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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y 26. 2020

둘째 태명 탄생의 비화?

아빠, 태명이 그게 뭐냐고

"아빠, 민자가 뭐야. 창피하게, 아잉~"




난 두 아이의 아빠다. 큰 아이는 고등학생, 둘째는 중학생. 큰 아이는 아들, 둘째는 딸이다.


남들은 100점 짜리라고 무척 부러워한다. 성별이 다른 아이들을 낳았으니, 부러움을 살만하다.  내가 낳은 건 아닌데(아내가 낳았으니), 암튼 나도 감사하고 있다. 든든한 아들에, 예쁜 딸까지 있으니.


대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태명을 짓곤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태명이 있다.  큰 아이를 가졌을 때만 해도 우리에게는 첫 아이였고, 아이가 생긴 것만 해도 신기하기만 했다. 우린 만 나이로는 서른이 되지 않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결혼도, 아이도 빠른 편이었다.


아이의 태명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고, 당시 보던 판타지 만화에 나오던 캐릭터를 좋아해 주인공의 이름을 아이의 태명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미르"  


용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뜻으로도 알겠지만 단순하게 불리는 어감뿐만이 아닌 의미로도 호감이 가는 태명이었다.  우린 '민수'라는 이름을 짓기 전까지 태명으로 아이를 불렀고, 17년이 지난 지금도 태명이 또렷이 기억날 정도로  태명을 짓고는 우리 부부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었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우린 둘째 아이의 성별을 모른 채 단순히 딸을 바라는 마음에서 태명을 여자아이의 그것으로 짓기로 했다. 큰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게 너무 감사했고,  첫째와의 연관관계를 생각해서 우린 둘째의 태명을 지었다.


 "민수 동생 민자!!!"


아내와 난 태명의 첫 글자는 큰아이의 이름 첫 자로 미리 정해놓고, 이름의 두 번째 글자를 여자아이면 무엇으로 지을까 고민했었다.  '숙', '순' , '희', '지' 등 많은 후보들을 떠올렸지만 우린 평생 기억에 남는 정감 있는 이름으로 정했고, 어차피 아이의 이름은 태어나서 다시 지을 테니 우리 부부에게만 귀엽고, 예쁘고, 오랫동안 기억될  의미 있는 이름으로 짓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탄생된 이름이 바로 '민자'


우리 딸아이는 언젠가부터 이 태명으로 우릴 무척이나 괴롭힌다.  왜 그 많고 많은 이름 중에 민자냐고, 민자가 뭐냐고 말이다.  예전에 태명을 물어볼 때 아이에게 얘기해 주지 말걸 그랬다. 이렇게 불평, 불만으로 괴롭힐 줄 알았으면 말이다. 오늘도 소파 끝자리에 앉아 예쁜 눈으로 날 흘기며 투덜대고 있다. 


그래도 난 좋다. 그 이름 '민자'.  입에 촤악 감기는 게 정감도 있고.  나중에 손자, 손녀가 생기면 지 엄마 태명이 민자라고 꼭 얘기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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