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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Dec 21. 2020

당신의 관리자는 친절한가요

소통의 시대에 불통을 만나 힘들어하는 모두를 위해

소통일까? 불통일까?


불통 (不通)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견해 따위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출처 : Daum 국어사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렇게 색깔이 달라 보이는 사람들도 살아온 오랜 기간을 되짚어보면 비슷한 타입 그리고 성향들로 묶이는 경우가 많다.


요즘 시대를 지내는 직장인들을 보면 각자의 개성은 점점 사라져 가고 획일화된 틀 안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비슷한 하루 일과를 지내며 산다. 특히 한 직장을 오래 다니면서 느껴지는 건 만나는 사람들, 지내는 환경이 변하지 않는 이유 때문에 더욱 그런 사고의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고, 선을 넘는 것을 꺼려한다.


21세기는 소통의 시대다. 하지만 지금은 불통을 경험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나를 탓하고, 당신을 탓하고, 우리를 탓해도 변하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가둬놓고 세상이 좁다고 얘기하고, 귀를 막고서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다그친다. 자신의 목소리 이외에는 타인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내 주변에도 이런 얘기들이 자주 들려오고, 근본적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로까지 이야기가 번져간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처럼 불통으로 시작된 관계의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회사를 떠난다. 소통을 가장한 넘쳐나는 막말에 많은 사람은 상처를 입고, 치유되기 어려운 불치의 몸이 되어 피폐해진 정신을 조금이라도 회생해보려고 그렇게 하나 둘 떠나갔다.



 "이 과장, 다음 주까지는 이번 기획안 마무리해야 해. 지금 안 하면 다시 기회가 없어."

 "부장님! 지난주에 말씀드린 것 같이 이번 주까지 마무리해야 할 기획안도 있고, 차주에는 진행하는 프로젝트 마감인데요. 무리입니다."

 "아니 왜 엄살이야? 당신 능력 있잖아. 조금만 애 좀 써봐."


두 달 전부터 한꺼번에 업무가 겹칠 것을 예상하고 부서장에게 리스크를 계속 보고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아직 괜찮아', '그때 가서 업무 조정해 줄게' 등과 같이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니 결국은 터질게 터졌는데 실무자에게 떠넘기기식 말만 한다. 자신은 아무 잘못이나 문제가 없다는 듯이.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담당자만 다그치는 불통 관리자다.



 "상무님(B 관리자), 사업성도 없는 타사 제품을 일정도 타이트한데 이제 와서 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니 다른 경쟁사도 했다고 하고, 어려운 일도 아닌데 진행해."

 "아니 다른 곳 보고서를 봐도 진행했다는 경쟁사 자료도 없고, 지금까지 개발 준비도 안된 제품을 꼭 넣어야겠어요?"

 "그래? 내가 분명히 보고서에서 봤는데. 일단 진행하고 있어 봐요.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는 걸로 해요."


B 관리자는 중요한 신제품 출시를 코앞에 두고 만류하던 타사 연동 개발 업무를 기어코 집어넣으려고 했다. 개발 담당자는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얘기하고, 전체적인 업무를 조율하는 A 차장은 관련 업무를 검토 숙지 후에 개발 지시한 B 관리자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B 관리자는 소통이 안 되는 불통의 아이콘이었고, 결국은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우선 진행하도록 업무 지시가 떨어졌다. 불필요한 업무 자원 낭비와 비효율적 업무 지원 방식을 고집하는 관리자였다.



 "김 부장, 이번에 우리 부서로 와서 하고자 했던 제품 기획과 채널사 지원 업무 하면 되잖아요. 잘 생각해 봐요."

 "저야 그렇게 해주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나야 김 부장이 오면 든든하고 좋지. 그럼 내가 대표님께 보고하고 다음 인사이동 때 부서 전배 하는 걸로 합시다."


그렇게 옮겨온 부서에서 처음엔 약속했던 업무 롤이 지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팀에 결원이 생기고 어느덧 결원에 대한 충원이 안되자 퇴사한 직원의 업무가 내게로 넘어왔다. 20년 직장 생활 동안 처음 해 보는 업무가 많이 당황스러웠고, 익숙해지지 않아 힘이 들었다. 처음엔 못해먹겠다고 꿈틀거려도 보고, 살려달라고 면담도 해보았지만 결론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처럼 관리자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친절하고, 그냥 친절했다. 그 친절이 소통인 줄 알았지만, 지내다 보니 그 친절 뒤에 숨은 건 불통이었다. 난 그렇게 새로운 업무를 맡고 소통의 시대에 불통을 절감하며 오늘도 묵묵히 일을 한다.  


난 과거 관리자일 때 소통이 됐던 사람일까? 아니면 불통 그 자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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