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억바라기 Sep 09. 2020

내게 제일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아내

집이 제일 안전하다고 하네요

 "오늘도 집에만 있었어요?"

 "그럼요, 요즘 같은 때엔 어디 나가면 안 되죠."

 "그래도, 너무 답답하지 않아요? 날씨도 좋은데 집 앞 산책이라도 나가보죠."

 "안돼요. 요즘은 집이 제일 안전해요."



코로나로 인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국가에서는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일주일 연장을 발표했다. 당연히 이런 사태에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는 게 맞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시행으로 우리 집의 외출 인원은 유일하게 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집에서 재택이나, 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회사에서 재택 결정이 내려지지도 않았고, 휴직은 사직을 의미하니 이 또한 울며 겨자 먹기라도 열심히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다.


오늘도 귀가 길이었고, 귀가 길에 아내에게 카톡으로 정시 퇴근한다는 보고와 함께 집에 필요한 생필품이 없는지를 물었다.


아내와 난 주말에 마트에 가서 일주일치 필요한 장을 본다. 보통은 주말에 장을 보고 나서도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전업 주부인 아내는 낮시간에 아파트 앞 마트에 나가 필요한 물건을 사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집 밖을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도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다.


이렇게 귀갓길에 마트에서 아내가 필요하다는 물건을 사 가지고 간 나에게 아내는 요즘 몸이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하다는 하소연을 한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내가 아무리 전업주부라고 해도 아내는 정기적으로 나가는 텃밭 모임도 있고, 최근까지는 본인의 관심 분야인 식물, 도시 농업 등의 공부를 위해 학교를 다니기도 했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외출을 했었던 아내가 일주일이 넘게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몸도 마음도 답답하다는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집에만 있었어요?"

 "그럼요, 요즘 같은 때엔 어디 나가면 안 되죠."

 "그래도, 너무 답답하지 않아요? 날씨도 좋은데 집 앞 산책이라도 나가보죠."

 "안돼요. 요즘은 집이 제일 안전해요. 이불 밖은 위험해요."


정말 철저하게 방역을 준수하는 우리 집이다. 아내 말로는 강제적이지만 이렇게 외출을 하지 않다 보니 여러 가지 장점도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소비가 조금 줄어들었다고 한다. 일주일 장을 봤다고 하더라도 평소 같으면 필요한 생필품이 있으면 평일에 마트에 나가 사고는 했는데, 이렇게 필요한 물건이 있더라도 나가질 않으니 내가 일찍 오는 날이 아니면 그냥 있는 걸로 해 먹거나,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비도 조금 아낄 수 있게 되었단다. 또 다른 장점 중 하나가 외출은 나 밖에 하지 않으니 빨래해야 하는 양이 몇 배는 줄었다고 좋아하는 아내다.


  "철수 씨가 우리 집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에요."

  "잉? 제가요? 뭐 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아뇨, 우리 집에서 코로나에 제일 노출된 사람이 철수 씨잖아요."


그렇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학교와 학원을 가지 않는 요즘 유일하게 외출하는 사람이 바로 나니까 당연히 난 우리 집에서 가장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래서 요즘 더 철저히 마스크 하고, 더 열심히 손을 씻는다. 우리 가족의 건강은 내게 달렸다고 해도 요즘 같을 때는 과언이 아니다. 언제쯤 다시 예전 같은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싶지만 더 나빠지지 않게 열심히 방역하고, 지킬 건 지켜야 우리 아이들도 다시 학교를 갈 테고, 아내도 다시 일상을 찾을 것이다.


 "영희 씨, 아무리 그래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해서 마스크 쓰고, 집 앞 산책은 조금씩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오늘 저녁에 저랑 함께 걸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 똥 제대로 밟았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