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보금자릴 마련한 지 어느덧 4년이 다 되어간다. 15년을 전세살이로 여기저기 이사 다니며 살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린 어느덧 이사 갈 걱정 없는 내 집을 깔고 앉았다. 물론 순수하게 우리 집이 아닌 우리 집이기도 하면서 은행 집이기도 한 그런 애매한 집이기는 하지만.
난 내 집 마련을 위해 물심양면까지는 아니지만 심리적 압박으로 우리를 복잡한 서울살이에서 사람 사는데 덜 치이는 경기도로 선택지를 좁혀주고, 전세보다는 내 집 마련이 더 현명할 수밖에 없도록 부지런을 떨게 한 여러 집주인들과 부동산 관련 정책을 펴는 고위 공직자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보내본다.
어찌 되었건 우린 앞으로도 특별한 일 없으면 아이들이 모두 클 때까지는 지금 보금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진심으로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전까지만 해도 난 서울에 살았고, 여러 곳을 이사 다니며 전세를 살았지만 살았던 곳이 대부분 다세대, 다주택 구조의 일반 주택이었다.
우리에게 지금 사는 집을 장만한 일만큼이나 기쁘고, 기대되었던 집이 이사 오기 바로 전에 살던 집이었고, 그곳은 우리의 전세살이 유일의 연립, 빌라 구조의 신축에 속하는 곳이었다. 내부는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 덕에 새 집 같이 깔끔했고, 그동안 이사를 들어가면서 가졌던 마음가짐이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게다가 아이들 둘이 함께 쓰는 방은 더 넓어지고, 볕도 더 잘 들어가는 구조여서 우린 모두 신나는 마음으로 이사 간 날부터 집 여기저기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중에 아이들 방과 거실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전면 책장 위를 많이 신경 썼다. 예전 연애할 때부터 만화 캐릭터 그리는 걸 좋아했었던 난 아내의 '부추김'과 아이들의 '조름'에 10여 년 만에 다시 카툰용 마카펜을 들었다. 그림은 그 당시 아이들이 좋아했었던 라바를 그리기로 결정했고, 아이들 방에서 아이들이 제일 많이 보고, 눈높이에 맞는 위치를 찾았다. 아내와 상의 후 그림을 그리기로 결정한 곳은 아이들 방 전원 스위치 위로 결정했고, 오랜만에 솜씨를 부려봤다. 완성된 그림을 보고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했고, 오랜만에 그린 그림이라 아쉬움은 있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덩달아 나도 신이 났다.
"얘들아, 라바하고 많이 닮았어? 아빠가 더 잘 그릴 수 있었는데 오랜만이라 다음에 더 잘 그려줄게."
"아냐, 아빠. 딱 라반데 뭘. 너무 잘 그렸어. 고마워 아빠!"
두 번째로 도전한 곳은 거실 아이들 방 입구의 전면 책장 위였고, 아내의 그린 스케치 위에 아내와 함께 열심히 색칠했고, 아쉽게도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을 지금 찾으려고 하니 9년 전 벽화 사진은 라바만 남아있고, 그 벽지 위에 그린 예쁜 그림은 남아있지가 않았다. 커다란 나무에 아마 아이들과 꽃이 어우러져 있었던 그림이었던 것 같다. 아내가 전면 책장 앞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이 벽화에 그린 큰 나무처럼 무럭무럭 꿈을 키우고,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책 읽는 아이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을 정리하다 '카카오 스토리'에 남아있는 라바 벽화가 눈에 보였고, 갑자기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 이렇게 글로도, 그림으로도 남겨봤다. 어릴 땐 나무 그림 아래에서 책을 많이 봤던 아이들은 이젠 어느덧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다. 녀석들 요즘은 점점 책하고 담을 쌓고 산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어떻게 읽으면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