 내 친구들, 내 서재 그리고 내가 키우는 열대어.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머릿속에서 쏟아내려니 맴돌기만 하고, 쏟아져 나올 것만 같던 샘에서 메말라 버린 생각같이 내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젠 생소하게 느껴진다.


지금 하고 있는 내 일이 그렇다.

21년 차 IT 회사에서 기술직군에 종사하고 있다. 21년이나 비슷한 일을 해 왔으면 당연히 하던 일에 익숙해져 있기 마련이다. 이직으로 인해 회사는 종종 바뀌었지만 솔루션만 다를 뿐 하던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아 잠시의 서툴고, 어려웠던 업무도 이내 익숙해졌다. 하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하던 업무가 바뀐 일은 흔하지 않았고, 지금 맡아서 하는 일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익숙하지 않고, 업무에 쓰는 용어들도 낯설기만 하다. 언제쯤 익숙해질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요즘 같아서는 영원히 익숙해질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익숙함을 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자주 사용하던 전자기기를 바꾸거나 버리는 것에 인색해진다. 예전엔 스마트 기기를 새로 사거나 바꿀 때가 되면 마치 대단한 의식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택배가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배송 조회를 수시로 눌러서 확인했었다. 하지만, 이젠 사용 중인 스마트폰이 약정 기간이 끝나도 '아직 쓸만한데', '고장도 나지 않았는데' 등의 이유로 내 손 안의 익숙함을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


이런 익숙함은 일상에서도 여러 가지를 쉽게 포기하거나 바꾸는 일에 어려움을 준다. 다니던 미용실을 바꾸는 일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처음 머리를 자르러 갔을 때 어떤 스타일로 잘라달라, 앞머리와 옆머리는 어떻게 해달라 등과 같이 입맛에 맞는 주문을 하기도 까다롭지만 같은 이야기를 매번 한다는 것도 꽤나 지치는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헤어컷과 같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빈도수로는 여러 차례를 방문해야 그 익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어렵게 익숙해진 곳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고, 반복되는 불편함을 알고 있으면서 익숙함을 포기하기란 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익숙함은 편안함을 동반하지만, 게으름이나 도태함을 함께 동반할 수 있다. 익숙함을 너무 추구하다 보면 자신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매번 하던 일을 루틴이라는 틀 안에 가둬놓고 의식처럼 행하지만 정작 이건 익숙함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편견일 수 있다. 이런 루틴 한 업무나 일상에서 가끔은 벗어난 도전, 새로움을 찾다 보면 어느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활력이 생기는 즐거움을 가져볼 수도 있고, 우연히 나와 맞는 새로운 일을 찾을 수도 있다.


난 어느새 주변에서 꼰대라고 이야기를 들을 만큼의 경력과 위치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반세기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가지만 늘 새로움이라는 단어에 주춤하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을 공존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인위적일지라도 이렇게 습관적으로 'NEW'라는 단어에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까지 익숙함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일이 편하게 성큼 다가오는 어느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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