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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Nov 02. 2020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변해요

변화도 준비되고, 노력하는 사람의 특권입니다.

 "개 버릇 어디 가나요. 아마 그 천성은 평생 안 바뀔 거예요."

 "에이, 사람이 변하면 쓰나. 옛말에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잖아. 그거 쉽게 변하는 거 아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이야기들 중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말들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논제도, 그렇다고 속담이나 격언도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주변이나, 자신이 경험하면서 만들어진 관용어구 같은 말이다. 많이 쓰이는 말일 뿐이지 꼭 정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평소와 다르게 행동을 했던 사람이 다시 평소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을 주변에서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내 경우를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어떤 계기가 있거나 변화를 절실하게 고민할 때에는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경험했다.


초등학교 시절 난 저학년 때까지 무척이나 조용했던 성격이었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서인지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몸도 작았고, 매사가 늘 자신이 없어서 학급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학급 활동뿐 아니라 보통의 열 살 미만 아이들의 성향인 외향적 성격은 전혀 없어서 개구쟁이도 아니었고, 학급 친구들과 싸움도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내 내성적 성격은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을 지나오면서 많이 바뀌었고, 등 떠밀려서 나간 4학년 학급 반장 선거에서 반장은 아니지만 부반장에 선출되면서 이런 내성적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잘못한 일도 없는데 선생님만 보면 두려워했었고, 선생님들이 계시는 교무실에 심부름 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4학년 때 학급 임원(부반장)이 되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들이 자주 생겼고, 교무실에 자주 드나들면서 그 막연했던 두려움의 장막은 조금씩 걷혔다. 자주 뵙는 선생님과는 자연스러운 대화뿐만이 아니라 장난을 주고받을 정도로 붙임성도 좋아졌고, 남들 앞에 서기 싫어했던 과거 내성적인 면모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난 외향적 성향으로 바뀌어 갔다.


그 무렵 반을 대표해서 경험도 없던 웅변대회에도 나가봤고, 6학년이 되면서 오히려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떨리지만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성격은 180도 달라졌다. 이렇게 10년을 지켜오던 내성적 성향이 1~2년 사이에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오히려 중, 고등학교에 가서는 이런 외향적 성향으로 친구들과 싸움도 가끔 할 정도로 내 성격은 조금은 강성인 외향적 성격으로 자리 잡아갔다.


하지만 내 이런 외향적 성격도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믿고 지냈던 사람들의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모습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변화가 생기는 듯했다. 그 시절 대인기피 증상을 보일 정도로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나서야 하는 자리는 절대적으로 피하기 시작했고, 이런 성격은 처음 사회생활하면서도 은연중에 나타났다. 나서서 미운털이 박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고,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에도 항상 자신감 없는 태도로 회사에서 조용히 쥐 죽은 듯 지내려는 마음이 깊었었다.


그렇지만 처음 직장생활이 길어지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좋아졌고, 늘 응원과 격려 그리고 따뜻한 충고가 있었던 회사생활에서 다시 한번 자신감 있는 태도와 외향적 성격으로 날 포장하며 원래의 내 모습을 찾았고, 그렇게 또 한 번 변화된 내 모습을 몸소 느끼는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태도와 매사에 열정적인 업무 습관으로 난 빠른 시간에 리더라는 직책을 받았고, 긴 시간을 그 리더로서의 소임을 잘 수행했다고 믿었다.


8년의 시간 후에 찾아온 또 다른 시련은 이런 나를 또 한 번 흔들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등 떠밀려서 학급 반장에 나가던 초등학생도 아니고, 아버지 사업실패 때 대인 기피 증상을 겪던 20대의 나약했던 초년생 직장인도 아니다. 잔뼈가 굵어져 통뼈가 된 21년 차 직장인이고, 사랑스러운 우리 가족을 지켜야 할 의무와 당연한 권리를 주장할 줄 아는 40대 가장이다.


난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가볍게 내뱉지 않는다. 사람은 어떤 상황이 오면 변할 수도 있고,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그 변화로 인해 바뀔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할 테고, 그런 노력만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매년 1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에 그치며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고, 내년을 다시 기약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포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재도전하는 사람만이 변화를 꿈꿀 자격이 있고, 변화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더 굳은 의지를 갖고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변화가 쉬웠다면 많은 사람들이 변했겠지만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성향을 ,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이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건 강한 의지와 실천력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만 오래오래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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