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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Nov 24. 2019

쓸데없이 강했던 그 꾸준함에 대해

그래서 밤새워서 본거냐?

휴일 아침 오랜만에 혼자 만의 시간을 가졌다.

'뭘 할까?' 고민하다 얼마 전 종방한 왕좌의 게임 시즌8을 몰아보기로 결심했다. 8년의 긴 시간 동안 드라마로서는 막대투자액에, 흥행까지 성공한 '왕좌의 게임'. 2011년 시즌 1을 시작으로 매 년 새로운 시즌을 쏟아내며 장장 8년의 긴 세월 동안 많은 수의 마니아를 만들 정도로 성공한 드라마다.


시즌 8은 총 6부작인데 제대로 시청한 것은 3편뿐이었고, 나머지는 시청하지 못했다. 방송하는 시간이 워낙 늦은 시간인 데다,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 혼자 있을 시간이 주어진 이상 얼마 남지 않은 드라마의 끝도 궁금했고, 결정적으로 시즌 7까지 본 게 아까워서 돈을 주고서라도 방송을 봐야 했다.  참고로 집에 미성년자 둘에 아내는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으니, 이렇게 혼자 있지 않으면 판타지를 가장한 성인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는 평소에는 꿈도 꿀 수가 없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시즌 8의 1편 시청은 3편을 제외하고 6편까지 쉼 없이 정주행 했고, 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시즌 8을 모두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왕좌의 게임'은 이렇게 몰아서 봐야 하는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좀처럼 드라마 몰아보기 하는 습관이 없던 나에게 몰아보기 습관을 만들어 준 것도 '왕좌의 게임'이었다. 결국 마지막 시즌 8도 '왕좌의 게임'을 평소 보던 습관 그대로 몰아보기로 마무리하였다.


  시즌 8을 정주행 하며 시청한 소감은 솔직히 얘기하면 실망 그 자체였다. 언젠가부터 시즌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아쉬움은 있었지만, 마무리는 아쉽다 못해 허무하기까지 했다. 시즌이 길어지면 질수록 기대치가 커져서 그런지 그 끝은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시작을 하였고, 그 끝도 봤다. '왕좌의 게임', 시작은 어려웠지만, 한 번 시작하니 끝을 보고 말았다.


  사실, 예전에 나는 '미드' 보느라 한 동안 시간을 너무 허비했었다. 매주 요일별로 시청하는 미드 다운 받으려고  출근시간이 많이 분주했었고, 시청시간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위안 꺼리라고는 출퇴근 길이 멀어 이 시간에 많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정도. 이런 습관이 반복되다 보니 마치 내가 '미드'에 중독된 것 같은 느낌을 어느 순간 받았었다. 그 날 이후 '미드'를 일부러 피했었고, 주변 누군가가 '어떤 미드 재미있더라'라고 해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애썼다. 마찬가지로 '왕좌의 게임'도 시즌 7이 종방 될 때까지도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시청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시작되었다. 발목 인대와 염증 수술로 회사에는 한 달간 병가를 고, 병원에 약 2주 가까이 입원한 적이 있는데 책 읽는 걸 제외하고는 특별히 병실에선 할 일이 없었다. 하여 미루고, 미루었던  왕좌의 게임 시즌 1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변의 권유에도 꾸욱 참고 애국(?)하고 있었는데 병원의 무료한 일상이 나를 '왕좌의 게임' 시청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핑계를 만들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본 결과, 퇴원을 할 때쯤 시즌6까지 몰아보기를 끝냈고, 결국 퇴원하여 병가로 집에 있으면서  틈틈이 '왕좌의 게임' 시즌7까지 모두 시청한 쾌거(?)를 이뤘다.


  이렇게 시작했던 왕좌의 게임. 새로운 시즌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언제 끝나나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던 긴 시간.  이제는 정말 끝이 났다. 워킹데드 이후 더 이상 미드를 보지 않겠다던 나의 굳은 결심을 왕좌의 게임은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남는 시간과 흥미로운 구성으로 날 부추겼고, 결정적으로 나에겐 그 꾸준함끈기란 게 남아 있었다. 쓸데없이 강하게.

   

  왕좌의 게임을 끝내며 다시 한번 그 꾸준함과 끈기라는 게 나에게 있어서 조금 놀랐다. HBO(왕좌의 게임 제작사)의 승리다.  난 오늘 거금 8,250원을 지불하고, '왕좌의 게임' 시즌 8을 봤다.

  덕분에 즐거운 6시간이었고, 무언가 미뤄놓았던 숙제를 마무리한 기분에 머릿속이 가뿐해졌다. 이젠 정말 미드 작별이다. 굿바이, 왕좌의 게임! 굿바이,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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