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내내 난 그곳에 있었다

서평 - 이병률 작가의 『바람이 분다.당신이 좋다.』

by 추억바라기

청춘은 한 뼘 차이인지도 모른다.

모두 그 한 뼘 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도,

그 사람과 내가 스치지 못했던 것도······

청춘의 모두는 한 뼘 때문이고 겨우,

그 한 뼘 차이로

인해 결과는 좋지 않기 쉽다.

청춘은 다른 것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사랑으로도 바꿔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날의 쓸쓸함, #5


오늘은 이병률 작가의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소개드리려고 해요.


시인이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구성작가였던 이병률이 《끌림》에 이어 두 번째 여행 에세이. 여행을 하며 느꼈던 감성적인 사진과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 책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과 ‘사람’을 기다리는 쓸쓸하거나 저릿한 마음을 만나볼 수 있다. 목차도 페이지도 순서도 없이 마치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듯한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페이지마다 그가 생각하고 느꼈던 기록들을 담아냈다.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 그리고 사랑의 여행 이야기를 만나본다.


책은 여행 에세이라는 느낌보다는 감성 그 자체로 다가온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에서 보던 형식과 유사하게 사진들 분량의 페이지도 많다. 각 사진들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여행의 테마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글에서도 알 수 있지만 , 사진에서도 대부분의 사진에 사람이 나온다.


작가의 이야기 자체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여행지 곳곳에서 '사람'을 얘기하고 있다. 다만 작가는 여행지의 '낯선'과는 다른 익숙한 사람의 향기를 얘기하며,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느끼라고 던지고 있다.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합니다. 그건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조금씩 눈비가 뿌리고 있으니 어쩌면 잠시 후에 눈송이로 바뀌어 이 저녁을 온통 하얗게 뒤덮을지도 모르니 이곳 강변의 여관에서 자고 가기로 합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맥주를 한 병 마시는데 몸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네요.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술을 마시지 말라고 몸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럼요, 술은 정말 정말 좋은 사람이랑 같이 하지 않으면 그냥 물이지요. 수돗물.


11#,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


이리도 갑자기 , 이리도 뜬금없이 던져진다. 전혀 연결고리 없이 던져지는 이 책의 글들은 나름 생각을 비우고 책을 읽기 위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인 것도 같고, 정말 멋스러운 표현들이 입 밖으로 몇 번을 되뇌게 만드는 것 같다. 시인의 글이라 그런지 은유적인 표현들이 이곳저곳에 놓여서 가끔은 수필이나 에세이를 읽는 게 아닌 제법 긴 시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끌리는 것 말고

반대의 것을 보라는 말.


시를 버리고 갔다가

시처럼 돌아오라는 말.


선배의 그 말을 듣다가

눈이 또 벌게져서 혼났던 밤


나는 너를 반만 신뢰하겠다.

네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너를 절반만 떼어내겠다.

네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12#


마지막 작가의 글이 끝내 여운으로 머릿속을 스친다.


나는 이 말은 하지 않았다. 단 한 번 여행을 떠난 것뿐인데 이토록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여행도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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