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랜 친구들이 봤으면 좋겠다

보고싶다 친구야

by 추억바라기

진정한 친구는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대학 다닐 때와는 다르게 친구라는 개념이 점점 없어져 갔다. 그나마 첫 직장에서 만난 입사동기들을 제외하고는 사회에서 만나 친구라고 할 만한 사이는 없는 듯하다. 물론 지금까지 편하게 형, 동생 하며 지내는 사회에서 만난 선후배들은 있지만 정말 속에 얘기를 다 털어놓고 허물도 덮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사이를 사귀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처음 직장 생활을 할 때만 해도 대학교 동창들과 번개나, 정모를 종종 하고는 했었는데 이게 어느 시점부터는 모임도 줄고, 이런 모임을 나가는 것도 점점 귀찮아지게 됐다. 오히려 회사 동기들이나 사회 선후배들을 만나는 시간이 늘었고, 그렇게 어울린 모임이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나고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하면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사회에서 일로 만난 선후배들도 자주 얼굴을 보지 않으니 조금씩 멀어지고, 멀어진 인간관계들이 익숙해졌다. 물론 가끔씩 만나면서도 편하게,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 공통점, 교집합이 있어야 얼굴을 봐도 익숙하고, 얘기를 해도 통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난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후배를 만날 때면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교집합도 없고, 공감도 적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내가 종종 농담 섞인 말투로 충고하는 이야기 중에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말을 한다. 사실 나는 일반적인 유부남의 사회생활과는 달리 집을 좋아하는 '집돌이'다. 물론 친구도 좋아하고, 모임에 나가면 재미있게 잘 어울려 논다. 하지만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고, 좋다. 그래서 아내의 충고를 귀뚱으로 듣지는 않아도 확실히 와 닿는 충고가 아니어서 형식적인 대답을 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번번이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집에서 혼자 외로움에 몸부림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사람을 사귀란다. 그것도 친구를. 자신은 나이 먹어서 계속 바쁠 예정이니, 자신과 놀자고 쫓아다니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말은 쉽지만 사람 사귀기가 어디 쉬운가? 그것도 이렇게 나이 먹고 사람 만날 기회는 더 없어져버렸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친구들이 요즘은 부쩍 더 생각이 난다.


진정한 친구는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이 있듯이 내게도 이렇게 오래된 녀석들이 있다. 정말 1년에 세네 번 만나는 게 고작인데도 중고등학교 때 어울려 다니며 친하게 지냈던 30년 숙성 우정의 힘이라 그런지 늘 볼 때마다 편하고 좋다.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녀석들이 어울리는 패턴 또한 일정해서 그다지 계산도 필요 없고, 행동이나 생각이 항상 예상 범위 안이다. 항상 변함이 없고, 서로 어울리는 철이 없는 그런 녀석들이다. 그래서 더 편하고, 좋은가 보다.


만날 때마다 해묵은 학창 시절 그리고 20대를 이야기하면서 늘 같은 레퍼토리, 같은 에피소드에도 항상 함께 울고, 웃는다. 남들과 이야기하면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인데 같은 시절, 같은 시간을 살아서인지 아니면 생생하게 함께 겪은 이야기여서 그런지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매번 같은 시절을 이야기하고,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렇게 함께 세월을 지내면서 항상 미안하고, 항상 고마운 게 친구들인 거 같다. 가족을 빼고 가장 가까운 그룹을 꼽자면 단연코 친구, 그중에서도 아마도 철없을 때 계산 없이 어울려 서로 간의 허물이나 흉도 우정이라는 이름의 추억으로 포장된 오래된 사이. 그게 친구인 것 같다.


오늘 녀석들이 보고 싶어 진다.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어머니 장례식 때 발인까지 와서 날 챙겨주던 녀석들 얼굴이 하나하나 그려진다. 벌써 6개월이 지났다. 2월 모임을 차일피일 미룬 게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났으니 시간 참 빠르다. 더 늙기 전에 더 자주 많이 봐야 할 텐데.


"보고 싶다, 친구들아. 코로나 잠잠해지면

모여서 옛날이야기하며 소주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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