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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n 26. 2020

산 낙지가 먹고 싶다는 딸아이

우리 딸아이의 해물 사랑의 시작은 부산

2013년 놀러 다니좋았던 5월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여행 같은 여행을 갔다. 목적지는 부산이었고, 아이들이나 아내는 처음 가는 부산이라 많이들 설레 보였다. 가족 여행지를 부산으로 잡았던 이유는 2012년에  부산에 출장을 자주 다녔고, 이런 잦은 부산 출장으로 부산 곳곳을 다녀보게 되었다. 부산이 낭만적이고, 멋진 도시인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고, 가족들과 꼭 한번 가고 싶은 여행지로 부산을 꼽았었다.


  이런 얘기를 꺼낸 지 체 1년이 되지 않아 나의 권유와 아내의 동조로 우리의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고, KTX를 타고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드디어 부산 여행을 가게 됐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차 없이 다니는 여행이라 1박 2일 일정의 짧은 여행이나, 자주 다녔던 여행지 여행이 대부분이었던 우리 가족에게는 모험 아닌 모험 같은 여행이었다. 제주도나 강원도 같은 여행 특구도 아니고 서울만큼이나 큰 도시인 부산은 우리 가족에게는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설렘과 동시에 낯선 곳에서 고생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줬다.


  KTX를 타고 부산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고, 부산역에 내려 처음으로 부산땅을 밟는 순간 아이들은 여행지에서만 느끼는 그 설렘을 고스란히 표정에 담고 있었다.  우리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출발부터 기분 좋게 시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듯이 이런 기분 좋은 출발은 첫 코스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2층 시티투어 버스를 타려고 계획하고 왔는데 2층짜리 오픈된 시티투어 버스를 타는 시간은 매 시간 운행되는 것도 아니고, 예약을 미리 하지 않았다면 이번 연휴 기간에는 타기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1~2곳 정도 둘러보고 숙소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시티투어 버스 계획이 무산되어 아내의 제안으로 계획을 급선회했다. 우린 숙소가 있는 광안리로 이동해 해수욕장 근처에서 놀다가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내의 긴급 제안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택시 기사님의 배려로 쭈욱 뻗은 광안대교를 순회하는 코스였고, 자칫  구겨질 뻔했던 마음도 시원하게 풀어졌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보는 광안리 해변은 시원한 해양도시다운 매력을 뽐내고 있어서 아이들 기분도 한껏 들떠 보였다. 그날 저녁 숙소에서의 밤도 광안대교가 보이는 로맨틱한 옥상에서 펜션 주인장이 직접 구워주는 고기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부산의 첫날을 한껏 필 충만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대로 우리의 여행은 무난하게 2일 차를 맞았고, 2일 차 여행길에서도 조금의 해프닝은 있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여행을 즐긴 하루를 보냈다. 재미있게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내가 함께 일했던 부산 파트너사 직원이 입이 닳도록 칭찬한 '민락 회센터'를 찾아갔다. 지금 생각해봐도 가성비로 따지면 여기만 한 곳이 없는 것 같다. 회센터에서 먹을 회를 골라 2층 식당으로 안내를 받아 올라갔고,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사람들은 북적였고, 우린 밥상에 차려질 회에 기대가 한껏 모아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회가 나왔고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이는 회를 여러 번 접해봐서 걱정은 안 되었지만 둘째가 7살 때라 회가 입에 맞을지 몰라 걱정이 앞섰다. 부모님 댁이 포항이어서 갈 때마다 회는 밥상에 나왔지만 둘째가 먹는 회는 고작해야 오징어 회 정도였다.


  민락회센터에서는 오징어 철도 아니었지만 가격도 비싸 우린 광어와 우럭을 시켰고, 걱정과는 다르게 둘째는 한 입 먹어보더니 마치 자주 먹던 음식인 양 무척이나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워낙 입이 짧던 녀석이라 이게 우리 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주변 시선도 어린 여자 아이가 회 먹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여러 테이블 젊은 여자분들의 시선이 딸아이에게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7살이라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작아 실제로는 고작 5 ~ 6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테니 더 신기했을 듯하다.


  아마 이때쯤부터 아이의 해물, 생선 사랑은 시작된 듯하다. 낙지(볶음, 탕탕이, 호롱이, 탕 등), 주꾸미(구이, 볶음 등), 오징어(숙회, 회, 찜, 탕, 찌개 등), 문어(숙회 ), 조개(찜, 구이 등), 회(광어 , 우럭, 연어, 간자미 등) , 새우(무침, 구이, 조림, 찌개, 간장새우 등), 게(간장게장, 삶은 게, 매운 게장 등), 초밥 등 좋아하는 종류로만 따져도 아마 나열되지 않은 것들도 참 많은 것 같다.


  딸아이는 가끔 장날에 나갔을 때 산낙지를 먹겠다고 하는 통에 아내나 나를 곤혹스럽게 할 때가 있다. 낙지 손질만 해주면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하는데 '탕탕이'는 손질이 전부인데 다른 요리는 다 해도 내가 살아있는 녀석들 손질은 아직까지는 도전하고 싶지 않은 영역이라 이럴 때마다 매번 아이와 실랑이다.


   부산 여행은 지금도 두고두고 우리에게 잊지 못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줬고, 우리 둘째에게는 새로운 맛의 세상을 만들어준 음식 여행, 해물의 성지와 같은 곳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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