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아름다운 천재들의 대결 알리바이를 깨라

서평 -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용의자 X의 헌신』

by 추억바라기

"이시가미는 하나의 대답을 자네들에게 제시했어. 그것이 이번의 자수이고, 진술 내용이야. 그 좋은 두뇌를 최대한으로 굴려 허점 없는 답을 고안해낸 거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대들의 패배를 뜻해. 자네들은 전력을 기울여 그가 제시한 답이 옳은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돼. 자네들은 지금 도전받고 있고, 시험당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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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책을 소개드리려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예요. 그의 책에는 여러 가지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어요. 단순히 추리소설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가 살아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책은 2006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이후에도 여러 번 다시 나왔어요. 최근엔 2017년에 새로 출간되었죠.


이 책을 원작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개봉할 만큼 흥미 있는 소재로, 구성 또한 탄탄하다는 걸 읽는 내내 느낄 수가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류승범과 조진웅, 이요원 주연으로 2012년에 개봉을 했었네요. 이 영화 나왔을 때는 독서에 취미를 갖고 있지 않았을 때라 영화 포스터는 기억이 나지만 책이 원작인지는 전혀 몰랐죠. 범인인 수학자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물리학자의 심리 싸움이 아주 볼 만한 책이에요.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둘은 대학 동창생으로 서로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는 사이인 동시에 라이벌 관계예요.


야스코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다츠의 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그것을 콘센트째 뽑았다. 한쪽 끝은 그냥 고다츠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코드를 들고 일어섰다. 미사토를 찍어 누른 채 울부짖는 도미가시의 등 뒤로 다가가 코드를 목에 감고 힘껏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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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모녀에게 찾아온 전 남편의 등장, 그리고 전 남편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우발적 살인으로 인해 모녀는 희망을 잃고, 체 정신을 수습하기 전에 갑자기 손을 내민 옆집 남자의 도움의 손길.


"만일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라면 난 아무 말도 않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럴 생각이 없다면, 혹시라도 내가 도울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예?"

야스코는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대체 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일단"

이시가미는 착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리로 가도 되겠습니까?"

"예, 아니, 그건 ······ 저, 곤란한데요."

야스코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솟구쳤다.

"하나오카 씨."

이시가미가 다시 이름을 불렀다.

"여자분 혼자서 시체를 처리하기는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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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할 여유도 없이, 바로 후~욱하고 들어온 옆집 남자의 도움으로 모녀의 살인은 은폐되고, 천재적인 수학자(이시가미, 옆집 남자)의 각본대로 모녀는 짜 맞혀진 알리바이와 깨질 틈 없는 각본으로 사건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시가미가 방으로 돌아오는데, 방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고 엷은 코트를 입은 키가 큰 남자였다. 이시가미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남자는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안경 렌즈가 번득이고 있었다. 형사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방, 아니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남자의 구두는 방금 산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경계하면서 다가가는데, 상대가 입을 열었다.

"이시가미, 반갑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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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앞에 한 명의 또 다른 주인공의 등장.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대학 동창생이자, 친구. 천재적인 물리학자 유가와 미나부였다.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천재 수학자와 형사 구사나기의 심리 싸움은 구사나기의 조력자인 물리학자 유가와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철옹성 같은 이시가미의 각본은

조금씩 틈이 생기고,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딱히 아무 말도 없었어요."

이시가미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까. 잘 알았습니다. 피로하신데 귀찮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구사나기는 머리를 숙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이시가미는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것은, 절대로 완벽하다고 믿고 있던 수식이 예상하지 못한 미지수 때문에 서서히 흐트러져갈 때 느끼는 감각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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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부터 되짚어보면, 살인과 전혀 관계없는 이시가미는 옆집 모녀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다만 이는 단순히 남녀 간의 관심과 호감을 넘는 무언가 경건함까지 들게끔 한 사건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가면, 이시가미가 왜 모녀를 위해 이런 큰 희생을 하였는지가 설명된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 중인 이시가미는 사실 대학 다닐 때만 하여도 천재적인 두뇌와 학업의 나름 성취를 이루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지 않을 듯했지만, 현실은 그를 대학에 남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고, 잠시 가족을 돌보기 위해 대학을 나왔던 일 때문에 원래 자리로 가지 못하게 되었다. 수학자로서 이루고자 했던 본인의 모든 꿈을 포기하면서 스스로를 포기하려던 그 순간에 그를 구원하였던 건 모녀였다.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눈을 한 모녀였다." " 수학의 문제가 풀려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본질적으로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시가미는 모녀를 처음 만났을 때 위의 느낌을 받았고, 모녀가 이사 와서 인사하러 온 덕에 인생을 새로 얻게 되었고, 행복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시체를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교묘하게 처리한들, 신원이 판명될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기는 어렵다. 설령 운 좋게 숨길 수는 있다 해도, 하나오카 모녀의 마음은 편하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발견될지 모른다. 두 모녀가 그런 고통을 당해야 한다니, 이시가미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야스코에게 평안을 주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건을 그녀와 완전히 분리해 버리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직선상으로 옮겨버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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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야스코 모녀가 어떻게 범인으로 밝혀질까?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으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이야기의 말미에 드러나면서 정말 충격이었다. 이시가미의 희생을 이해할 수 있는 독자들이 과연 있을까?




흥미진진한 추리물이에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명성 그대로 뛰어난 구성과 생동감 있는 캐릭터의 묘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반전까지. 추천 도서로 Pick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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