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는 12년 전 전 직장에서 처음 팀장 직책 인사발령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을 기억하며 쓴 글이에요.
오늘도 야근이다.
지친 몸 뉘고 싶지만 고객사 지원 나간 팀원들 지원과 걱정에 오늘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질 못하고 있다.
13명이 넘는 팀원들. 벅차다 생각한 건 야근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지원하는 솔루션 특성상 보안 사고나 서비스 장애가 생기면 열일 제치고 담당 엔지니어가 현장 방문을 해야 한다. 대부분 이런 사건, 사고의 해결을 위한 조치는 긴급 장애 복구가 아니고서는 남들 일 끝난 저녁시간 이후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곳은 여섯 시만 넘으면 원인 분석, 조치가 가능하도록 배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기했다가 더 늦은 야간에 이런 조치들이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다섯 고객사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면 그 주는 정말 5일 내내 야근이 된다. 오늘은 그간 큰 문제없이 사용 중이던 OO 은행이다. 예전 팀원일 때 담당이었던 고객사다. 팀장을 맡으면서 대부분의 고객사는 팀원들에게 분배하고, 내가 지원하는 일이란 게 대형 고객사에 이슈 발생 시 팀원들 지원사격 아니면 영업 요청으로 움직이는 게 전부다. 그런데도 이리 바쁜 건 왜일까?
등 떠밀려 팀장을 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숙련된 업무도 아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다. 이렇게 최선이라는 말로 다그치며 하던 일들이 어느 순간 알게 된 진실 앞에 마주 서게 된 시간이 있었다. 나의 이런 행동과 말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쓸데없는 오지랖에 간섭으로 보였던 것 같다. 잘하고 있는 녀석들에게 '별일 없지?', '그건 아니지.' 등으로 아마도 사기도 꺾고, 기운도 뺀 거 같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따져 묻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팀장님, 저도 이 정도는 다 혼자 할 수 있는 짬이라고요. 팀장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통에 작업도 꼬였었고, 시간도 더 많이 허비해서 고객한테 욕도 엄청 먹었어요." 윤대리는 볼멘소리로 따져 물었고,
"미안해, 윤 대리. 나도 한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난 겸연쩍어 하며 답했다.
"팀장님이 이런 일까지 신경 쓰고 그러세요. 도움 필요하면 말씀드릴 테니 신경 조금만 꺼주세요." 윤 대리의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에,
"이해해주라. 내가 팀장 맡은 지 십 년이 됐냐, 오 년이 됐냐? 이제 겨우 일 년인데..." 어색함에 조금은 굳은 얼굴로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요, 벌써 일 년이나 되었는데요. " 세상 진지하게 윤 대리가 툭 하고 말을 내 던졌다.
".........???" (이 녀석, 진심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네요. 이리 따져 묻던 녀석은 그 얘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리 제가 간섭해서는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