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슬하에는 4살 터울의 남매가 있다. 큰 아이는 이제 사춘기가 끝나가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작은 아이는 이제 사춘기가 한 창인 중학교 1학년이다. 녀석들은 성별도 다르고, 성격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두 녀석 모두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현실 남매라는 점은 몇 안 되는 공통점이다.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오누이 지간이었는데 지금은 한 번을 양보하지 않는 현실 남매 딱 그 모습이다. 정확하게 언제부터라고 선을 그을 순 없지만 아마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시작이 되었고,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둘째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파이팅'이 된 듯하다.
우리 부부에게는 둘째는 계획하고 '한방'에 찾아왔다고 할 정도로 타이밍이 정확한 아이였다. 큰 아이를 낳고 3년이 지났을 때 아내가 둘째 이야기를 했고, 아들 녀석이 아직은 어렸고, 한창 자라고 있을 때라 아내의 이야기에 크게 호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 아빠들이 대부분 바라고, 기대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이런 희망으로 아내의 둘째 계획에 동참했고, 둘째가 딸이 나올 거란 어느 누구의 약속도,확신도 없었지만 우리의 바람은 다행히도 예쁜 딸아이로 결실을 맺었다.
4년 만에 찾아온 둘째 아이는 우리에게 큰 아이 아기 때와 또 다른 행복과 웃음을 줬다. 하지만 둘째를 이뻐하면서도 늘 큰 아이를 걱정했고, 주변에서 동생이 생기면 보이는 큰 아이의 집착이나, 동생에 대한 질투 그리고 심하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더 큰 아이에게 일부러라도 신경을 쓰기 위해 더 애썼다. 아내와 난 둘째에게 하는 것 이상으로 큰 아이에게 사랑과 애정을 쏟자고 했다. 그래도 5살밖에 되지 않은 큰 아이에게는 잠깐씩의 소외감이나 질투가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도 아들이 동생을 위하고 이뻐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잔걱정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둘째 딸아이가 100일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워만 지내던 녀석에게 한 가지 특기가 생겼고, 그 특기가 생긴 이후로는 세상과의 소통을 울음, 웃음 그리고 그 특기로 집안을 들었다, 놨다 했다. 둘째의 그 특기는 그 시기 아기들이 모두 하는 '뒤집기'였다. 그런데 이게 성장한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이제 막 '뒤집기'를 시작한 아기들에게는 사력을 다해서 하는 행동이다.
아무튼 이렇게 누워만 지내다 뒤집기를 시작한 둘째 아이는 눕혀 놓으면 뒤집고, 또 눕혀 놓으면 뒤집기를 반복하며 웃음을 줬다. 이런 둘째 주변에는 항상 큰 아이가 있었고, 이런 동생의 모습이 신기하고 예뻤는지 항상 동생 주변에서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하며 돈독함을 뽐냈다. 그렇게 놀고 있는 큰 아이가 신기하고, 기특해 난 큰 아이 옆에 앉아 동생에게 건네는 말을 들어봤다. 마침 누워있던 둘째가 뒤집기를 시작했고, 얼굴이 빨개져서 전력을 다하던 동생이 뒤집기에 성공하자 큰 아이는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박수를 치고, 기뻐하며 동생을 격려했다.
"와, 잘했어. 잘했어."
이렇게 뒤집은 둘째는 아직까지는 '배밀이(무릎을 세우기 전 아기들이 다리를 밀어서 앞으로 가는 행동, 엎드려 포복 같은 자세 정도로 이해하면 됨)'를 하지 못하는 단계여서 뒤집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고개 세우고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개를 세우고 있는 것도 100일이 조금 지난 아기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행동이었고, 어느새 둘째의 얼굴은 용을 쓰느라다시 빨개졌고, 버티기를 포기했는지 들고 있던 고개를 바닥에 떨구며 이마를 방바닥에 붙였다. 하지만 방바닥만 보였던 시야가 답답했었는지 이내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머리를 세웠고, 얼마간의 시간을 버티다 빨개진 얼굴을 다시 바닥에 내렸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큰 아이는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장난기가 발동되었었는지 한 마디를 건넸고, 이 한마디가 아직까지 우리 부부에게는 잊히지 않는 행복한 웃음을 준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힘들지 요놈아?"
어릴 때는 밖에만 나가면 동생 손을 잡고 다니고, 집에서는 동생을 데리고 그렇게 잘 놀아주던 오빠였는데 요즘에는 얼굴만 보면 '으르렁' 대는 모습이 예전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을 정도다. 민수는 동생이 말만 하면 '넌 그것도 모르냐?', '정말 안 되겠다', '중학생 맞냐' 등으로 무시하고, 잔소리하고. 둘째 지수도 이런 소리를 들으면 오빠 등에 대고 빈 주먹을 날리던가, 발을 허공에 내지르며 때리려는 시늉을 하곤 한다. 정말 더도 덜도 아닌 현실 남매 딱 거기가 우리 아이들 현주소다. 하지만 녀석들 어릴 때는 둘도 없는 오누이 지간이었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사춘기가 지나면 조금은 이상적인 남매가 되길 부모 마음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