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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l 22. 2020

출장지가 북한이라고?

북한으로 일하러 간 직원이 돌아오지 못할 뻔한 이야기

2007년 난 소프트웨어 보안업체에 재직 중이었고, 2007년 봄에 팀장이었던 동료가 이직을 하면서 갑작스레 팀장의 책임을 맡게 되었다. 삼십 대 중반도 안된 내가 팀 내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을 정도로 팀은 젊었고, 젊은 동료들끼리 일하다 보니 일도 더 재미있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이맘때 회사도 대형 사업을 많이 수주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고, 하루 지나면 늘어나는 직원들로 회사 규모도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었다.


  21세기 초반, 훈훈하게 불어오던 대북 관계 변화로 2000년 초반부터 금강산 관광이 이뤄졌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겼다. 금강산 관광특구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모기업 직원들의 사무공간에 사 보안제품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사업 내용도 신선했지만 설치, 운영 지역이 북한이다 보니 다들 믿기 어려운 분위기였고, 정작 제품 설치 및 운영 교육을 위해 기술 담당자 한 명이 방북을 해야 한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팀 내 누군가 출장을 가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팀장 보직을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관광을  다닐 수 있게 된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관광의 목적이 아닌 업무로 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컸고,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보니 더 결정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통신이 자유롭지 못하니 설치 및 운영 전담 기술인력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해서 주니어 기술자가 가기에도  적합한 업무가 아니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과장 기술인력 중 한 명에게 의사를 물었고, 출장 제안을 받은 담당은 출장기간 및 업무 난이도를 묻고는 흔쾌히 다녀오기로 내게 답을 주었다.


  하지만 가는 나라가 북한이다 보니 자신감 있게 대답했던 팀원도 막상 출장 전날이 되자 조금은 긴장된 낯빛은 속일 수가 없었고, 난 더 해줄 수 있는 말도 없었지만 그냥 해외 출장을 가는 것과 똑같으니 편하게 생각하라고 이야기하고는 출장 준비 목적으로 이른 시간에 퇴근을 지시했다. 출장 당일 북한으로 출장 가는 팀원은 입국 전 전화로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긴 출장길에 올랐다.


 "팀장님, 저 홍 과장입니다. 이제 들어가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홍 과장. 이제 들어가는구나. 평소처럼 일 빨리 잘 마무리하고, 계획대로 금강산 관광 잘하고 건강하게 돌아와."


  월요일 오전에 연락을 받고 나서 특별히 주고받을 통신 수단이 변변치 못하니 출장 보낸 직원의 업무 진행상황을 보고받을 수 없어서 답답했지만 경험이 많은 팀원이니 잘하리라 생각했고,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나서 수요일쯤 되었을 때 난 출장 간 팀원이 계획대로라면 오늘 정도면 운영자 교육을 하고, 내일은 하루 정도 관광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잘 즐기고 오길 마음으로 빌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4박 5일간의 일정이라 3일 정도 일을 하고 가능하면 하루, 이틀은 금강산 관광을 하고 왔으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서로 나눴었던 기억이 나자 막상 내일 금강산을 둘러볼 '홍 과장'을 생각하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또 하루가 가고, 목요일 아침 뉴스를 보면서 난 놀라운 속보에 머릿속에서 팀원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사건은 2007년 7월 12일에 있었던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게 피습된 사건이었고, 사건의 중요도와 심각성이 말해주듯이 모든 뉴스와 인터넷 매체들이 관련 속보를 계속해서 토해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바로 해당 사업 영업 담당에게 전화해 팀원의 안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영업 사원도 협력업체를 통해 본사로 연락을 시도하고는 있는데 좀처럼 확인이 안 된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고 다.


  결국 내 귀로 소식이 들어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현재 안위에는 문제가 없으나 어떠한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당장 금요일 귀국이 가능할지는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출장을 보낸 책임자로서 팀원의 안위가 너무 걱정됐고, 매 순간 '홍 과장'의 무사 복귀를 마음으로 빌고 또 빌었다. 또 하루가 지나고 출근을 해서 자리에 앉아 조용히 또 '홍 과장'의 무사 복귀를 걱정하고 있을 때 담당 영업사원이 내 자리로 쫓아왔다.


 "김 팀장님, 홍 과장 건강상에는 전혀 문제없다고 하고요. 아마 주말쯤에 나올 수 있다고 협력업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어, 그래. 주말이면 내일이네. 천만다행이네. 김 과장, 우리 앞으로는 이렇게 위험한 사업은 하지 말자. 나 정말 놀랬어."


  그렇게 주말이 되어서도 '홍 과장'에게서는 연락이 없었고, 영업 담당자 말로는 하루 더 늦어져 일요일이나 되어야 들어올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또 길고 긴 하루가 또 가고 일요일 오후 그렇게 기다리던 홍 과장에게서 연락이 왔고, 난 그제야 긴장이 풀렸고, 안심이 되었다.

 

  "홍 과장, 괜찮아? 정말 고생 많았어. 많이 놀랬지."

  "네, 팀장님. 괜찮습니다. 좀 놀래긴 했지만 딱히 고생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오늘은 들어가서 푹 쉬고, 자세한 건 내일 사무실에서 얘기해."     

  "네,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근데 앞으로는 저 위험지역 출장은 안 가려고요. 헤헤"


  그렇게 통화는 끊어졌고,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복귀한 동료가 너무 고마웠고, 감사했다. 그 뒤로는 금강산 관광 자체가 단절이 되어 금강산  갈 일이 없었지만, 출장에서 돌아온 팀원 말로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도 본인은 절대로 북한 땅은 밟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하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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