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크만의 책을 사랑하게 된 이유

서평 - 프레드릭 베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by 추억바라기
나의 기사 엘사에게.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 너를 두고 떠나서, 이 빌어먹을 암에 걸려서 미안해. 가끔 개떡 지수가 안 개떡 지수를 넘어서 미안해.
- 중략-
비정상이었던 거 미안해. 사랑한다. 우라지게 사랑한다.
- 에필로그 중, 540페이지 -




오늘 소개할 책은『오베라는 남자』로 우리나라에서 스타 작가로 이름을 알린 프레드릭 배크만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에요. 테러리스트 같은 할머니와 우라지게 짜증 나는 소녀가 이 소설의 두 주인공. 어마 무지 짜증 나게 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


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 11페이지 -


여기서 얘기하는 일곱 살짜리는 여주인공 '엘사'이고, 소녀에게 슈퍼 히어로는 그녀의 할머니이다. 촌철살인 한마디로 목덜미 잡게 하는 소녀, 엘사. 업무에 치여 일중독에 빠져버린 완벽주의자, 엄마. 누구든 미치게 만드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 할머니. 어느 날, 엘사의 하나뿐인 든든한 지원군 할머니가 마지막 안부 편지를 건넨다. ‘평범한’ 아파트에 사는 ‘대체로 평범한’ 주민들에게 전해진 편지 한 통,그 편지를 받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마법 같은 기적!



"할머니가 나더러 '나 원 참' 이라니. 경찰한테 똥을 던진 사람은 할머니잖아요."
"호들갑 좀 그만 떨어. 그러니까 꼭 네 엄마 같다. 라이터 있니?"
"저 일곱 살이에요!"
"언제까지 그걸 핑계라고 댈래?"
"아마도 여덟 살이 될 때까지요?"


- 17페이지 -


도무지 7살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할머니의 말투는 '오베라는 남자'에서 오베를 생각나게 한다. 무언가 해학적인 표현 같지만, 작가만의 유머 코드 정도로 이해하면 편하다. 할머니와 소녀와의 관계를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한 장면으로 보여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직 어린애라는 건 나도 알아. 마르셀! 하지만 다른 머저리들을 전부 다 합쳐도 걔를 못 따라간 다니까! 그리고 이건 내 유언장이고 자네는 내 변호사잖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엘사는 문 앞에 서서 숨을 참는다. 그러다 할머니가 "아직은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지!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하니까!"라고 했을 때 눈물로 축축해진 그리핀 목도리를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엘사의 귀에 들린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이거다.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하니까 내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알리고 싶지 않은 거야, 마리셀. 암 같은 거 걸리면 슈퍼 히어로가 아니잖아."


- 44페이지-


할머니의 생명의 불꽃은 꺼져만 가고, 할머니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7살 손녀 엘사에게만은 이런 모습으로 마지막을 정리하기가 싫은 듯 하다.그저 손녀가 자랑스러워하는 슈퍼 히어로, 초능력을 부리는 할머니로 남고 싶은 거다.


이 책은 가끔 장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들을 그린다. 하지만 읽는 독자들이 상기해야 할 점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7살 소녀 엘사라는 점이다. 동심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에는 언제나 비밀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동경하는 할머니는 일반적인 능력을 뛰어넘는 초능력의 소유자여야 함을. 이 글을 읽으면서 굳이 상황을 이해하여, 7살 소녀의 세상을 어른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그 자체가 동심파괴일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책이다.


할머니는 암 투병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지만, 할머니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장면에서는 소녀 엘사의 어린 마음이 조용하고 슬픈 파문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할머니와 소녀와의 비밀스러운 나라 미아마스에 가서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너희 할머니가 나를 가르친 게 아니다. 내가 ······ 가르쳐줬지." 괴물이 암호로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엘사는 숨이 가빠진다.
"아저씨가 ······ 아저씨가 ······ ."
바로 그 순간 경찰들이 너덜너덜해진 워스네 집 현관문을 닫은 뒤 떠나버리고 브릿마리가 격렬하게 항의하는 소리가 들린다. 엘사는 괴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저씨가 ······ 늑대소년이로군요."
그러고는 숨을 한 번 내쉬고 나서 암호로 속삭인다.
"아저씨가 울프하트로군요."
그러자 괴물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 163페이지 -


할머니의 마지막 안부편지, 평범한 아니 평범하지 않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에게 전하는 할머니의 마지막 안부 인사. "저기요, 초면에 실례인데요. 우리 할머니가 미안하다면서 안부 전해달라고 했어요." 소녀에게 아파트에 주민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자신과 할머니만 아는 비밀스러운 나라의 캐릭터들 판타지 장르 같지만, 소녀의 생각으로 빚어진 재미나고, 마법 같은 이야기들로 꾸며졌다. 소녀가 이야기하는 미아마스에는 이 울버하트라는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울버하트는 단순히 스쳐가는 캐릭터가 아님을 알게 되고, 소녀에게는 비밀스러운 이야기의 주요 캐릭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내가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는 거 알아.” 엘사는 엄마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댄다. “뭐든 다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엄마.” 둘이 하도 몸을 딱 붙이고 있어서 엄마의 눈물이 엘사의 코끝에 떨어진다.
“나는 일을 너무 많이 해. 절대로 집에 있을 줄 몰랐던 너희 할머니한테 그렇게 화가 났었는데 지금은 내가 똑같이 하고 있네…….”
엘사는 그리핀도르 목도리로 두 사람의 코를 닦는다.
“세상에 완벽한 슈퍼 히어로는 없어요, 엄마. 괜찮아요.”


- 509 페이지 -


일곱 살 소녀 엘사의 눈을 통해 케케묵은 가족 간의 갈등을 풀어내고 화해로 이끌어낸다. 그 대상은 할머니와 엄마, 엄마와 딸이 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오해로 등 돌린 이웃 간의 화해로 확장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과의 화해로 깊어지기도 한다.

'오베라는 남자' 이후 프레드릭 배크만의 두 번째 작품.개인적으로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가 저에겐 더 흥미 있는 작품이더라고요.작가의 작품들은 늘 따뜻함을 남겨주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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