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매일 사람들을 만난다.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난 IT업계 기술직에 근무하는 20년 차 직장인이다. 기술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좋게 얘기하면 소신 있고, 그냥 편하게 얘기하면 고집이 있다. 또 기술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프라이드가 강해서 남에게 싫은 소리 듣는걸 못 견뎌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얘긴 아니지만 그냥 일반적으로는 그런 것 같다. 솔직한 말로 나도 그러니까.
그래서 그런지 사람 만나는걸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기술자를 찾는 경우는 대개 사용 중에 문제가 있을 때이지, 잘 쓰고 있는 제품 때문에 기술자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 보니 그런 고객들 호출에 매사 힘들어하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생각도 `불편, 불안, 짜증` 등의 네거티브적 사고가 굳어지게 된다.
하지만, 난 이런 기술직임에도 사람 만나는 게 두렵지가 않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않았다`가 맞다.
그땐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이런 솔루션을 그들의 요구에 맞게 최적화하여 컨설팅할 때 오는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이 좋았다. 또한 고객도 자신이 의도한 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그들의 경외감 어린 시선을 느낄 때면 개인적인 쾌감, 흥분으로 몰래 감정까지 벅차오르곤 했다. 그렇다고 난 변태는 아니다.
영업직이 아님에도 영업같이, 기술임에도 영업 마인드가 강한 게 장점이라고 나름 생각했다. 근데 그게 나만의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서도 바뀌고, 하던 업무도 바뀌었다. 채워져 있던 자신감도 없어지고, 가지고 있던 내 일에 대한 소신도 없어져 갔다. 지금 하는 업무가 생소하다 보니 업무에 숙련도도 떨어졌고, 그리 사람 만나는 게 좋았던 나로서는 관련 기관 담당자를 만날 때가 제일 죽을 맛이었다.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에, 나이 먹고 초짜 같은 모습 보여주는 것도 창피해서 쓸데없이 아는 척까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익숙해져 갔고, 업무의 숙련도도 어느 정도 자리에 올라서고 나니 그 죽을상, 울상 짖던 나는 온 데 간데없고, 예전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난 집에서는 가장이고, 회사에선 부장이다. 누굴 가르쳐야 될 위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새로운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오늘도 무언가를 배우고 , 깨우친다. 난 우리 애들에게서도 배운다.
매일매일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도 같은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마음부터가 배움의 시작인 것 같다. 이런 만남을 통해, 이런 관계를 통해 우리는 아파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하루하루 성장해 가다 보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삶,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변화하는 내 삶을 갖고 싶어서 난 오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