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을 재단할 수 있다면...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 내 시간은 아름답다

by 추억바라기

시간을 재단하고 싶.


사람마다 기억의 깊이는 다르다. 어릴 적 오래된 기억부터 최근의 기억까지 사진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오래전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잊히고, 최근 기억만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알츠하이머라는 무서운 기억의 병으로 최근 기억들부터 살아온 자신의 기억들 모두를 지워가기도 한다.


행복했던 기억들은 저마다 다르다. 살면서 느껴왔던 행복의 순간들이 많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그 잠깐의 행복했던 순간순간이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고, 시련을 모른 체 행복한 기억만으로 살아오던 사람에게는 평소 행복했던 일상의 기억보다는 살아오며 겪었을 한 두 번의 아픈 기억이 오래오래 트라우마처럼 남을 것이다.


"시간을 재단할 수 있다면...."


내가 겪었던 경험들 중 행복했던 기억만을 예쁘게 재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시간 재단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 기억 속 아픔으로 평생을 치유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날이 잘 선 가위와 예쁜 실로 시간을 재단할 수 있다면 어둠을 뿌리치고 벗어나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불행이라는 나쁜 기억은 모두 '싹둑' 잘라 버리고, 잘린 나쁜 기억의 자리에 행복했던 시간을 채워 넣어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이어 붙여 그 오랜 고통의 시간을 치유했으면 좋겠다.


알츠하이머로 하루하루를 지우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팠던 기억만을 지우고, 지운 자리를 좁게 접어 잇대어 죽는 날까지 안고 가고 싶었던 추억의 페이지를 펼쳐볼 수 있게 해 주면 남아있는 가족도, 먼길 가시는 분도 좀 더 편하게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듯하다.


'추억도 현실 속의 시계로 재단할 수 없지만 우린 분명 그때의 시간을 불러올 수 있잖아요'

- 시간을 파는 상점 중에서 -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시간을 재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자신이 기억하는 시간 중 가장 꺼내고 싶은 추억을 불러와 행복했던 시간을 제대로 추억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행복은 과거 나의 오랜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낸 유물이고,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도 현재엔 아련한 기억의 유산이 된다. 이렇게 쌓이고, 바래고, 흐르면 아픔의 시간도 치유, 배려, 용서라는 이름으로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질 때가 오지 않을까.


'추억은 내가 기억해야만 꼭 아름답지는 않다. 나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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