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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l 28. 2020

무섭게 짖어대면 모를 줄 알았지

짖는 개에게서 내 모습이 보인다

날씨가 더워진 요즘은 저녁시간이면 한낮의 더위를 피해 더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한다. 내가 출퇴근하는 사무실 인근에도 그런 여름날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퇴근길 지하철로 가는 길목에는 크지는 않지만 도심에서 운동하고, 산책하기에는 적당한 규모의 공원이 있어서 퇴근 시간이면 농구하는 학생들도 있고, 산책하듯 걸으시는 어르신들도 있고,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는 젊은 커플들도 눈에 들어온다.


  오늘 퇴근길도 평소보다 시원한 저녁 날씨 때문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고, 유달리 개들과 산책 나온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저녁이다. 한참을 사람 구경하며 지나가다 내 눈에 들어온 반려견 한 마리와 견주가 있었고, 유독 큰 몸집과 생김새 때문에 더 눈길을 끄는 것 같다. 커다란 개의 몸집은 큰 어른의 몸집 정도 돼보였고, 검은색의 반들거리는 털이 위압감보다는 늠름하고 고급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큰 입을 가로막은 입마개는 마치 벗기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도  듯해 보인다. 털보다 더 검게 보이는 눈동자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슬퍼 보이기까지 하다.  


  잠깐 동안이지만 이 검은색 개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겼다 퇴근을 위해 발길을 뛴 내 눈앞에는 어느새 다가와있는 흰색 비숑 프리제 한 마리와 나이가 좀 지긋한 견주가 있다. 산책을 즐기는 흰색 비숑이 더 귀엽게 보였지만 이내 녀석은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은 어느덧 조금 전 봤었던 커다란 검은 개에게 가 있었고,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경계하는 눈빛을 띤다.


  멈췄던 발걸음도 이내 다시 태세를 바꿔 앞으로 뛰쳐나갔고, 으르렁대며 짖어대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 광경을 바라본다. 비숑의 목줄을 잡고 있는 나이가 좀 지긋한 견주는 무척이나 당황했고, 개를 진정시키려고 진땀 꽤나 빼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황한 견주와 짖어대는 비숑과는 반대로 검은색 대형견은 비숑이 짖어대는 걸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고, 견주 또한 잠시 놀라는 눈치였지만 자신의 개가 놀라지 않으니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비숑이 더 짖자 오히려 검은색 대형견은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자리에 앉는다. 마치 '짖든 말든 난 너한테 관심 없다'라고 하는 모양새다. 이내 비숑의 견주는 짖는 자신의 반려견을 안고서 그 자리를 피한다.

 

녀석은 왜 그렇게 짖는 걸까?


  요즘 방송하는 TV 프로그램 중  문제견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개는 훌륭하다)이 있다. 그 프로에 종종 나오는 문제견들 중 사회성이 없는 문제로 개들이 나올 때가 있다. 이런 개들 중 일부가 이렇게 공격적인 성향을 띄면서 짖어대는 개들이 종종 있다. 이런 개들은 이렇게 미친 듯이 짖고,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이유 중의 하나가 두려울 때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늘 본 비숑이라는 개의 행동은 내가 봤을 때 체급에서 차이가 월등했던 검은 개를 향해 짖고, 공격적인 행동을 한 것은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체 접촉이  있많은 스포츠들은 체급이라는 게 있다. 비슷한 신체 사이즈를 가진 선수들끼리 몸을 쓰며 경쟁하고, 공정한 규칙 아래 싸운다. 신체적으로 체급 차이가 나면 경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체급이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모든 도전은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상황에 맞고,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는 도전이어야 더욱 빛나고, 아름다울 수 있다. 내가 오늘 본 비숑의 모습은 적어도 그런 아름다운 도전이 아닌 객기였고,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이름의 아쉬움이었다.  


난  요즘 무엇이 두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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