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현 님의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소개드려요
나는 눈을 감고 긴 여행의 처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집착을 벗어던진 내가 여행길들을 걸어가는 걸 상상했다. 마지막으로 바라나시에서 만난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집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나는 한없이 홀가분해진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불안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 환한 빛들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황홀했다.
"이보게, 젊은이. 내가 영국에서 안나푸르나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렸을 거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12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을까요?"
내 대답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 오기까지 30년이 걸렸다네."
할아버지가 안나푸르나에 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30년 전이었다. 잡지에 소개된 아름다운 안나푸르나에 반해 그 사진을 오려 액자에 넣어두고 저곳에 가야지라고 생각한 게 30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랜 소원을 이뤘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튿날 만난 할아버지는 한없이 슬퍼 보였다. 도대체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할아버지, 왜 그렇게 슬퍼하세요? 평생 오고 싶던 곳에 오셨잖아요."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이젠 너무 늙었어. 더 이상 올라가는 건 무리야. 방금 짐꾼과 이만 내려가기로 결정했네."
"그럼 시가는 어떤 식으로 피워야 해?"
"아이고, 이 친구야! 시가를 피우는 데 방법이 뭐가 있겠어? 자본주의식 멋을 버리라고. 어떠한 일을 어떠한 식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 따위는 버리라는 말이야. 시가는 말이지. 어떻게 피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냥 시가 자체를 즐기면 되는 거지."
아, 이게 바로 쿠바의 멋이구나. 나는 조심스럽게 셔츠 단추를 잠갔다. 쿠바의 멋을 알기에 나는 덜 섹시했고, 스페인어도 잘 못할뿐더러 어울리지도 않는 멋을 부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말이죠. 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두 분도 이렇게 여행을 떠나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결정에도 책임이 따른답니다. 아마도 그게 지금 그쪽 마음속에 있는 고민들과 두려움들이겠지요. 여행을 하면서 그걸 이겨낼 방법을 찾아보세요. 여행을 마치기 전에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이전보다 굳건해진 용기도 좋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좋고, 그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깨우치는 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아직 여행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생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참 그거 아세요? 여행은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끝마치는 것도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