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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l 20. 2020

나의 워라밸이 깨졌다

하루빨리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워라밸, Work-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개인의 일과 생활 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상태를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며 대체적으로 구직을 할 때 중요한 잣대를 삼는 기준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난 요즘 이 워라밸이 깨지고 있다. 단 1주일이었지만 몰려들어오는 일에 내 생활의 밸런스는 무너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의욕은 없고, 책임감만 가지고 끌고 올 수 있었던 것도 그 'Work'가 내 'Life'를 무너뜨리거나 위협이 되지 않아서였는데. 이젠 그런 장점도 없어지니 고민이다.


  어느 날인가부터 난 내 직업이 아니 정확히는 내가  하는 일이 그냥 돈을 버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내 일이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한 치트키까지는 아니어도 난 내 일이 좋았고, 일로 만나는 사람들도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던 일도 줄고,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받은 업무는 흥미까지 생기지 않게 되었다. 일에서 재미를 찾는 건 이젠 바라지도 않게 되었고, 그나마 하는 업무가 계획을 갖고 하는 업무이다 보니 너무 쉴 틈 없이 바쁘거나 월급 받아가기 미안하게 너무 한가한 일은 아니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게다가 해당 업무를 하는 건 회사에서 나밖에 없으니 나름 중요하다면 중요한 업무를 맡은 건 맞는데 그리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업무 플랜을 세우는 게 가능하다 보니 개인 시간도 예전 업무에 비해서 많아졌고, 야근도 1년에 손을 꼽을 만큼 적었다. 이런 'life'에 대한 균형으로 난 그동안 해오던 취미를 본격적으로 즐겼고, 일로 얻지 못하는 흥미와 성취감을 취미로 이루며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던 불만들이 상쇄되어갔다. 하지만 최근 밀려오는 일들로 지금 업무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계획성이 깨지면서 나의 이런 균형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1 주일 내내 야근하는 삶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재미는 없어도, 책임감은 크다 보니 주어진 일을 팽개치고 갈 수가 없었고, 늦게까지 야근하다 주변을 보니 비어있는 책상들이 혼자 일하는 나를 더 처량하게 만들었다.


  난 최근 감정이 많이 내려앉은 상태고, 1주일간의 야근으로 체력도 바닥이다. 당장 이번 일만 잘 마무리짓고 좀 쉬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이런 계획은 애초에 무너져버렸다. 벌리는 일은 자꾸 늘어나는데 끝나거나 정리되는 일이 없다. 힘에 붙이는 체력은 어느새 40대 후반이 되어버린 중년의 몸으로는 쉬이 회복되지 않는다. 이젠 일로는 내겐 좋은 의미의 변곡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난 이 워라밸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야 할 책임이 있고, 그게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자, 희망이다.


  '중이 절 보기 싫으면 떠나야지'라는 말이 있다.  어떤 곳이나, 그곳이 싫어지면 싫어하는 사람이 떠나야 한다는 옛 속담이다. 10년 가까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지만 이런 맘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번번이 내 발로 절을 나가지 못했었고, 당장의 흔들린 마음으로 절을 박차고 나가기에는 내 남은 인생 플랜의 퍼즐 조각이 미완성인듯해서 망설여진다. 20년을 넘게 조직생활을 하면서 이런 고비가 한두 번은 아니었다. 지금은 지친 체력을 회복하고, 아직까진 무너진 워라밸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게 늦지 않았다. 1주일, 아니 2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내 '라이프'의 균형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그럴 거라 조심스럽게 망해 본다.


  참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지금은 기분만으로 박차고 나가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 조금은 참고, 인내하며 버티는 게 이길 수 있는 무기이고, 기회라는 믿음으로 제자리를 지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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