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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Nov 20. 2020

돼지꿈을 꾸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내의 꿈 해몽 덕에 난 그 날의 돼지 네 마리를 잊기로 했다

커다란 몸집의 녀석들은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무거운 몸을 조심스레 집 마당으로 들여놓았다.


난 그리 크지도, 그렇게 작지도 않은 어느 마을에 살았다. 집도 적당히 부유해서 마당은 제법 컸었고, 그날은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여 우리 집 마당에서 작은 잔치를 하고 있었다.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일순간 정적이 된 건 마당을 들어오는 출입문으로 커다란 몸집의 녀석들이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 자리를 벗어났고, 커다란 몸집의 녀석들은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무거운 몸을 조심스레 집 마당으로 들여놓았다.  마당으로 들어온 녀석들은 바로 돼지였다. 그것도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큰 돼지 마리였. 마을 사람들은 돼지를 쫓아내려고 애썼지만  그 돼지들은 제 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당을 벗어나지 않고 편하게 사람들 무리에 섞였다. 난 돼지가 나가지 못하게 마당 출입문을 닫았고...




꿈이었다. 그것도 태어나서 지금껏 꿔보지 못했던 돼지꿈.


눈을 뜨니 익숙한 내 방 하얀색 천장이 보인다. 눈이 조금씩 익숙해질 즘 방금 전 꿈에서 봤던 돼지 네 마리가 머릿속을 뛰논다. 너무도 신기했다. 내게도 이런 복스러운 꿈을 꾸는 날이 있다니. 출근 준비를 하며 스마트폰을 찾아 돼지꿈 해몽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재물이나 이권이 들어오는 꿈'

'꿈 중에 가장 좋은 꿈'

'복권 당첨 확률이 높은 좋은 꿈'


검색한 결과에는 모두 재물, 운세 등에 대해 좋은 해석들이 넘쳐났다. 난 자랑을 하려고 아내에게 슬며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했다.


 "영희 씨, 나 간밤에 꿈이 너무 좋아. 복권 사야 할까 봐요."

 "그래요? 철수 씨, 꿈 얘기하지 마요. 좋은 꿈은 얘기하면 안 돼요. 어디 다른 곳에 가서도요."

 "아, 알았어요. 오늘이 금요일이니 딱 복권 사면되겠네요. 복권이 정말 되면 어쩌죠?"


좋은 꿈일수록 아껴야 하고, 입 밖으로 내면 안 된다는 아내의 조언에 난 하루 종일 입이 근질거렸지만 꾸욱 참고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퇴근길에 들렀던 복권방에서 평소 잘 사지도 않던 복권에 거금을 투자했다. 내 지갑을 어렵게 져나온 푸른 지폐 한 장. 난 자그마치 복권을 사는데 만원을 썼다. 그만큼 내 꿈을 믿었다. 내 평생 꿈에서는 보지도 못했던 바로 그 돼지들을 믿었다.


그렇게 하루가 더 가고 머릿속에는 온통 복권 생각만 그득했고, 하루 종일 복권 발표 시간만 기다려졌다. 복권 당첨번호가 발표되던 순간 난 고이 접어놓았던 내 지갑 안 복권을 꺼내 당첨번호로 뽑히던 번호와 맞춰가기 시작했고, 숫자 한 두 개가 발표되고 나서 그 꿈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새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랬다. 5등인 오천 원도 맞지 않았다. 그 돼지꿈의 결과가 오천 원도 안 되는 것인가 싶어 허탈했다. 그 꿈속에 돼지가 정말 돼지였나 싶을 만큼 실망감이 컸다. 그제야 아내는 꿈 얘기를 물어봤고, 난 그 꿈속에서 있었던 돼지 이야기를 입에 침이 마를 만큼 열변을 토하며 생각나는 대로 설명했다.

 

 "철수 씨, 그 꿈 정말 좋은 꿈같은데요."

 "에이 그러면 뭐해요. 이렇게 복권도 안됐는데."

 "너무 실망 말아요. 좋은 꿈에 결과가 꼭 복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죠."

 "그런가?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혹시 알아요? 철수 씨, 올해가 가기 전에 책 출간 계약하게 될지요."

 "아아, 그거라면 정말 좋겠네요. 역시 꿈보다는 해몽이네요."


그렇게 아내의 꿈 해몽 덕에 조금은 가라앉았던 내 기분은 다시 좋아졌고, 돼지 네 마리에 대한 진한 아쉬움은 어느새 잊혔다. 아내의 현명한 생각과 남편의 기분을 배려한 립 서비스 덕에 우리 집은 다시 행복한 단꿈을 꿀 수 있는 또 하루가 저물었다. 꿈 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마음 깊게 울리는 하루였다. 하찮게 여겨지거나, 실망할 수 있는 꿈을 조금은 더 의미 있고, 좋게 해석하여 좋게 풀이하면  상할법한 마음도 풀리고, 무거웠던 기분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의 깊이와 말의 무게는 늘 중요함을 일깨운다. 오늘의 내 돼지꿈을 다른 뜻으로 해석한 내 아내의 말처럼 말이다.


충분히 얻은 교훈이 있다면 앞으로의 내 생에서는 복권은 사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도는 확실하게 얻은 하루였다. 돼지 조차도 버림을 받았는데 어떤 꿈이 좋을까 싶다. 뭐 조상님이 나와서 번호를 여섯 개 불러주면 모를까. 그래도 이 글 쓰면서도 그 돼지 네 마리는 도대체 뭐였을까 하고 드는 생각은 내 욕심일까 아니면 당연한 아쉬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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